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움직임, 회전

[야구공작소 윤형준] 투수가 공을 던지는 동작과 타자가 공을 치는 동작은 서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신체를 ‘꼬는’ 동작(회전)을 바탕으로 힘을 낸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렇다면 투구와 타격에서 회전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느 방향으로 이루어질까?

영상을 보자. 투수는 류현진이며 타자는 kt 강백호와 메이저리그의 호세 알투베다.

먼저 ‘꼬임’의 방향은 던지고 치는 방향과 반대 방향이다. 투수가 공을 앞으로 던지고 타자가 공을 앞으로 치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뒤쪽으로 꼬아야 한다. 야구만이 아니다. 꼬임 동작은 힘을 써야 하는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나타난다. 축구에서는 킥을 할 때, 수영에서는 팔 스윙을 할 때, 배구에서는 서브를 할 때 꼬임 자세가 만들어진다.

꼬임의 원리를 고무줄로 이해해 보자. 고무줄을 늘이면 고무줄에 에너지가 저장된다. 이때 단순히 길게 늘이기만 한 고무줄과 스크류바처럼 배배 꼬아서 늘린 고무줄이 있다면 이 중 더 큰 에너지를 내는 건 당연히 후자다. 꼬는 데에 들인 힘만큼 더 많은 힘을 갖기 때문이다.

꼬여 있는 줄은 처음에 꼬인 순서대로 역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꼬여 있는 인체도 꼬임이 풀리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이것이 투구와 타격에 필요한 회전력이 된다.

또한 고무줄을 늘이거나 꼬기 위해서는 한쪽 끝을 잘 붙잡아줄 지지대가 필요하다. 이는 인체도 마찬가지인데, 우리 몸에서 이런 지지대의 역할을 하는 것은 하체다. 그리고 하체 중에서도 발바닥 관절은 꼬임의 시작을 담당한다.

꼬임이 끝났으면 풀어야 한다. 꼬임의 풀림이 시작되는 곳도 발이다. 꼬임을 푸는 방법은 선수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선수는 앞발에서만, 어떤 선수는 앞발과 뒷발에서 동시에 꼬임을 풀기 시작한다. 대체로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개개인에게 맞는 자세가 다르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분명하게 ‘그른’ 방법의 꼬임 풀기도 있다. 잘못된 관절에서 꼬임을 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자.

C : 발목관절에서 중력 같은 저항이 있을 때 꼬임을 만들 때 나타나는 움직임

D : 발목관절에 아무 저항도 없을 때 꼬임을 만들 때 나타나는 움직임

A : 발목관절에 중력 같은 저항이 있을 때 꼬임을 풀 때 나타나는 움직임

B : 발목관절에 아무 저항도 없을 때 꼬임을 풀 때 나타나는 움직임

 

그림에는 관절이 2가지 등장한다. 목말밑관절(subtalar joint)과 가로발목뼈관절(transverse tarsal joint)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목말밑과절은 발 뒷꿈치 쪽에 위치하고 가로발목뼈관절을 발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다. 쉽게 생각해 목말밑관절은 발 뒷꿈치가 회전할 때, 가로발목뼈관절은 발 앞쪽이 회전할 때 쓰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핵심은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발에 아무런 힘도 가해지지 않을 때(그림 B, D), 가령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발을 자연스럽게 꼬면 발이 전체적으로 움직인다. 두 관절이 모두 사용되는 것이다.

반면 발에 어떠한 힘이라도 가해지고 있는 경우, 가령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발은 고정시킨 채 상체만 오른쪽으로 돌려 보면 자연스럽게 앞발에 힘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가로발목뼈관절만 사용된다. 직접 일어서서 확인해 보자. 억지로 뒷꿈치에 힘을 주고 상체를 꼬아 보면 무척 어색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투수나 타자가 신체를 꼬는 동작은 일어선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꼬임이 앞발에서 시작되고 앞발에서 풀려야 한다. 요컨대 가로발목뼈관절이 꼬임과 풀림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선수에 따라서는 과도하게 힘을 내려고 의식하다가 발뒷꿈치에 힘을 주는, 목말밑관절까지 사용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신체 회전의 축이 불안정해지고 회전 반경이 커지게 된다.(발뒷꿈치로만 서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투수의 경우 회전 반경이 커짐에 따라 오른 무릎이 오른발보다 더 3루 쪽으로 치우치거나 왼 무릎이 1루 쪽으로 벌어지기 쉽다. 왼발이 땅에 착지할 때 오른발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공이 왼쪽으로(좌타자 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자연스러운 동작은 일정하게 반복하기 어려우므로 당연히 제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역학적으로 힘 손실도 많다.

야구에서 회전은 발의 관절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작지만 중요한 움직임에 관심을 갖자.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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