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8시즌 리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 언제나 제자리걸음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조예은)

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70승 92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3위(64승 98패)

[야구공작소 김동윤] 지난해 팀을 떠난 J.D.마르티네즈와 저스틴 벌랜더의 맹활약을 지켜보며 많은 디트로이트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해 수 차례 플레이오프 무대에 도전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을 보지 못했던 벌랜더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반 년 만에 우승반지를 얻게 되자 눈물 짓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떠난 이를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디트로이트 구단은 그들이 남기고 간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팀을 이끌어 줄 감독으로 론 가든하이어를 선임했다. 가든하이어는 12년 동안 같은 지구 라이벌 미네소타 트윈스를 이끌었던 경험 많은 감독으로, 디트로이트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 인사였다. 또한 미네소타에서 큰 족적을 남긴 조 마우어, 토리 헌터, 요한 산타나, 저스틴 모노와 같은 유망주를 선별하고 성장시켰던 가든하이어의 경험과 성품도 가산점을 받는 요소였다.

아빌라 단장은 감독 선임에 이어 팀 운영 또한 노선을 분명히 했다.

하나, 건실한 팀을 위해 기초부터 다져야 하는 팀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베테랑들은 불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35살의 이안 킨슬러는 오프시즌에 LA 에인절스로, 오프시즌에 영입한 마이크 파이어스는 지난 8월, 반년 만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팀을 옮겼다. 팀의 간판 미겔 카브레라와 1선발 조던 짐머맨도 트레이드 대상에 올랐지만, 2년 연속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탓에 마지못한 동행을 이어나갔다.

둘, 부족한 팜을 꾸준히 채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유 가능 기간(서비스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고점에서 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팀을 홀로 이끈 닉 카스테야노스(2019년 후 FA 예정), 시즌 후 FA가 된 호세 이글레시아스 중 시즌 중 팀을 떠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셋, 유망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이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유망주 중 두각을 나타낸 건 팀 내 타자 유망주 1위 크리스틴 스튜어트 하나였다. 오히려 마이클 풀머, 다니엘 노리스, 하이메 칸델라리오 같은 기존의 어린 기대주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이렇듯 노선은 정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지독한 탱킹 모드에 들어간 주변 아메리칸리그 팀 덕분에,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바 없는 답보 상태의 팀은 그렇게 아무런 특색 없이 조용히 시즌을 마쳤다.

 

최고의 선수 – 닉 카스테야노스

시즌 성적: 157경기 678타수 185안타 23홈런 89타점 49볼넷 151삼진

0.298/0.354/0.500/0.854, 3.0 fWAR

무색무취의 디트로이트에서 가장 빛을 발한 건 외야수로 완전히 전향한 카스테야노스였다. 그는 팀에서 유일하게 20홈런 이상을 치며 2년 연속 부상으로 이탈한 카브레라를 대신해 팀 타선을 이끌었다. 팀 내 타점 2위보다 1.5배 이상 더 많았던 카스테야노스의 타점 기록은 얼마나 그가 고군분투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활약 덕택에 커리어 첫 이 주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개인 커리어 최고 기록(wRC+ 130, OPS 0.854)을 남긴 반면, 고질적인 수비 문제(디펜시브 런 세이브 -19)는 우익수로 완전히 전향한 올해도 나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이유로 팀 수뇌부는 그를 오래 함께할 선수가 아니라 FA 전에 트레이드할 선수로 여기고 있다. 올해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이름만 오르내렸지만, 내년에도 그가 디트로이트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선수 – 미겔 카브레라

시즌 성적: 38경기 157타수 40안타 3홈런 22타점 22볼넷 27삼진

0.299/0.395/0.448/0.843, 0.7 Fwar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즌을 건강히 끝마치지 못했다. 부상으로 중도 이탈했음에도 아메리칸리그 1루수 4위(150타수 이상)에 해당하는 OPS를 기록한 점이 유일한 긍정적 요소. 하지만 3000만 달러가 넘는 올해 연봉, 아직 최소 5년 1억 5400만 달러(팀 옵션 2년 6000만 달러)가 남아있는 계약을 생각하면 만족은커녕 실망을 넘어 심각한 우려를 낳는 성적이다.

팀에서는 지난해부터 카브레라의 계약에 부담을 느끼고 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다. 카브레라 또한 지난해 인터뷰에서 트레이드가 된다면 우승을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고 발언한 적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와 성적으로는 강팀은커녕 연봉 보조나 유망주를 받는 트레이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2010년대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카브레라지만 화려한 과거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현실은 참혹하다. 카브레라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팀 내에 당분간 그를 대체할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본인과 팀 모두를 위해 남은 계약 기간 동안 건강한 몸 상태와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2년 연속으로 실망스러웠던 카브레라보다 더한, 3년 연속으로 실망스러웠던 조던 짐머맨도 최악의 선수로 뽑힐만하다. 지난해보다 낫지만 131.1이닝 4.52 ERA라는 성적은 연봉 2400만 달러를 받는 선수에게 기대한 수준에 전혀 못 미쳤다. 그러나 카브레라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로테이션에는 잔류할 전망이다. 최악의 계약을 향해 가는 둘의 반등이 없다면 디트로이트는 또다시 우울한 1년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가장 발전한 선수 –맷 보이드

시즌 성적: 31경기 9승 13패 170.1이닝 51볼넷 73탈삼진 27피홈런 ERA 4.39, fWAR 2.0

보이드는 2015년 데이비드 프라이스 트레이드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온 투수 유망주 3인방 중 한 명이다. 보이드는 다니엘 노리스(당시 블루제이스 팀내 1위 유망주)와 달리 크게 기대 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무난한 네 가지 구종과 제구력을 지녔지만, 구위가 약하다는 딱지를 달고 있던 하위 선발 유망주. 하지만 이 기대치도 채우기는 버거웠던 것이 지난해까지의 보이드였다.

그러나 올해는 크리스 보시오 투수코치와 함께 슬라이더 활용법을 바꿨고, 첫 10경기에서 ERA 3.00, WHIP 1.07, 피안타율 0.199의 성적을 보여주며 팀의 1선발로 급부상했다. 보이드가 올해 슬라이더로 잡은 85개의 탈삼진은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비록 후반기에 브레이크가 걸리긴 했지만(후반기 5승 5패 ERA 3.88), 부상과 부진으로 무너진 디트로이트의 마운드에서 꿋꿋이 버티며 첫 메이저리그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여전히 높은 피홈런율과 낮아진 구속 때문에 팀의 미래로 생각하긴 어렵다. 그러나 팀의 미래가 될 유망주들이 성장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녕, 빅터 마르티네즈

통산 성적 : 8166타수 2153안타 246홈런 1178타점 730볼넷 891삼진

0.295/0.360/0.455/0.815, 32.2 bWAR / 28.4 fWAR

디트로이트에서의 성적 : 3942타수 1033안타 115홈런 540타점 319볼넷 409삼진

0.290/0.349/0.440/0.789, 8.1 bWAR / 3.8 fWAR

한편, 올해 디트로이트 팬들은 지난해 마이클 일리치 구단주와 벌랜더에 이어 또다시 정든 얼굴을 떠나 보냈다. 팬들로부터 ’V-mart’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빅터 마르티네즈가 지난 9월 22일(현지 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 전을 끝으로 16년에 걸친 프로 생활을 마쳤다. 디트로이트와 마르티네즈의 8년간의 동거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첫 4년의 계약기간에는 팀을 4년 연속 지구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015년 재계약 이후로는 부상에 시달리며 팀과 함께 무너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팀의 플레이오프 경쟁을 이끌었던 2016년이 그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마르티네즈의 은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가족력이었던 심장 문제였다. 지난해도 심장 이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던 그는 결국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다.

은퇴를 앞둔 그가 마지막으로 팀에게 바란 것은 한 가지였다. 홈팬들 앞에서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로 출장해, 필드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원대로 마르티네즈는 마지막 타석을 내야안타로 마무리했다. 그 모습은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8년 전 은퇴한 양준혁의 마지막 타석을 떠올리게 했다. 상대팀 캔자스시티 선수들은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고, 베네수엘라 출신 선수들은 달려와 포옹을 했다. 은퇴식에서 그가 받은 찬사는 마르티네즈가 얼마나 존경 받는 선배인지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앞으로의 디트로이트

내년도 디트로이트의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있는 선수 중 핵심이라 할 만한 선수는 전혀 없다. 카스테야노스를 비롯해 괜찮은 성적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언제든지 트레이드 될 수 있다. 다가올 암흑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할 존재는 올해 전체 1번으로 입단한 케이시 마이즈다. 구단과 팬들의 바람은 올해 전체 1번으로 들어온 마이즈가 제2의 벌랜더가 되는 것이다. 드래프트 평가만 놓고 봤을 때 마이즈는 벌랜더 만큼의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디트로이트가 오랜 기간 지켜본 선수였고, 능히 한 팀의 에이스가 될 자질은 갖췄다고 평가됐다. 시즌 100패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을 마이즈의 콜업과 맞춰 완성하는 과제의 성패는 아빌라 단장의 선구안과 유망주들의 성장에 달렸다. 현재 디트로이트의 유망주는 MLB.COM 기준으로 유망주 100위 안에 5명이 올라 있지만 모두 투수로 팜의 투타 불균형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번 시즌처럼 타선에 공백이 많았음에도 팜 출신이 아닌 단년 계약을 맺은 베테랑을 다수 기용했다는 점은 빈약한 타자유망주 현실을 알려준다.

다행히 이제 팀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카브레라와 짐머맨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재정 관리를 위해 주축 선수를 팔 필요가 없다. 여러 매체에서는 서비스타임이 많이 남은 풀머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트레이드해도 대가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의 디트로이트는 지금의 승패보다는 칸델라리오, 스튜어트처럼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유망주들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줄지, 베테랑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반등에 성공한다면 트레이드로 어떤 유망주를 남겨주고 떠나게 될 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출처: fangraphs, baseball-reference, MLB.com

 

에디터=야구공작소 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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