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포지 시대를 대비하는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현재와 미래(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야구공작소 김동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프랜차이즈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최악의 성적(64승 98패)을 거뒀다.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의 부진이 겹친 결과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을 지명하며 새로운 청사진을 그릴 기회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은 33년 전 윌 클락을 뽑은 후 두 번째이며,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가장 이른 순번이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우승 경쟁을 한 탓에 드래프트 전체 5순위 이내 지명도 2008년 버스터 포지를 지목한 이후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역대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 내 지명 (전년도 성적)

1985년 1라운드 2번 – 윌 클락 (1984년 79승 83패)

1986년 1라운드 3번 – 맷 윌리엄스 (1985년 62승 100패)

1997년 1라운드 4번 – 제이슨 그릴리 (1996년 68승 94패)

2008년 1라운드 5번 – 버스터 포지 (2007년 71승 91패)

*2018년 1라운드 2번 – 조이 바트 (2017년 64승 98패)

 

샌프란시스코는 모처럼 찾아온 이 기회를 조지아 공과대학교에 재학 중인 21살의 포수 조이 바트에게 썼다. 사실 이 지명은 MLB.COM의 조나단 마요를 비롯한 대부분의 야구 관련 매체에서 예상했기 때문에 팬들에게도 놀라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을 쉽게 예측했던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던 샌프란시스코

 

지난 몇 년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유망주를 지출하기만 하고 유망주의 성장은 더뎠던 샌프란시스코는 질적, 양적으로 유망주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투수 유망주의 부족이 심각해 2009년 잭 휠러 이후 투수 유망주들은 안정적으로 빅리그에 자리잡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1년까지 우승 경쟁을 하든 주축 선수들을 팔고 리빌딩을 시작하든, 팀의 미래를 계획하는 데 있어 샌프란시스코의 유망주 상황은 암담했다.

 

한편 올해 드래프트 풀은 여러 스카우트들로부터 지난 2년에 비해 양과 질 모두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올해 최대어로 급부상한 오번 대학의 케이시 마이즈를 지명할 것이 유력했다. 마이즈의 위상을 위협하는 유망주는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됐다.

 

하나는 올해 좋은 투수 유망주들이 많은 점을 이용해 1라운드에 배당된 슬롯 머니를 아끼고 1라운드급 투수 유망주 둘을 잡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좋은 잠재력을 가진 투수 유망주를 가지지 못했던 샌프란시스코였기에 이 선택도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다른 하나가 마이크 주니노(2012년 전체 3번, 시애틀 매리너스 지명) 이후 포수 최대어로 꼽히는 조이 바트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2008년 포지를 드래프트한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나온 유사한 조건(같은 조지아 주 출신, 대학 최고의 포수라는 명성)의 대학 포수는 존 바 스카우팅 디렉터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지칠 대로 지친 리더 버스터 포지

 

어느덧 31살이 된 버스터 포지(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지난 2016년 기록적인 하반기(30승 42패) 이후 계속된 샌프란시스코의 부진을 두고 팀의 중심타자이자 리더인 버스터 포지의 부진이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 동안 샌프란시스코 짝수해 기적의 중심엔 항상 포지가 있었다. 특히 순위 경쟁이 치열한 하반기에 불타올랐던 포지였기 때문에 포지의 존재는 더욱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포지의 우승 시즌 짝수해 성적(하반기 성적)

2010년 – 108경기 18홈런 67타점 .305/.357/.505/.862

(70경기 11홈런 42타점 .283/.340/.472/.812)

 

2012년 – 148경기 24홈런 103타점 .336/.408/.549/.957

(71경기 14홈런 60타점 .385/.456/.646/1.102)

 

2014년 – 147경기 22홈런 89타점 .311/.364/.490/.854

(62경기 12홈런 43타점 .354/.403/.575/.978)

 

하지만 2014년 우승을 기점으로 포지는 홈런도 잘 치는 S급 포수에서 홈런이 없는 평범한 포수로 전락했다. 장타율 감소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언급됐다. 호사가들은 나이로 인한 하락세를 얘기했고, 에반스 단장은 포지가 잘 치는 타구방향이 홈인 AT&T 파크와 맞지 않을 뿐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얼마 전 브루스 보치 감독은 포지의 엉덩이 부상을 원인으로 언급했는데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포지에게 더 이상 한 팀의 중심타자로서의 장타력과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지의 하락세는 샌프란시스코의 수뇌부에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웠고, 고민 끝에 바트를 지명했다.

 

포지의 지난 5년간의 장타율 감소

*2014년 – 147경기 22홈런, 순장타율 .179, 홈런/플라이볼 비율 13.4%

2015년 – 150경기 19홈런, 순장타율 .153, 홈런/플라이볼 비율 11.0%

2016년 – 146경기 14홈런, 순장타율 .147, 홈런/플라이볼 비율 9.8%

2017년 – 140경기 12홈런, 순장타율 .142, 홈런/플라이볼 비율 8.4%

2018년 – 88경기 5홈런, 순장타율 .115, 홈런/플라이볼 비율 5.3% (현지시간 7월 30일 기준)

 

물론 샌프란시스코가 버스터 포지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포기할 리는 없다. 부진의 원인에 대한 추측은 제각각이지만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하나다. 포지를 체력 부담과 부상 위험이 높은 포수에서 부담이 덜한 1루수로 보내는 것이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시즌 중 가벼운 부상은 얘깃거리도 아니지만 실제로 포지는 몇 년간 지속적인 부상에 시달렸다. 바트의 성장에 따라 포지의 1루수 이동은 현실로 다가올 예정이다.

 

포지와 비슷하지만 정반대 성향을 가진 조이 바트

 

조이 바트,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바트는 고등학교 졸업 후 5라운드 내로 뽑힐 수 있는 뛰어난 재능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이미 조지아 공과대학교로 진학하려는 마음을 굳힌 상태였고, 그 탓에 2015년 드래프트에서 27라운드에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았다.

 

제이슨 베리텍, 맷 위터스라는 훌륭한 포수들을 길러낸 대학교로의 진학은 헛되지 않았다. 대학 초반의 바트는 괜찮은 파워와 게임 리딩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족한 컨택과 포구능력이 약점이었다. 또 지나친 향상심과 열정이 오히려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니 홀 감독의 꾸준한 지도 하에 경기에서의 약점을 보완했고, 경기 외적으로도 크게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진정한 팀의 리더로 거듭났다. 어느 구장에서든 2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파워와 외야 어느 곳이든 공을 보낼 수 있는 타격 능력 그리고 뛰어난 리더십과 수비력까지 갖춘 포수를 스카우트들이 놓칠 리 없었다. 단숨에 1라운드 최상위 순번으로 거론된 바트는 같은 연고의 대학 최고 포수라는 이유로 제 2의 버스터 포지라는 찬사까지 듣게 된다.

 

버스터 포지 vs 조이 바트

[표 1] 포지와 바트의 드래프트 당시 비교

 

하지만 포지와 바트는 외적인 요소(고향, 신체조건) 외에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졌지만 포지는 중장거리형 교타자, 바트는 슬러거 유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성격이다. 침착한 성격의 포지가 대학 시절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다면 바트의 혈기왕성한 성격은 타석까지 영향을 미쳤고, 공격적인 타격성향은 꾸준하지 못한 성적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드래프트 당시의 평가만을 놓고 본다면 바트는 내구성과 파워 면에서는 포지에게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떨어졌다. 또한 두 선수 모두 완성형 포수라는 평가는 같았지만 포지는 같은 나이 때 이미 골드글러브가 예상될 정도로 수비를 인정받았고, 바트는 그만큼은 아니었다.

 

조이 바트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바트의 성격과 타격성향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이 팬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근거는 또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008년 포지를 마지막으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에서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다. 포지 이후 지난 10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두각을 나타낸 1라운드 드래프티는 조 패닉뿐이다.(2011년 드래프트)

 

사실 샌프란시스코 수뇌부가 포지의 후계자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과거 포지의 후계자로 앤드류 수색(2011년 2라운드 86번), 아라미스 가르시아(2014년 2라운드 52번)를 뽑은 적이 있었다. 두 선수 모두 드래프트 당시 바트와 비슷하게 컨택보다는 파워가 돋보이는 타자였고, 수비가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 포수였다. 수색은 착실히 성장해 후보 포수로서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도 손에 끼웠지만 문제됐던 컨택이 나아지지 않았고 반복되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아라미스는 뛰어난 수비는 여전했지만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컨택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겨우 더블 A로 올라왔다.

 

둘 중에서 바트와 대학 시절 비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아라미스였다. 두 사람 모두 대학교에서 부족한 수비와 컨택 능력을 향상시켰고 드래프트 해에 본인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아라미스는 물론 아라미스보다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수색도 드래프트 당시 받았던 컨택에 대한 우려를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라미스 가르시아 대학 시절 성적

2012 – 55경기 6홈런 19볼넷 43삼진 .271/.344/.417/.761

2013 – 57경기 11홈런 17볼넷 39삼진 .321/.378/.522/.900

2014 – 45경기 8홈런 25볼넷 23삼진 .368/.442/.626/1.068

 

조이 바트 대학 시절 성적

2016 – 43경기 1홈런 8볼넷 34삼진 .299/.351/.382/.733

2017 – 44경기 13홈런 16볼넷 50삼진 .296/.370/.575/.945

2018 – 57경기 16홈런 34볼넷 43삼진 .359/.471/.632/1.103

 

샌프란시스코의 이번 선택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 바트는 2라운드에서 지명받았던 수색과 아라미스보다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포지만큼은 아니지만 세련된 타격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의 뜨거운 열정을 가라앉혀 줄 멘토는 이미 클럽하우스에 즐비하다. 또한 샌프란시스코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바트를 주시해 왔으며, 같은 대학 출신의 스카우트까지 보내 면밀히 관찰할 정도로 신중함을 보였다. 

그리고 바트는 6경기 만에 루키 리그를 졸업하고 싱글 A 단기 리그에서 20경기 9홈런 24타점(현지시간 7월 30일 기준)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대학 시절 맷 위터스조차 하지 못했던 볼 배합을 허락받은 바트답게 수비 또한 안정적이다. 특히 5할에 달하는  도루저지율(12번의 도루시도, 6번의 도루저지)은 그의 우월한 운동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다음 시즌 바트를 싱글 A+팀인 산호세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로 내보낼 계획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바트를 싱글 A 풀리그에서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리그를 단계별로 거치면서 꾸준히 지적받는 타격 어프로치를 개선한다면 그 시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바트의 AT&T 방문 당시 에반스 단장과 보치 감독은 바트와 포지의 포지션 연쇄이동에 대해 말을 아꼈다.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내년 9월 확장 로스터에서 바트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다. 포지를 롤모델로 빠르게 성장해 메이저리그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트의 의지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출처 : MLB.COM, Fangraphs, baseball-america, NBC sports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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