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 삼진, 삼진, 그리고 삼진

길고 긴 겨울을 지나, 봄이 되었다. 야구 시즌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축 시즌을 치렀어야 했던 작년의 메이저리그였지만, 올해는 예년처럼 162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를 보면서 묘한 점을 느꼈다. 유독 삼진이 많이 났다. 뉴욕 양키스의 불펜투수 루카스 럿키는 2015년 이후로 메이저리그를 밟아보지 못한 논로스터 초청선수였지만, 10.1이닝 동안 37타자를 상대하면서 무려 18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뉴욕 메츠의 트레버 힐든버거 또한 메이저리그 통산 131.1이닝을 던지며 삼진 129개를 잡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5.35에 달하는 그저 그런 불펜투수다. 힐든버거는 개막 로스터에 들기도 버거워 보이지만, 올해 열 개의 아웃 카운트 중 9개를 삼진으로 장식하고 있다.

혹자는 상대하는 타자들이 전부 메이저리그급 선수들은 아닌 스프링 트레이닝의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서도 올해는 유독 높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9이닝당 삼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 2017년까지는 정규시즌보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삼진 비율이 높지 못했다. 투수들의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을 것이고, 메이저리그급에 미치지 못하는 타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메이저리그급에 미치지 못하는 투수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시범경기의 9이닝당 삼진율은 9.68이다. 작년 류현진의 9이닝당 삼진율이 9.67이었다. 리그 전체 평균이 류현진 이상이라니. 올봄의 삼진율이 얼마나 높았는지 와닿는가. 올해 정규시즌에서의 삼진율도 스프링 트레이닝의 그것을 따라 상승할 것인지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 K% 상위 10명(최소 60타자 상대)과 작년 정규시즌 K%

예년과 비슷한 K%를 기록하고 있는 에이스들 사이로 어린 선수들의 약진이 보인다. 웹, 제프리스, 알칸타라는 모두 삼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마이애미 말린스의 영건, 스물세 살의 트레버 로저스는 며칠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5.2이닝 무실점과 함께 10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이 9명은 개막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밌는 것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이노아다. 6경기에 등판해 (3선발) 모든 경기에서 점수를 내주며 17.1이닝 동안 무려 21실점 (15자책)을 했다. 불펜진에 합류할 것이 유력하긴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지는 미지수다. 적은 샘플 수로 인해, 그리고 에러 등이 겹친 불운함이 더해져 평균자책점이 유독 높게 나왔는지, ‘모 아니면 도’ 스타일에서 ‘모’의 비율을 점차 늘려갈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근 여러 규정 변화를 시도하면서, 인플레이를 늘리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런과 삼진은 분명 멋진 장면이지만, 인플레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전력 질주’가 줄어든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엿본 2021시즌은, 이런 사무국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야구공작소 홍기훈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승호

그래프 시각화= 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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