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하이메 바리아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

하이메 바리아(Jaime Jonathan Barria), 한화 이글스

1996년 7월 18일생 (만 27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88cm 95kg

계약 총액 55만 달러(연봉 48만 달러)

 

류현진과 안치홍을 영입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시즌, 한화 이글스는 첫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재(2024년 6월 5일 기준) 상황은 암울하다. 25승 1무 32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선발진의 붕괴다. 리카르도 산체스를 제외하면 자기 몫을 해준 선발투수가 전무했다.

특히 지난 2시즌 연속으로 3점대 ERA를 기록한 펠릭스 페냐는 37.2이닝 ERA 6.27로 무너졌고, 결국 웨이버 공시됐다. 대체 선수는 이른 시일 내에 발표됐다. 2018년 LA 에인절스 선발진에서 129.1이닝을 던지기도 했던 하이메 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배경

바리아는 지난 2013년 LA 에인절스와 60,000달러에 국제 자유 계약을 맺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도미니카 썸머리그에서 데뷔했고 3년간 루키리그에 머물렀다. 그리고 19살이 되는 2016년 싱글 A로 승격했다. 성장은 빨랐다. 2016시즌 LA에인절스 ‘올해의 투수 유망주’로 뽑혔고, 2017시즌에는 하이 싱글 A에서 ERA 2.48를 기록하며 시즌 막바지에는 트리플 A까지 승격했다. 에인절스는 두각을 나타낸 바리아를 시즌 후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빅리그 데뷔의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2018시즌 당시 에인절스는 개럿 리차즈와 타일러 스캑스가 로테이션의 핵심일 정도로 선발진이 약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초 앤드류 히니, 맷 슈메이커, J.C. 라미레즈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에 4월 11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데뷔전을 5이닝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고, 이후 에인절스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빅리그에서 5번째로 어린 바리아였지만 기록은 선배들을 능가했다. 히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오타니 쇼헤이(3.31), 리처즈(3.66)와 함께 팀 내에서 3점대 ERA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선발투수였다(3.41).

악몽은 이듬해 찾아왔다. 19경기(13번 선발등판)에 나섰지만 QS는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ERA 6.42로 난타당했고, 트리플A에서는 9이닝당 피홈런 개수가 거의 3개에 육박하며(2.98) ERA 9.68로 더 무너졌다.

유망주 시절부터 제구력에 대한 평가가 좋았던 만큼 볼넷은 많이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2018~2021년까지 4년 내내 K/9가 리그 평균보다 떨어지는 등, 탈삼진 능력은 좋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OAA(평균 대비 기여 아웃)가 무려 -33(리그 23위)에 달했던 에인절스 수비는 그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결국 바리아는 2022년 불펜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드디어 맞는 옷을 입은 것일까? 보직 변경 첫해 79.1이닝 동안 ERA 2.61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피홈런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HR/9이 2.19로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7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ERA도 5.68로 상승했다. 계속해서 한계를 보이자 에인절스는 결국 그를 포기했다.

시즌 후 바리아는 FA가 되었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리그 ERA 7위(3.47)를 기록하고 있는 클리블랜드 투수진에 바리아의 자리는 없었고, 결국 시즌 중 페냐의 대체 선수로 한화 이글스와 계약을 맺으며 KBO에 입성하게 된다.

 

스카우팅 리포트

바리아가 가장 즐겨 쓰는 무기는 슬라이더다. 데뷔 시즌 피안타율이 0.170에 불과했던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상대하며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에는 슬라이더의 구사율이 무려 50.7%에 달했다. 평균 구속은 호크아이 기준 85.9마일(약 138.2km/h)로 나쁘지 않지만 무브먼트는 빅리그 평균 이하였다. 특히 종 무브먼트는 빅리그 평균보다 3.5인치정도 적었다. 게다가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슬라이더를 존 안에 투구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타자들의 헛스윙을 많이 이끌어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 슬라이더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은 단 한 번도 30%를 넘지 못했다.

< 바리아 빅리그 통산 좌우 스플릿 성적 >

사실 슬라이더보다 주목할 만한 공은 체인지업이다. 팬그래프닷컴이 2018년 작성한 20-80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구종 중 가장 높은 50점을 받았고, 베이스볼 아메리카 또한 체인지업을 최고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빅리그에서 총 20개의 피홈런을 기록했지만, 체인지업은 45타석에서 190개를 던지는 동안 단 한 개의 피홈런도 기록하지 않았다. 또한 피장타율이 0.250으로 훌륭했고 Whiff%도 34.2%로 체인지업을 25타석 이상 던진 245명의 선수 중 66위에 자리했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는 64개를 투구했는데 피안타율은 0.133에 그쳤고 Whiff%는 37.1에 달했다. 훌륭한 좌타자 상대 통산 성적은 체인지업 덕일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볼포심과 싱커 두 가지를 구사한다. 포심의 경우 미국에서는 기대 이하였다. 빅리그 기준 구속과 수직 무브먼트 모두 리그 평균 수준이었으며, 지난해 포심의 피장타율은 0.713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트랙맨 기준 92.9마일(약 149.5km)의 평균 구속은 리그 상위권의 수치다.

싱커는 KBO에서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부터 싱커를 거의 던지지 않고 있고, 이번 시즌 마이너리그에서도 구사율이 4.1%에 불과했다.

제구력도 준수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가 핀포인트 제구력을 갖췄다고 소개했으며 2018년 에인절스 내 최고의 컨트롤(공을 존 안에 투구하는 능력)을 가진 선수로 바리아를 뽑았다. 팬그래프 닷컴은 그의 커맨드(원하는 곳에 공을 제구하는 능력)에 평균 이상인 60점을 부여했다. 빅리그에서 BB/9(9이닝당 볼넷 개수)가 2.9개에 그쳤으며, 트리플 A에서는 이 수치를 1.9까지 낮췄다는 점 또한 이러한 평가에 신뢰를 더한다.

< 2023시즌 바리아 좌타자 상대 투구경로 >

< 2023시즌 바리아 우타자 상대 투구경로 >

더군다나 지난 시즌 바리아는 상당히 훌륭한 피치 터널링1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좌타자 상대 포심(빨간색)-체인지업(초록색), 우타자 상대 포심(빨간색)-슬라이더(노란색)는 타자가 공을 구별하는 지점인 Commit Point(보라색 점)까지 거의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왔다. 훌륭한의 구위와 정교한 커맨드, 여기에 수준급의 피치 터널링이 더해진다면 정말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부상 이력 또한 문제가 없다. 빅리그에서 6년간 뛰며 부상을 당했던 적이 단 3번에 불과하다. 또한 나이도 아직 만 27세에 불과해 노쇠화에 대한 걱정도 거의 없다. 워크 에식도 훌륭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의 워크 에식이 마이너리그에서의 빠른 성장에 발판이 되었다고 보았다.

선발 경험 또한 충분하다. 마이너리그에서 내내 선발 수업을 받았고 빅리그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전망

미국에서 바리아는 애매한 투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승격 속도도 빨랐고, 팀 내 유망주 순위도 높았지만 이는 당시 LA 에인절스가 리그 최악의 팜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2. 팀 내 6위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2018년에도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를 미래의 4선발 혹은 5선발 감으로 보았고, 팬그래프 닷컴 또한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빠른 포심과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빅리그에서도 통한 체인지업을 갖췄고 제구력까지 훌륭하다.

바리아는 현재 키움에서 뛰고 있는 아리엘 후라도를 연상케 하는 선수다. 빅리그에서 애매했던 구위, 좋은 제구력, 그리고 체인지업에 강점을 가진 우완투수라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후라도는 미국 시절 약점이었던 구위가 한국에서는 강점으로 변모했고 여기에 훌륭한 커맨드를 더해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바리아가 KBO 리그 성공을 위해 참고할만한 하다.

지난 2019년 바리아는 시즌 개막 직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어 마이너리그로 향했다. 당시 바리아 대신 에인절스 선발진의 한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바로 이번에 웨이버 공시된 페냐3였다. 이제 둘의 상황은 정반대다. 이번에는 바리아가 로스터에서 제외된 페냐 대신 마운드에 오른다. 과연 바리아는 페냐를 대신해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America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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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치 터널이란 공이 투수의 손을 빠져나간 시점부터 타자가 공의 구질을 알아차리는 지점 사이에서 공의 구질이 파악되지 않는 구간을 이야기한다.
  2. LA 에인절스 팜 랭킹 = 2015년 29위, 2016년 29위, 2017년 30위, 2018년 20위
  3. 당시 기회를 얻은 페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96.1이닝을 던졌고 ERA 4.58라는 기록과 함께 빅리그 생활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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