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2017년, ‘STOP이 아닌 GO’를 외친 이유

2016년은 캐나다 야구 팬이 꿈꿔왔던 이상적인 우승 적기였다.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 마이클 손더스, 브렛 시슬 등 팀 주축 선수들의 계약 마지막 해였기 때문이다. 구단은 이 시점에 맞춰 팜에서 차근차근 젊은 선수들을 길러냈다. 1~3년 단기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들을 조화시켜 최상의 전력을 구성한다면 도전할 만한 목표였다.

도전은 실패했다. 아메리칸리그챔피언결정전(ALCS)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패했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 직후 많은 이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토론토가 2017년부터 리빌딩의 길을 걷을 것이라 예견했다. 하지만 토론토의 행보는 예상과는 달랐다.

오프시즌 초반 켄드리 모랄레스(3년 3300만 달러), 루어데스 구리엘(7년 2200만 달러), 스티브 피어스(2년 1250만 달러) 등 준척급 FA를 잇따라 영입했다. 팀 전력 보강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2017년에도 ‘GO’를 외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였다. 이런 자신감의 근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2016년 투수의 팀으로 변화한 토론토 블루제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강한 타선에 무게 중심이 쏠린 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5년엔 확실히 팀이 기록한 총 WAR(승리기여도)의 70% 이상이 타선의 힘에서 나왔다. 팀 타격 성적은 0.269/0.340/0.457 wRC+(조정득점생산력) 117에 이르었는데, 비유하자면 타자 9명이 모두 평균적으로 버스터 포지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토론토는 891득점을 기록했다. 2위인 뉴욕양키스보다 127점이 더 많았다.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2016년엔 달랐다. 타선이 팀 WAR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에서 55%로 크게 내려왔다. 타선의 부진과 투수진의 반등이 함께 겹친 결과였다. 타선은 전년도보다 132점 줄어든 759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30개 팀 중 9위로 전년도에 비해서 크게 후퇴했다. wRC+ 역시 117에서 102로 크게 떨어졌다. 바꿔 말한다면 2015년 버스터 포지 9명이 뛰던 타선이, 2016년엔 에두아르도 누네스 9명이 뛰는 타선이 된 셈이다.

반면 투수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장 큰 힘은 선발투수진에서 왔다.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이었던 마커스 스트로만 – 마르코 에스트라다 – JA 햅 – RA 디키 – 애런 산체스 5인은 팀의 162경기중 152경기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팀의 에이스인 데이빗 프라이스가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발 투수진 WAR은 10.9에서 15.3으로 4승 이상 크게 늘어났다. 요컨대 2016년 토론토는 세상의 편견과 같은 ‘타선의 팀’이 아닌 ‘투타의 균형이 잡힌 팀’ 혹은 ‘투수의 팀’으로 변화했다.

콜업이 임박한 유망주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1년 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마이너리그 팜이다. 잇따른 대형 트레이드로 황폐화됐던 마이너리그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 베이스볼아메리카의 칼럼니스트 존 매뉴얼은 토론토 유망주 6~8명이 전미 100위권 안에 포함될 것이라 극찬했다.

2013년 드래프트에서 팀내에서 가장 많은 계약금(85만 달러)을 받고 입단했던 거구(193cm 100kg)의 1루수 로우디 텔레즈는 더블 A에서 0.297/0.387/0.530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는 ‘포스트 엔카나시온’의 선두 주자다. 우완투수 코너 그린, 션 레이드 폴리 외야수 앤서니 알포드, 유격수 리차드 우레나 등도 올해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는 팀내 최고 유망주들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신인 선수들이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2000년대 초반엔 3~4% 가량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년 간은 10%를 상회했다. 즉시 전력감 유망주 다수 보유는 시즌 운용에서 매우 의미가 커졌다.

탄탄한 마운드와 준비된 젊은 선수들. 2017년에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GO를 외친 이유다.

※ 이 글은 일간스포츠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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