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3시즌 리뷰] SSG 랜더스 – 결과도, 낭만도 없었던 그들의 야구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3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6승 65패 3무(최종 3위)

 

지난 시즌 SSG랜더스는 KBO 역사상 처음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랜더스로 이름을 바꾼 후 창단 2년 만의 우승. 팀의 미래 최지훈과 젊은 군필 유격수 박성한이 잠재력을 터뜨리며 우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작년의 우승은 더욱 뜻깊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 팀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시즌 중반까지는 우승 경쟁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후반기 팀이 무너졌고 준PO에서 0승 3패를 기록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과연 올해 무슨 일이 랜더스에 일어난 것일까?

 

매끄럽지 못했던 스토브리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은 스토브리그부터다. 우승을 이끈 류선규 단장이 같은 해 12월 12일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새로 단장으로 임명된 인물은 김성용 R&D 센터장. 이 과정에서 구단 내 비선 실세 의혹이 폭로되었고 팬들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등 많은 잡음이 일었다.

FA 계약도 아쉬웠다. 오태곤과 4년 18억 계약을 맺으며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태양은 놓치고 말았다. 특히 이태양이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ERA 2.93을 기록했고, 랜더스의 불펜진 뎁스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배가 됐다.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은 어땠을까? 우승팀임에도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윌머 폰트는 빅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고, 숀 모리만도와 후안 라가레스는 그들보다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영입했고, 커크 맥카티와 에니 로메로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하지만 두 외국인 투수는 모두 부상 이력이 많아 내구성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고, 곧 현실이 되었다.

 

전반기 – 불안한 질주

< 2023시즌 전반기 KBO 피타고리안 승률 >

지난 시즌 워낙 좋은 성적을 올린 만큼, 올해도 해설위원들은 랜더스가 높은 순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은 전반기 한정 적중했다. 개막 후 상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이어 나가며 LG에 2.5게임 뒤진 2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하지만 당시 랜더스의 피타고리안 승률(득점/실점을 기반으로 한 기대승률)은 0.522로 리그 4위였다. 또한 당시 랜더스는 몇몇 선수에 대한 심한 의존과 불안한 선발진으로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야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무너진 선발 강국, 베테랑에게 의존했던 불펜진

투수진부터 살펴보자. 팀 ERA 7위(4.06)를 기록했는데 지난 시즌 팀 ERA가 리그 4위(3.90)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었다. 투수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 건 선발진이었다. 에이스 폰트가 빠졌음에도 시즌 전 랜더스의 선발진은 리그 상위권으로 꼽혔다. 김광현과 2명의 외국인 투수, 그리고 문승원, 박종훈과 오원석이 있는 선발진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현실은 딴판이었다. 김광현과 맥카티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다. 로메로는 부상으로 인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대체 선수인 로에니스 엘리아스도 전반기 ERA 4.21로 아쉬웠다. 오원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엔트리 탈락 이후, 단 한 경기도 QS를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 문박 듀오 전반기 성적 >

장기계약 듀오 박종훈과 문승원은 역대 최악의 부진을 선보였다. 박종훈은 BB/9이 6.45에 이르는 등 심각한 제구 난조를 보이며 무너졌고, 문승원도 첫 선발 등판 이후 이어진 3경기에서 ERA 10.38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 출처 = SSG 랜더스 팬 인스타그램 >

무너진 선발진을 지탱한 것은 오히려 시즌 초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불펜이었다. 84년생 노경은과 83년생 고효준이 각각 39경기, 38경기에 등판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또한 최민준이 ERA 3.09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임준섭도 23.1이닝을 던지며 3.86의 ERA를 기록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방점을 찍은 것은 서진용이었다. BB/9이 6.57에 이르는 등 불안한 피칭을 이어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ERA 1.21과 24세이브를 기록하며 뒷문을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또다시 ‘최정 랜더스’

타선은 리그 홈런 1위(76개), OPS 2위(0.732)를 기록하며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고른 활약을 보인 지난해와 다르게 이번 시즌 전반기에는 에레디아와 최정만이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에레디아는 전반기 타율 1위, OPS 4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냈다. 최정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전반기 홈런(19), OPS(0.973)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추신수도 OPS 0.783을 기록했고, 최주환도 두 자릿수 홈런(14)을 때려내며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두 선수의 기록도 시즌 전 기대치를 고려한다면 조금은 아쉬웠다.

진짜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이었다. 지난 시즌 타선의 중심이었던 최지훈과 한유섬은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특히 한유섬은 OPS 0.531과 함께 홈런은 한 개도 때려내지 못하는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랜더스는 급하게 두산과의 트레이드로 강진성을 영입하며 외야를 보강했다. 루키 전의산도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진 부진을 끊어내지 못했다. 

 

후반기 – 총체적 난국

< 랜더스 후반기 월별 승률 >

6월까지 매달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랜더스는 이후, 10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단 한 번도 5할 이상의 월간 승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9월에 치른 24경기에서는 승률 0.250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10개 구단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존 선수들의 부진, 그리고 몇몇 선수들, 특히 베테랑에 대한 심각한 의존은 결과적으로 팀의 붕괴를 불러왔다.

 

나는 믿어, 엘리아스만 믿어

투수진부터 살펴보자. 전반기 4.06이었던 ERA는 후반기 4.77까지 치솟았다. 선발진과 불펜진이 모두 붕괴했다. 엘리아스는 평균 6이닝, ERA 3.52로 제 몫을 다해줬다. 그러나 맥카티에게 문제가 생겼다. 전반기 막판 부상을 당하며 7월 단 한 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다. 부상 복귀 후 8월은 ERA 2.08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9월에는 ERA가 11.20에 이르며 난타당했다. 불펜에서 고효준이 ERA 6.84를 기록하며 최악의 후반기를 보냈고, 서진용도 불안한 피칭 끝에 결과적으로 ERA 3.82와 블론세이브 6개를 기록했다. 최민준과 임준섭도 각각 ERA 5.76, 10.61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무뎌진 창

전반기 리그 상위권이었던 타선도 후반기는 침묵했다. 전반기에 2.47%였던 HR%는 1.92%로 떨어졌고 OPS도 리그 7위(0.715)로 하락했다. 후반기 타선의 부진은 에레디아와 최정이 전반기와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 데 있다. 에레디아는 부상과 부진에 신음했고, 최정은 8월 OPS 0.755, 9월 OPS 0.808로 전반기에 비해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시즌 막판 한유섬이 살아나며 3위는 사수했다. 

 

허무했던 포스트시즌

하지만 준PO에서 NC 다이노스를 만난 랜더스는 1~2차전을 홈에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0승 3패로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홈에서 진행된 1, 2차전, NC의 에이스 에릭 페디가 등판하지 않았음에도 타선은 무딘 공격력을 보여줬다. 또한 김원형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여러 번 놓치며 2경기를 모두 아쉽게 내줬다. 3차전은 2회 초 최정의 만루홈런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오원석과 노경은이 다음 회 바로 역전을 헌납했고 이를 뒤집지 못하며 그대로 경기에 패하고 말았다. 

 

어두운 미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랜더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현재 팀의 주축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다. 투∙타에서 팀을 대표하는 선수인 김광현과 최정은 이제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에 들어섰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한유섬, 추신수, 노경은 등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이제 모두 30대 중후반이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유망주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어줄 외국인 선수도 새로운 도박을 해야 하는 상황.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음에도 랜더스의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런트가 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살펴보면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육성팀에서는 그 어떤 유망주도 키워내지 못했다. 최지훈과 오원석은 다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박성한이 붙박이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이는 육성팀의 작품보다는 군대에서 알을 깨고 나온 케이스에 가깝다. 또한 2020년 일어난 템플 스테이 사건, 그리고 올해 전반기에 일어난 2군 구타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유망주 관리에도 실패했다.

프런트의 무능력은 스토브리그에서도 드러났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못하며 갈팡질팡했다. 이호준 LG 코치가 거의 새로운 감독으로 내정되었지만, 중간에 정보가 새어 나가며 이후 갑작스럽게 면접에서 평가가 좋았다는 이유로 이숭용 전 KT 단장으로 선택이 바뀌었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였던 김강민이 팀을 떠나는 등 계속해서 깔끔하지 못한 일 처리를 선보였다. 아무리 팀의 기조가 육성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팀에 20년간 헌신한 베테랑을 내쳤다는 점에서 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가 지난 2012년 은퇴 의사를 밝힌 박찬호를 25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킨 바와는 대조적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지 고작 1년이 지난 지금, 랜더스는 이미 침몰 중이다. 아직 다음 시즌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랜더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참고 = STATIZ, SSG랜더스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에디터 = 야구공작소 양재석, 민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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