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미래에 투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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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피치 클락, 시프트 제한, 더 큰 베이스. 마이너리그를 통해 로봇 심판도 시험해 보고, 스트라이크 볼 판정 판독도 테스트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야구를 접하고, 팬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변화는 단순히 경기장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Innovation & Venture Investing(혁신 및 벤처 투자). 메이저리그 사무국 아래에 있는 부서 이름이다.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방송 기술, 데이터 분석, 마케팅 기술 및 티켓팅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영역에 걸친 비즈니스에 대한 벤처 투자를 조달하고 실행한다. 또한 메이저리그 30개 클럽과 함께 선수 퍼포먼스, 경기장 내 시설, 팬 참여와 같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을 모색한다. 가장 모호할 수도, 가장 명확할 수도 있는 부서다.

2022년 올스타전이 펼쳐진 LA에서는 메이저리그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엿볼 수 있었다. 각 업체는 접하기 어려운 기술과 서비스 경험을 유소년 팬들에게 제공, 그들을 미래 고객층으로 확보했다. 스윙 트래커 개발 업체인 다이아몬드 키네틱스는 올스타전 부스를 설치, 방문객들에게 센서를 부착한 배트를 사용한 배팅 훈련 경험을 제공했다.

유소년 육성 기업인 EL1 스포츠는 첨단 교육 프로그램을, 리그 관리 플랫폼인 리그앱스는 백엔드 데이터 서비스 제공과 함께 운영하는 유소년 경기장을 선보였다. 이 기회를 통해 스타트업들은 큰 무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심이 높을 대중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었다. 상부상조다.

< 다이아몬드 키네틱스의 MLB 파트너십 포스터 >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역사적으로 매년 현금 투자와 파트너십을 포함하여 대략 6개의 거래를 해왔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100만 달러까지,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에는 2천만 달러, 3천만 달러까지도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리그 앱스라는 기업의 사례를 들어보자. 리그 앱스는 유소년팀 운영 및 스케줄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유소년 스포츠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미국의 벤처 캐피탈 중 하나인 콘투어 벤쳐스가 주도한 1,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에 참여하며 가능성에 주목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2년 3월에도 파나틱스의 15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참여했다. 파나틱스는 라이선스 된 스포츠 의류, 컬렉터블, NFT, 트레이딩 카드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메이저리그만 이러한 부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NBA도, NFL도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NFL에는 리그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모펀드가 존재한다. NFL 팀들이 모두 참여하는 이 펀드의 이름은 ‘32 에쿼티’다. 2013년 만들어진 이 펀드는 NFL의 모든 투자를 장관 하며, 미식축구의 성장, 콘텐츠 제작, 팬 경험 개선 및 스포츠 및 그 이상의 확장 가능한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위의 예시에 나온 파나틱스 역시 ‘32 에쿼티’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NFL은 2017년 파나틱스의 지분 3%를 9,500만 달러에 매입하며 첫 투자에 나섰다. 파나틱스의 기업 가치를 31억 7천만 달러로 본 것이다. 그리고 2022년 말 파나틱스의 기업 가치는 310억으로 껑충 뛰었다. 5년 사이 대략 10배가 늘어난 셈이다.

NBA도 NFL을 본떠서 자기들만의 펀드를 만들었다. 2021년 말 생긴 이 부서는 1년 만에 20개의 회사에 달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그 지분의 총가치는 거의 10억 달러에 달한다. 리그 차원에서 투자해 온 것은 10년 정도 됐지만, 이 1년 동안 총거래의 절반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은 직접적으로 사무국과 IR(Investor Relations/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 및 홍보를 위한 정보 제공)을 진행하며 투자조건을 협상해 볼 수 있다. 이 심사 과정을 통해 각 리그의 사무국에서도 기본적인 투자 가치평가부터 시작한다. 과연 이 기업에 투자하는 게 스포츠의 성장에 도움이 될지도 판단한다.

각 리그에서 이렇게 투자에 관심을 표하는 것은 금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주목적은 아니다. 크리스 마리낙 메이저리그 최고 운영/전략책임자는 이러한 변화를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헤지펀드처럼 투자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야구 외의 분야에서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재정은 있지만 그걸 전문으로 하려는 건 아니죠.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을 발견했을 때, 직접 투자하거나 사업에 지분을 가져가면서 빠르게 관계를 맺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에서 다른 종목에 투자될 수 있는 자원을 야구로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 스포츠 분야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초기 단계의 회사들이 많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팬들의 경험을 발전시키고, 야구와 야구 관련 제품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자본을 더 잘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비단 메이저리그뿐만이 아니라 각 리그가 직접 투자자로 나서는 이유는 그로 인해 돌아오는 금전적인 보상만 바라보는 게 아니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스타트업과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직접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소년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할 기회의 장을 제공하면서 미래의 팬층과 선수층도 꾸려나간다. 이를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라는 전략이다. 리스크도 높아진다. 하지만 직접 나서면  그에 따라오는 책임과 보상도 사무국이 모두 쟁취할 수 있다.

 

참고 = diamondkinetics.com, sportsbusinessjournal.com, bizjournals.com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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