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궁.해] 올라가선 안 되는 잔디 위로 내야수가 걸어다닙니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

“심판이 궁금해, 심궁해”는 현역 야구 심판이 심판에 대한 억울함을 스스로 해소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야구 심판과 규칙에 대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달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평소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세요.

2024년 KBO리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ABS가 전격 도입되면서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며, 2023년 메이저리그에서 시작한 피치클락도 들어온다. 베이스의 한 변의 길이가 15인치에서 18인치로 늘어나며, 내야수의 과도한 시프트 또한 제한된다. 변화의 정도가 사소하지 않다. 경기하는 선수들도, 시청하는 관중들도, 규칙을 적용하는 심판들도 새로운 변화를 공부하고 적응할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내야 시프트 제한은 과거에 허용된 행동을 앞으로 못 하게 막는 일이라 더 집중해야 한다. 선수, 코치, 심판, 중계진 모두 특정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방지·제재하기 위해 달라진 규정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규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시즌을 맞는다면 시프트 제한 위반 상황이 나와도 발견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내야 시프트 제한이 생기기까지

20세기 중반부터 특정 방향으로만 타구를 보내는 타자를 상대로 수비수를 옮기는 수비 방식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이에 각 구단은 본격적으로 시프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테드 윌리엄스’식으로 불리는 극단적인 수비 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좌·우타자가 나오면 수비가 우·좌측으로 1~2걸음 움직는 정도의 시프트는 기본이 됐다.

21세기 들어서 시프트 사용 횟수는 크게 늘었다. 2010년 3,323회에 불과한 수비 시프트 빈도가 2022년에는 7만 2,912회까지 증가했다. 12년 사이에 무려 약 22배 늘어난 것이다. 시프트 적용 비율 또한 크게 늘었다. 시프트가 적용된 타석의 비율은 2015년 30% 초반대를 기록했지만, 불과 5년 사이에 15%p 이상 상승했다. 모든 팀이 타자의 성향에 따라 수비를 옮겨 출루를 막는다는 설계를 전보다 더 자주 활용했다.

그러나 시프트로 인해 야구를 하고 보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런 주장을 가장 옹호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롭 맨프레드(Rob Manfred) MLB 커미셔너였다. 맨프래드 커미셔너의 바람대로 MLB 사무국은 수비 시프트를 어떻게 제한할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도 마쳤다. 결국 2022년 9월 6명의 구단 대표, 4명의 선수 대표, 1명의 심판 대표로 이뤄진 합동경기위원회(Joint Competition Committee)에서 수비 시프트 제한 조항은 찬성 7, 반대 4의 결과로 승인됐다.

여기서 반대 4표는 믿기지 않겠지만 선수 대표 전원이었다. 메이저리그선수협(MLBPA)은 2022년 합동경기위원회 개최 이후 곧바로 공식성명을 통해 ‘선수들이 수비 시프트 제한에 대해 건의한 내용에 대해 MLB 사무국이 전혀 반영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투수나 타자나 시프트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아 보였지만, 실상 선수들의 의견은 달랐다. 2018년 USA Today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62명 중 54명이 수비 시프트 제한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다수는 시프트가 전략의 하나이며, 이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불편하게 바라봤다. 설문에 응한 맷 더피(Matt Duffy)는 메이저리거라면 시프트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칙책에 나온 내야 시프트 제한

어쨌든 MLB는 2023년 시즌부터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MLB 규칙책인 Official Baseball Rules(OBR)의 5.02(c)항은 변경된 시프트 제한 조항을 담기 위해 전면 개정됐다. 기존 5.02(c)항은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 안이라면 어느 곳에 있어도 된다”로 끝났다. 사무국은 2023년부터 이 조항에 ‘(i), (ii), (iii)이 설명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라는 항목을 추가, 내야수 위치를 제한했다.

 

OBR 5.02(c) 내야수 위치

(i) 투구판 위에 있는 투수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투구를 시작할 때 수비팀은 투포수 외 최소 4명의 야수가 두 발을 내야 흙 바깥쪽 경계선 내에 둬야 한다.

(ii)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놓을 때 수비팀은 투포수 외 최소 4명의 야수가 두 발을 내야 흙 바깥쪽 경계선 내에 둬야 하며, 2루 베이스의 좌우 양측에 각각 최소 2명의 야수가 두 발을 위치시켜야 한다.  

(iii) 투수가 이닝의 첫 타자에게 초구를 던진 뒤로, 2루 베이스의 좌우 양측에 위치한 야수는 그 이닝에만 반대편으로 넘어가거나 자기가 위치한 측면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경기에 투입된 적이 없는 투수가 등판할 때를 제외하고 수비 교체가 일어나면 야수는 반대편으로 건너가거나 포지션을 옮길 수 있다. 정당하게 교체로 들어온 수비수라도 교체 이후 투수가 첫 투구를 진행하면 반대편으로 넘어가거나 자기가 위치한 측면을 벗어날 수 없다. (추가로 수비 교체가 진행되면 위치를 옮길 수 있다.)

주: 심판은 내야수 위치 규칙이 타자가 타구가 날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자리에 수비가 투구 이전에 내야수를 두 명 이상 배치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심판의 재정에 따라 만약 야수가 5.02(c)를 위반하려 한다면 심판은 하기한 벌칙을 적용해야 한다.

벌칙: 만약 수비가 5.02(c)를 위반하면 투구는 볼이 되며 볼데드이다. 그러나 위반과 상관없이 타자가 안타, 실책, 볼넷, 사구 등으로 출루하거나 모든 다른 주자가 최소 하나 이상의 베이스를 얻으면 그 결과가 인정된다. 만약 위반이 이뤄진 상황에서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등의 결과가 나오면 공격팀 감독은 타격 결과를 선택할지에 대해 주심에게 통고할 수 있다. 감독은 플레이가 끝난 직후 주심에게 선택을 알려야 한다.

< 그림 1 = KBO가 배포한 안내 자료 중 일부. 시프트 제한 조항의 기준선은 2루를 수직으로 가른 선이다 >

이상의 조항은 KBO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배포한 안내 자료와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시프트 제한 조항을 설명하기 보단, MLB에서 2023년 시즌에 위반 사례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시프트 제한을 위반한 사례 – (ii)항 위반

2023년 MLB에서 5.02(c)를 위반한 사례는 세 건 나왔다. 최초의 위반 사례는 6월 14일 메트로 시리즈로, 뉴욕 메츠의 2루수 제프 맥닐이 저질렀다.

< 그림 2 = 2023년 6월 14일 뉴욕 메츠 2루수 제프 맥닐의 시프트 제한 위반 사례 >

가장 처음 시프트 제한 위반 판정을 내린 구심은 2022년 합동경기위원회에 심판을 대표해 출석했던 빌 밀러였다. 그는 <그림 2> 상황에서 맥닐이 제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볼데드를 선언했다.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이 투구에 헛스윙했지만 스트라이크 대신 볼을 하나 받았다.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볼 것은 밀러가 시프트 제한 위반을 선언한 시점이다. <그림 2>의 가운데 장면을 보면 밀러는 투수 애덤 오타비노가 공을 놓았을 때가 아니라 투구를 시작할 때 손을 들기 시작했다. 즉, 밀러의 시점에서 맥닐의 시프트 제한 위반은 투구동작이 시작된 시점에 발생했다.

조항으로 돌아가자. 4명 이상의 내야수가 흙 위에 있어야 한다는 5.02(c)(i)항의 적용 시점은 투수가 투구판 위에서 투구동작을 시작할 때고, 최소 2명의 야수가 2루의 좌우 양측에 있어야 한다는 5.02(c)(ii)항의 적용 시점은 투수가 공을 놓을 시점이다.

(i)항과 (ii)을 종합하면 맥닐의 수비 위치는 정상이다. 만약 맥닐이 오타비노가 공을 놓았을 때도 2루 베이스 위에 겹쳐 있었다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림 2>의 좌측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맥닐은 오타비노가 투구동작을 시작할 때는 홈플레이트 기준 2루 베이스 좌측에 발을 두고 있다. 오타비노가 공을 놓을 시점인 <그림 2>의 우측 장면에서는 맥닐의 두 발이 모두 2루 베이스 우측에 있다. 따라서 맥닐은 시프트 제한을 위반하지 않았다.  

< 그림 3 = 시프트 제한의 타임라인. 야수 교체가 진행되면 이닝 시작과 동일하게 다시 시작한다. >

아이러니하게도 시프트 제한 조항을 승인한 심판이 역사적인 첫 판정을 오심으로 기록한 데에는 모두가 5.02(c)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선 6월이 되기까지 모든 팀이 시프트 제한 조항을 ‘착실하게’ 준수한 덕분에 심판도 새로운 규정을 적용할 일이 없었다. 그로 인해 (i)항과 (ii)의 적용 시점을 착각했을 것이다. 심판도 사람이다.

같은 맥락에서 시프트 제한을 적발당한 메츠 또한 이게 위반인지 아닌지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3-3으로 팽팽한 8회말인데도 상당히 중요할 수 있는 심판 판정을 반박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저 이닝에서 메츠가 실점하지 않고 이후 이겼기에 망정이지, 메츠가 졌다면 여러 분석가가 시프트 제한 위반에 대한 설명을 내놨을 것이다.

KBO가 발표한 안내자료에는 5.02(c)(i)항과 (ii)항의 내용이 제대로 나왔기에 맥닐과 밀러 사례를 참고해 각 팀과 심판이 잘못 적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시프트 제한은 비디오 판독 대상인가

MLB에서 나온 두 번째 시프트 제한 위반 사례는 9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경기에서 나왔다. 9회초 1사, 0-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자이언츠의 패트릭 베일리의 타구는 느린 유격수 땅볼이 되었다. 그때, 자이언츠의 게이브 케플러 감독이 갑자기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다. 사유는 파드레스의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시프트 제한을 위반했다는 것.

케플러 감독의 요청을 받은 구심 라이언 윌스(윌스 구심은 2023년 AAA와 MLB를 오가며 활동한 심판으로, 2024년부터 정식 MLB심판으로 채용되었다)는 해당 플레이가 비디오 판독 대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4심 중 최선임인 1루심 덕 에딩스와 상의했다. 에딩스는 시프트 제한 위반이 비디오 판독 대상이라 판단하고 뉴욕과 연락을 취했다. 보가츠의 시프트 제한 위반 여부를 떠나서 이 날 심판진의 선택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MLB의 Replay Review 설명에서 시프트 제한 위반은 판독 대상 목록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프트 제한 위반은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다. MLB는 아직 홈페이지를 업데이트 하지 않았지만, 2023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 구단에 새로운 규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시행세칙을 다음과 같이 전달했다.

시프트 제한 비디오 판독: 심판이 시프트 제한 위반을 선언했을 때 수비팀은 언제든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팀은 타구와 처음으로 접촉한 야수가 시프트 제한을 위반했을 때만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타구가 유격수에게 갔다면, 공격팀은 유격수가 시프트 제한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고, 1루수, 2루수, 3루수의 위반에 대해서는 판독을 신청할 수 없다.

< 그림 4 = 2023년 9월 3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유격수 잰더 보가츠의 시프트 제한 위반 사례 >

심판진의 요청을 받은 뉴욕은 유격수 땅볼을 잡은 보가츠의 시프트 제한 위반을 확인했다. 파드레스의 마무리 조시 헤이더가 투구를 시작할 때 보가츠의 뒤꿈치가 잔디를 밟고 있었다. 명백한 5.02(c)(i)의 위반이었다. 케플러 감독의 비디오 판독 신청도,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신청을 수용한 것도, 뉴욕 비디오 판독 센터의 판독도 정확했다. 그리고 타자 베일리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어야 하는 상황에서 1-1에서 타격을 이어갔고, 헤이더가 공을 세 개 더 던지게 한 후 삼진으로 타석을 물러났다.

지금까지 KBO가 발표한 시행세칙 및 안내자료에서 시프트 제한 위반이 비디오 판독 대상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의 초안이 작성된 2024년 3월 1일까지 KBO 비디오판독센터의 규정 또한 새롭게 갱신되지 않았다. KBO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 부분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시프트 제한 조항과는 별개로…

OBR에서 시프트 제한 조항이 5.02에 삽입된 것처럼, KBO와 KBSA가 정하는 공식야구규칙에서도 시프트 제한 조항은 5.02에 들어올 예정이다. OBR과 똑같이 2024년도 공식야구규칙은 5.02(c)가 개정된 채로 나올 전망이다.

그런데 2023년도 공식야구규칙 5.02에 보면 (d)항이 흥미롭다.

공식야구규칙 5.02(d) 타자나 득점하려는 주자를 제외한 공격팀 선수는 볼 인 플레이 중에 포수 라인을 건너가서는 안 된다.

[주] 여기서 말하는 포수 라인이란 ‘캐처스 박스’를 표시한 라인을 말한다.

5.02의 소제목은 ‘수비위치’인데 공격팀 선수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조항인 (d)가 포함되어 있다.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은 이 조항에서 수상함을 감지했기에 이 규정의 역사를 거슬러 봤다. 사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정독한 독자는 바로 답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 5.02(d)도 2007년 OBR 개정 대상 중 하나였다! MLB는 현 5.02(d), 구 4.03(d)가 ‘낡은(archaic)’ 규정이라면서 2007년에 해당 조항을 지워버렸다.

시프트 제한 조항이 공식야구규칙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주목하면서 동시에 과연 5.02(d)가 계속 살아남을지도 지켜볼 만하다.

 

참고 = ESPN, MLBPA, USA Today, MLB.com, Close Call Sports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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