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외인 영입 제도, 아시아 쿼터제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올해 KBO리그엔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됐다. 5월 22일 SSG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를 활용해 일본 독립리그 출신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했다. 엘리아스가 부상에서 회복하면 SSG는 둘 중 한 명의 외인과만 남은 시즌을 동행할 수 있다.

만약 케이쇼가 6주간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SSG는 비교적 성적이 안 좋은 엘리아스를 웨이버 공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선발진이 정립이 안 된 SSG 입장에서 둘 다 팀에 남는다면 그만한 호재가 없을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일본 국적의 케이쇼라서 가능한 새로운 외인 영입 제도, 아시아 쿼터제다.

 

아시아 쿼터제 : 팀 네 번째 외국인 용병 영입 제도

아시아 쿼터제는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과 별도로 아시아 국적의 선수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아시아 역내의 선수 교류를 증진한다는 의미를 담으며 통상적으로 각 아시아 스포츠 연맹 소속국 내에서 협약하여 도입된다. 한국에선 2009년 K리그를 시작으로 KBL과 V-리그도 채택한 제도다. 만약 KBO리그에 도입된다면 프로야구 리그가 있는 대만(CPBL), 일본(NPB)리그와 함께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쿼터제는 크게 2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로 아시아권 선수 영입으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올해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아시아 쿼터제로 영입한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왓티 퍼티위의 인기로 V-리그 14개 구단 중 최초로 유튜브 실버 버튼을 획득했다. 전체 접속자 가운데 무려 86%가 인도네시아에서 유입된 팬들이었다.

근래 V-리그엔 전광판에 태국어 등 다양하게 번역된 배구장 에티켓 안내문을 송출할 정도로 아시아 팬 유입이 많아졌다. 한국배구연맹은 이를 통해 중계권 판매와 여행 상품 개발 등 아시아 시장 개척까지 논의하고 있다.

< V-리그 태국어 관람 에티켓 안내 >

< 메가왓티 퍼티위를 응원하러 온 인도네시아 팬들 >

K리그에도 선례가 있다. 올해 수원FC 구단 공식 SNS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출신 프라타마 아르한 영입으로 팔로워 수가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이를 통해 수원FC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시아 쿼터제 도입으로 타국 야구팬들이 KBO에 유입된다면 비단 KBO리그 뿐만 아니라 매년 적자에 힘들어하는 각 구단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로 기존 외인보다 낮은 금액에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다. 먼저 대만의 경우 2018년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이 61,200달러(한화 약 8,400만 원)였다. 2018년 KBO리그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이 1억 5,026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CPBL 상위권 선수를 국내 선수보다 낮은 비용으로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2군, 사회인야구, 독립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우리나라 1군에 못지않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나라 상대 5.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토요타 자동차 야구단 가요 슈이치로의 투구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2018년 1,500엔(한화 약 1억 500만 원) 정도가 일본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하는 사회인야구 선수 연봉이었다. 가성비를 따졌을 때 팀 전력 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중히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제도

아시아 쿼터제 도입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중 몇 개만 짚어보면 첫째로 선수 유출의 위험성이다. 앞서 말했듯 아시아 쿼터제는 양국 간 선수 이적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제도다. 그리고 이는 KBO리그 선수들이 좋은 조건에 CPBL 혹은 NPB로 이적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수준도 높고 자금력도 좋기 때문에 KBO리그 상위권 선수의 NPB 이적이 잦아질 수 있다.

가령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팀 토종 1선발이 NPB에 진출하고 사회인야구 혹은 독립리그 출신 투수를 영입한다면 이를 KBO리그 구단 입장에서 전력 보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으로 전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필자는 KBO리그가 아시아 쿼터제를 도입한다면 이 부분을 어떻게 조절하는 지가 제도의 흥망을 좌우할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는 샐러리캡이다. 현재 V-리그와 KBL은 아시아 쿼터 선수 연봉를 외국인 샐러리캡에서 제외하고 있다. 기존 외국인보다 낮은 수준의 독립된 샐러리캡을 적용 중이다.1

< 2023~2024시즌 기준 KBL, V-리그 외국인 및 아시아 쿼터 선수 연봉 규정 >

KBO리그는 1년 차 최대 100만 달러로 규모가 타 스포츠에 비해 큰 만큼 신중하게 아시아 쿼터 선수 샐러리캡을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CPBL과 NPB는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이 없다. 과한 KBO리그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로 타리그 아시아 쿼터 선수 샐러리캡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로 선수의 국적이다. 2015년 대구FC에서 아시아 쿼터로 영입한 에델은 팔레스타인과 브라질 이중 국적이었다. 당해 대구FC는 사실상 4명의 브라질 선수를 기용하는 효과를 누렸고 이를 통해 챌린지(2부) 리그에서 클래식(1부) 리그로 승격했다.

이후 위조여권으로 국적을 조작한 강원FC의 세르징요 등 K리그는 이중국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 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혼혈과 이중국적에 대한 확실한 규정도 필요하다. 가령 BFA(아시아 야구 연맹) 소속국과의 아시아 쿼터제가 도입되면 중국과 한국 이중국적인 KT 주권의 입지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호주에 대한 얘기도 빠질 수 없다. K리그는 호주 출신 선수도 AFC(아시아 축구 연맹) 소속이기 때문에 아시아 쿼터제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야구계에서 현재 호주는 BFA 소속이 아니지만 작년 개최된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작년 WBC에서 저력을 보여줬고 프로 야구 리그도 있는 만큼 포함 여부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

올해 5월 미국 단장 워크숍에서 KBO와 프로야구 구단들의 아시아 쿼터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대부분의 구단이 도입 취지에 공감한 만큼 KBO리그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많은 부분을 규정해야 하고 타국과의 논의도 필요하기에 도입에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쿼터제 도입을 기다리며 언젠가 만날 네 번째 외국인 용병을 기대해 보자.

 

참고 = CPBL STATS, KBL, KOVO 한국배구연맹

야구공작소 장호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원정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1. K리그는 외국인 연봉 규정이 없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