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3시즌 리뷰] 두산 베어스 – 성공과 실패의 공존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재헌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3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74승 68패 2무(최종 5위)

 

2023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는 영광의 시절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과 결별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 경력도 없고, 선수 시절 두산 베어스와 관련 있는 인물도 아닌 이승엽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FA 최대어인 양의지를 총액 4+2년 152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2020시즌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던 라울 알칸타라가 복귀했다. 지난 시즌 창단 첫 9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순탄한 시즌은 아니었다. 6월에는 위닝시리즈가 2번에 불과했으며 5할 승률도 붕괴했다. 8월에는 6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7월에 11연승, 9월에 7연승을 달리며 3위 자리도 위협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시즌 마지막 팀의 순위를 가르는 8연전에서 4승 4패에 그치며 더 높은 곳을 향하지는 못했지만, 최종 성적 74승 2무 68패로 5위에 올랐다. 9위로 추락한 다음 해 곧바로 포스트시즌 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의 2023년 가을 야구는 너무나도 짧았다.

 

탄탄했던 선발

2023시즌 두산 베어스의 선발 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14.62로 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의 선발진이 시즌 내내 매끄럽게 굴러가지는 않았다.

새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2경기 평균자책점 8.00만 남기고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5월까지 호투해 주던 김동주는 부상과 체력 저하로 이후 부진했다. 최원준은 107.2이닝 3승 10패 평균자책점 4.93에 그치며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다. 장원준도 통산 132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시즌이지만 WAR -0.16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선발 투수 WAR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알칸타라와 곽빈의 덕이 컸다. 복귀한 알칸타라는 팀의 에이스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평균 구속 150km/h 이상의 위력적인 포심을 기반으로 한 투구로 리그 최다 이닝인 192이닝을 소화했다. 곽빈은 부상과 아시안게임 차출로 규정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고영표와 안우진에 뒤이어 국내 투수 WAR 3위에 올랐다.

브랜든은 작년에 이어 대체 용병으로 합류해 첫 5경기에서 31이닝 3자책점만을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최승용도 선발 투수로 20경기 등판하며 힘을 보탰다. 특히 후반기에는 1.90의 평균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불펜의 과부하

다만 알칸타라, 곽빈 그리고 브랜든 이 세 명을 제외한 선발투수들에게는 평균 5이닝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곽빈은 부상으로 1달가량 이탈했으며, 브랜든은 6월 말에나 합류했다. 이는 불펜의 과부하를 불러왔다.

전반기에는 불펜진의 성적이 준수했다. 특히 김명신-정철원-홍건희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건재했으며, 박치국도 정상 컨디션으로 합류하며 더욱 탄탄해졌다. 문제는 후반기였다.

정철원은 데뷔 시즌인 작년 72.2이닝을 소화했고 WBC에도 차출되었다. 홍건희와 김명신은 지난 2년간 매 시즌 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박치국은 작년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온전히 시즌을 끝내지 못했다. 여기에 선발 로테이션의 붕괴로 인한 잦은 등판은 피로가 쌓여있던 불펜에 치명적이었다.

후반기 두산 베어스 불펜진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8월에는 팀의 마무리 투수였던 홍건희가 7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매우 부진했다. 결국 이승엽 감독은 8월 17일부터 홍건희 대신 정철원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정철원도 이미 지쳐있었고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기간 블론세이브만 6개에 달했다. 그나마 김강률이 후반기 26경기 2.49의 평균자책점으로 선전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대체자 찾기에 실패한 타선

양의지는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팀 내 1위, 리그 10권 내에 드는 좋은 타자였다. 양석환도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작년 대비 모두 상승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팀의 리드오프로 낙점받은 정수빈은 시즌 내내 꾸준했다. 항상 여름에 부진하고 봄과 가을에만 야구한다는 오명을 이번 시즌 깔끔히 씻어냈다. 6월부터 8월까지 월간 타율은 항상 3할 이상, OPS도 0.7 이상을 보여주며 여름에도 야구하는 정수빈이 얼마나 좋은 타자인지 보여줬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전반기 리그 적응에 실패했다(.222/.321/.424). 전반기 10개의 홈런을 때렸으나 컨택에 어려움을 겪었고 전반기 타율은 뒤에서 4등일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로하스는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고(.285/.370/.525) 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타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두산 베어스의 타선은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득점력이 부족한 답답한 타선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원인은 김재환의 부진이다.

김재환은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은 최하위이며 홈런은 단 10개에 불과했다. 자연스레 장타율도 급감해 리그 하위 3위까지 추락했다. KT 위즈의 김상수와 롯데 자이언츠 신인 김민석보다 장타율이 낮았다. 

시즌 초 무릎 부상의 여파로 정상적인 타격과 수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김재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재환의 대체자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고, 두산 베어스도 김재환을 뺄 수 없었다.

가장 많은 기회를 받은 조수행은 여전히 타격이 실망스러웠다. 시즌 초 기회를 받은 김인태는 4월 초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8월에나 돌아왔다. 시범경기에서 부상당한 김대한은 수비와 공격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양찬열, 홍성호, 김태근도 기회를 얻었으나 살리지 못했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포스트 김재호 찾기도 실패했다. 시즌 초 많은 기회를 받았던 이유찬은 수비에서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다. 여기에 타격도 6월 들어 침체되며 밀려났다. 안재석은 부상으로 27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마저도 부진했고 박계범은 작년보다 타격감이 더 떨어졌다.

결국 포스트 김재호 찾기 레이스의 승자는 김재호였다. 자신의 대체자가 부진해지자 6월부터 기회를 받은 김재호는 6월 0.788의 OPS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특히 팀이 가장 힘들었던 8월에 .435의 타율과 1.135의 OPS로 8월 MVP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전만큼의 수비 능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수비는 준수했다. 무엇보다 팀 내 그 어떤 선수보다 유격수 수비가 안정적이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초임’ 감독인 이승엽 감독의 첫 시즌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22시즌 두산 베어스의 야수 WAR은 18.32, 투수는 8.53이었다. 2023시즌 야수 WAR은 20.65, 투수는 20.66이다. 두 시즌 WAR 총합 차이는 14.46, 그리고 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작년 대비 정확히 14승이 더 많다. 물론 WAR이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 완벽한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둘을 비교하는 이유는 적어도 이번 시즌은 감독 때문에 깎인 승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치 경력도 없는 사람이 감독 첫해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고, 선수들이 가진 역량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절반의 실패도 겪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초보 감독의 한계가 드러났다. 시즌 중 선수 기용과 작전에 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본인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다수였다. 전 감독이 김태형 감독인지라 더 비교되는 측면도 있다.

이승엽 감독에게도 두산 베어스에도 내년 시즌이 진정한 시험대다. 초임 감독이라는 면책권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본인의 색깔을 찾으면서 성적도 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마주해야 한다. 과연 이승엽 감독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자.

 

참고 = STATIZ, 두산베어스

야구공작소 진정현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재헌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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