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반기 결산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최선을 다한 비시즌, 또다시 마주한 부상 악령

 

[야구공작소 김동윤] 지난 시즌 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단은 사치세 기준을 넘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초과한 사치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비 에반스 단장과 일선에 복귀한 브라이언 세이빈 단장 특별 보좌는 고액 연봉 선수들을 팔고 사치세 문제를 해결할지, 그들의 반등을 믿고 다시 한번 우승을 도전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그들은 에반 롱고리아, 앤드류 맥커친, 오스틴 잭슨, 토니 왓슨을 영입하며 우승 경쟁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치세 제도에 따르면 그해 사치세 초과액에 대해 첫해 20%, 2년 연속 초과할 경우 30%, 3년 연속 이상 초과하면 5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2017년 전반기 vs 2018년 전반기 (괄호는 메이저리그 전체 순위)

[표 1] 2017년, 2018년 전반기 비교

 

2018시즌 샌프란시스코 주요 선수 전반기 부상 내역(현지시각 기준)

3월 24일 매디슨 범가너 왼손 골절상 *7월 16일 복귀

3월 29일 제프 사마자 오른쪽 흉통 *4월 20일 복귀

3월 29일 마크 멜란슨 오른쪽 팔뚝 부상 *6월 1일 복귀

4월 10일 쟈니 쿠에토 발목 부상 *4월 17일 복귀

5월 8일 쟈니 쿠에토 팔꿈치 부상 *7월 6일 복귀

5월 13일 알렌 핸슨 햄스트링 부상 *6월 2일 복귀

5월 30일 제프 사마자 오른쪽 어깨 통증 *7월 7일 복귀

6월 2일 브랜든 벨트 충수염 수술 *6월 16일 복귀

6월 15일 에반 롱고리아 손가락 골절 *8월 초 복귀 예정

7월 7일 헌터 스트릭랜드 오른손 골절 *8월 중순 복귀 예정

7월 7일 조 패닉 왼쪽 사타구니 염좌 *8월 중순 복귀 예정

7월 15일 제프 사마자 오른쪽 어깨 염증 *7월 마지막 주 복귀 예정

 

샌프란시스코는 작년 한 해 범가너, 쿠에토, 멜란슨 같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1~3선발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 공백을 심화했다. 이 때문에 5선발 후보였던 데릭 홀랜드가 3선발로 올라갔고, 이제 풀타임 1, 2년 차인 크리스 스트라튼과 타이 블락이 원투펀치를 맡았다. 올해 트리플 A에서 선발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던 앤드류 수아레즈와 데릭 로드리게스도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나섰다.

 

후보들의 재발견: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진 1] 앤드류 수아레즈와 데릭 로드리게스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2018시즌 선발 로테이션 전반기 성적 (범가너 제외, *는 올해 데뷔)

쟈니 쿠에토(32세) – 7경기 3승 1패 42이닝 5피홈런 35삼진 ERA 2.36

제프 사마자(33세) – 10경기 1승 5패 44.2이닝 6피홈런 30삼진 ERA 6.25

데릭 홀랜드(31세) – 21경기(18선발) 5승 8패 101.1이닝 13피홈런 103삼진 ERA 4.09

크리스 스트라튼(27세) – 18경기 8승 6패 96.2이닝 11피홈런 73삼진 ERA 4.93

타이 블락(27세) – 29경기(12선발) 6승 5패 86.1이닝 5피홈런 49삼진 ERA 4.48

*앤드류 수아레즈(25세) – 16경기 3승 6패 89이닝 10피홈런 82삼진 ERA 3.94

*데릭 로드리게스(26세) – 9경기(7선발) 4승 1패 46.2이닝 3피홈런 37삼진 ERA 2.89

 

스프링캠프 당시 호평받았던 선발진(범가너 – 쿠에토 – 사마자 – 스트라튼 – 블락or홀랜드)이 이렇게 무너지리라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쿠에토와 사마자가 후반기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각각 구속저하와 어깨 부상의 염려가 있어 휴식과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쿠에토는 큰 부상은 없지만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도 나오지 않아 코치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사마자는 패스트볼 구속은 여전했지만 올해 팔꿈치, 어깨, 흉부 모두에 부상이 있어 의료진이 골치를 앓고 있다.

 

주전 선수들의 부진과 공백은 후보, 신인 선수에게 기회였다. 선발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로드리게스, 수아레즈가 돋보였다. 보치 감독은 두 신인이 후반기에도 선발로테이션에 남는다고 공언했다. 트리플A에서 할 예정이었던 선발 테스트를 메이저리그에서 계속한다는 것이다(12~13번 선발 등판, 175~180이닝을 소화 예정). 스트라튼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다시 한번 균형을 잡을 예정이다. 좋은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던 블락과 홀랜드는 신인 투수들의 뒤를 받쳐줄 롱릴리버로 보직을 옮겼다.

 

마무리 마크 멜란슨의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토미 존 수술 후 돌아온 윌 스미스(30경기 ERA 1.23)와 새로 영입된 왓슨(44경기 ERA 2.08)이 어린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빠른 볼이 강점인 스트릭랜드(34경기 ERA 2.84)와 레예스 모론타(45경기 ERA 1.93)도 뛰어난 스터프를 보여줬다. 불펜은 샌프란시스코의 버팀목이었다. 덕분에 무너진 선발진과 부진한 타격성적에도 5할 승률을 거둘 수 있었다.

 

2018시즌 야수진 전반기 성적 (*는 후보 및 신인 선수)

헌터 펜스(35세, LF) : 48경기 0홈런 11타점 .212/.260/.263/.523

오스틴 잭슨(31세, CF) : .59경기 0홈런 13타점 .242/.309/.295/.604

조 패닉(27세, 2B) : 54경기 4홈런 14타점 .240/.309/.345/.654

에반 롱고리아(32세, 3B) : 67경기 10홈런 34타점 .246/.278/.434/.711

 

*고키스 에르난데스(30세, OF) : 85경기 11홈런 30타점 .277/.324/.454/.778

*파블로 산도발(31세, 3B) : 83경기 8홈런 35타점 .250/.316/.402/.718

*알렌 핸슨(25세, 2B) : 54경기 6홈런 26타점 .283/.314/.503/.817

*오스틴 슬래터(25세, LF) : 20경기 0홈런 3타점 .282/.408/.333/.741

*스티븐 더가(24세, CF) : 6경기 0홈런 4타점 .286/.310/.464/.775

 

필드에서도 후보 선수와 젊은 선수가 베테랑보다 나은 활약을 보여주며 팀을 이끌었다. 외야수 펜스와 잭슨은 공수 모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OPS .700도 되지 않는 타격도 문제였지만 외야 수비가 더 문제였다(펜스 UZR -1.6, 잭슨 UZR -7.9). 이들의 구멍을 메운 건 후보 선수였던 에르난데스, 젊은 선수인 슬래터와 더가였다. 에르난데스는 타격 커리어하이를 갱신했고, 슬래터와 더가는 준수한 타격과 수비를 보여줬다(슬래터 UZR 0.9, 더가 UZR 0.2).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잭슨을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로 약속했다.

 

주전 내야수 패닉과 롱고리아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부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이 빈자리는 올해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온 핸슨이 훌륭하게 메웠다. 핸슨은 수비 안정감이 떨어지지만,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까지 뛸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그런데 좋은 타격감까지 보여주자 내부에선 조심스레 그가 주전 2루수까지 넘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출했다 돌아온 막내아들, 역시 집이 최고지?

 

[사진 2] Welcome Home Panda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샌프란시스코에는 ‘Willie Mac Award’라는 상이 있다. 1980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샌프란시스코의 전설 윌리 맥코비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 해 팀에 가장 영감을 준 선수에게 주는 이 상은 샌프란시스코 팬, 선수, 코치, 훈련 스태프 등 팀 관계자 전원이 투표하는 뜻깊은 상이다. 올해 이 상을 받을 유력한 후보로 파블로 산도발이 꼽히고 있다. 그의 전적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파블로 산도발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뻐하던 4년 전 겨울,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아버지 같다는 보치 감독과 펜스 외에는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팬과 동료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관리 효과만 입증한 채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에게 최악의 기억만 남겼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엔 웃음이 사라졌다. 바닥을 찍은 성적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팀 내 분위기메이커 노릇을 하던 제레미 아펠트와 하비에르 로페즈가 차례로 은퇴가 원인이었다. 팀 내 리더인 포지와 범가너는 묵묵히 팀을 이끌어나가는 유형이었고, 분위기메이커였던 펜스는 부진한 성적 탓에 더이상 클럽하우스 리더가 되기 어려웠다. 그런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지난해 돌아온 산도발이다. 자신의 지난 발언을 모두 후회하며 앞으로 팀에 공헌하겠다던 인터뷰는 빈말이 아니었다.

 

마이애미 훈련 캠프에서 마이너리그 FA였던 데릭 로드리게스를 데려온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자칫 완전히 무너질 수 있었던 선발진에 숨통을 틔웠다. 시즌 초 부진한 타격 성적(97타석 2홈런 .189/.237/.300/.537)을 보이던 크로포드가 살아난 데도 산도발의 공이 컸다. 4월 말경, 그레고 블랑코와 함께 크로포드의 타격자세를 보다가 미세한 차이를 발견한 것이다. 크로포드는 그 조언을 받아들이고 두 달간 최고의 타격감을 뽐냈다(219타석 8홈런 .370/.434/.599/1.033).

 

경기를 보러 온 팬들에게도 재미난 구경거리를 선사했다. 지난 4월 LA다저스전에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우완’투수로 등판했다. 9회 초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그는 자신이 왼손잡이인 것을 어필하면서 다음 등판을 기약했다. 보치 감독은 기자들에게 그의 다재다능함을 칭찬하며 시즌 중에 산도발을 모든 포지션에 세울 것이라는 농담도 건넸다. 산도발이 경기 외적으로만 팀에 보탬이 된 것은 아니다. 공수 모두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그의 이름은 AT&T 파크에 울려 퍼졌다.

 

투수로 등판한 파블로 산도발(출처=MLB.com)

 

필요할 때 빛났던 파블로 산도발

[표 2] 파블로 산도발의 상황별 기록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이 끝나고 선수단은 빠르게 짐을 쌌다. 짧지만 긴 올스타브레이크 4일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다. 포지와 크로포드가 올스타로 뽑혔지만 포지는 참가를 포기했다. 대신 전반기 내내 안고 있던 엉덩이 부상을 치료받기로 했다. 지친 것은 포지만이 아니다. 보치 감독은 부진했던 7월 성적(14경기 6승 8패)의 원인으로 피로를 꼽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더는 어린 팀이 아니다. 평균 연령 29.6세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3번째로 나이가 많다. 전체적으로 큰 부상도 많았고(범가너, 쿠에토, 사마자, 롱고리아) 긴 재활 끝에 복귀해 관리해줘야 할 선수(멜란슨, 스미스, 블랙)도 많다. 그런 만큼 4일이란 휴식은 선수단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진에는 꿀 같은 휴식이 됐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런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은 논웨이버(Non-waiver) 트레이드 마감 기한까지 급여 총액을 낮추고, 좌완 불펜을 데려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작한 2018 샌프란시스코의 전반기는 4경기 차 NL 서부지구 4위라는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시즌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출처 : MLB.COM, Fangraphs.com, statista.com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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