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B의 FA 보상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지난 1월 11일 닛칸 스포츠가 FA 야마카와 호타카의 보상선수로 와다 츠요시가 지명되었다는 속보를 전했다. 와다는 현 소속 구단의 전신인 다이에 호크스를 포함해 무려 16년 동안 호크스 유니폼을 입고 뛴 팀의 레전드 플레이어다. 소프트뱅크 팬들은 팀의 정신적 지주를 보상선수로 내줬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결국 거센 비난을 감당하지 못한 팀이 세이부 라이온스와 재협의한 끝에 보상선수를 카이노 히로시로 변경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예상 밖의 선수가 인적 보상이 되어 팬과 선수가 상처를 입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구단이 기존 결정을 번복해 보상선수를 재지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례 없는 사태에 사람들은 구단 간 재협의가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NPB FA 보상 제도가 어떤 것이기에 이러한 논란이 생겨난 것일까.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NPB의 고유한 FA 보상 제도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NPB FA 보상 제도의 현황

NPB FA 보상 제도는 대상 선수의 연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NPB FA 규약의 제10조에 따르면 FA 선수들은 원소속 구단에서 뛴 마지막 해에 수령한 연봉에 의해 랭크가 부여된다. 팀 내에서 연봉 1~3위 선수들은 A랭크, 4~10위 선수들은 B랭크, 그 외의 선수들은 C랭크에 해당한다.

타 구단 소속이었던 C랭크 선수와 계약할 때는 영입에 따른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A랭크 혹은 B랭크 선수와 계약을 하면 원소속 구단이 영입 구단에 선수 보상과 금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FA 규약에 따른 선수 및 금전 보상의 조건을 표로 시각화하면 아래와 같다.

< 표1 = 선수 랭크와 보상 선수 지명 유무에 따른 FA 보상의 차이 >

타 구단의 A·B랭크 선수를 영입하면 영입 구단의 지출은 FA 계약에 따른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소속 구단의 선택에 따라 영입한 선수의 연봉에 비례한 금전 보상이 발생하며 보호명단 밖에 있는 선수도 1명 내어줘야 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구단이 FA 시장에서 선수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입 시 발생하는 부담을 크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FA 보상 제도의 취지는 적절히 구현되고 있다. 외부 FA를 가장 자주 영입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최근 10년 동안 A·B랭크 선수 영입이 7명에 그쳤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좁혀 봐도 가장 많은 외부 FA를 영입한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A·B랭크 선수 3명 영입에 머물렀다. 샐러리캡과 사치세 제도가 없음에도 특정 팀의 FA 독식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보상 제도로 인한 영입 비용의 증가로 무제한적인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보상 제도의 문제점

위 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A·B랭크 FA를 영입하면 원소속 구단이 영입 구단의 보호명단 밖에서 선수를 1명 지명해 인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부가 조건이 붙어 있다. 원소속 구단은 인적 보상으로 외국인 선수와 육성 선수를 선택할 수 없다. 이 단순한 제약 조건은 제도의 맹점을 만들어낸다.

NPB에서 구단은 육성 선수를 제외하고 최대 70명의 선수를 등록해 1군과 2군에 배치할 수 있다. 70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고 그중 외국인 선수가 5명이라 하면 A·B랭크 FA를 영입한 구단은 65명 중 28명만 보호명단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영입 구단이 나머지 선수 중 누군가를 육성 선수로 전환한다면 원소속 구단은 그 선수도 선수 보상으로 택할 수 없게 된다. 

칼럼니스트인 우지하라 히데아키는 육성 선수가 보상 선수 지명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 보상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보상 선수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의 존재다. FA 규약 제10조 제7항에 따르면 보상 선수로 지명된 이는 이적을 거부할 경우 출전 자격이 정지되어 어느 팀에서도 뛸 수 없게 된다. 칼럼니스트 히로오 코는 이 조항이 선수의 선택권을 존중하고자 하는 FA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비판했다. FA가 된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선수의 선택권을 희생하는 모순이 있는 것이다.

 

구단, 선수, 팬 모두를 위한 대안

지난 1월을 기점으로 FA 보상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선수협회는 당초 FA를 통한 선수 이적 활성화를 위해 인적 보상 제도의 철폐를 요구했다. 그러나 FA 영입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 자금력이 풍부한 구단에 대형 선수의 이적이 집중될 수 있어 일부 구단이 인적 보상 폐지에 반대 의견을 냈다. 선수협회와 구단의 논의가 지속되는 동안 많은 이들이 다각도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표2 = FA 보상 제도의 여러 대안과 각 대안의 장단점 >

데이터 분석가인 이치카와 히로히사는 선수 보상 제도의 유지를 전제로 의견을 주장했다. 그는 선수 보상의 범위에 육성 선수를 포함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치카와의 대안을 NPB가 받아들인다면 영입 구단이 원소속 구단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 FA 영입 구단이 특정 선수를 지키기 위해 기존 선수 계약을 육성 계약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안은 실력과 경력이 충분한 선수가 육성 선수가 되어 육성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는 문제를 해소한다는 이점도 있다.

NPB 3개 구단을 경영한 세토야마 류지는 보호명단의 인원이 28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육성 선수를 선수 보상의 범위에 포함하되 보호명단 인원을 확장한다면 FA 영입 구단의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선수 보상의 유지를 전제로 하므로 보상 선수의 선택권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선수 보상 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제시된 방안도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야구 평론가인 나카다 요시히로는 선수 보상을 없애고 금전 보상을 강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금전 보상이 현재보다 커진다면 영입 구단이 부담하는 비용이 상승하므로 특정 구단이 여러 선수를 획득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금전 보상이 커지면 자금 여유가 부족한 구단이 FA 영입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 대안은 선수 보상이 가진 단점을 해소할 수 있으나 구단 간 경쟁의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다른 대안은 보상 선수를 드래프트 지명권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야구 해설가 나카하타 키요시는 A·B 랭크 선수 영입 시 다음 해 드래프트에서 원소속 구단에 지명권을 양도하는 대안을 주장했다. 이 제안을 수용하면 계약 시점에 영입 구단이 부담하는 비용은 계약금과 연봉으로 한정된다. 원소속 구단은 떠나간 선수 못지않게 활약할 수 있는 선수를 지명할 권리를 얻게 된다. 다만 드래프트 지명권은 즉각적 사용이 불가하며 실질적 가치를 발휘하는 시점이 미래이므로, 현행 제도보다 원소속 구단이 지는 리스크가 크다.

 

선수협회와 12개 구단은 여러 대안을 저울질하며 보다 합리적인 보상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어떤 개선안을 채택할지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상의 공정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선수 보상 규정이 사라진다면 FA 영입 구단과 원소속 구단의 득실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보상 규정을 신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NPB의 FA 규약은 1993년에 제정되었고 2008년에 마지막으로 개정을 거쳤다. 16년에 걸쳐 65명의 선수 이적 사례를 지켜보며 일본 야구계는 FA 보상 제도에 대한 토론을 벌여 왔다. 지난겨울은 변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달했다. 일본의 야구팬들은 이전보다 활발해진 선수와 구단의 논의가 NPB FA 보상 제도의 합리적인 개정을 이끌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참고 = 닛칸 스포츠, 산케이 신문, PRESIDENT Online, 데일리 스포츠, 원포인트제로투, Full-Count, 스포니치 아넥스

야구공작소 강상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익명,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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