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브라이언트보다 기대되는 코리 시거의 2번째 풀타임 시즌

[야구공작소 오상진] 2년 연속 올스타 선정, 행크 애런 상, 신인왕, 시즌 MVP 수상, 월드시리즈 우승. 이 화려한 경력의 주인공은 이제 겨우 메이저리그 2번째 시즌을 마친 크리스 브라이언트(24, 시카고 컵스)다.

브라이언트는 샌디에이고 대학 시절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스파이크 상(Golden Spikes Award)을 받으며 일찌감치 대형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브라이언트는 기대한 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드래프트 2년 만에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단 2시즌 만에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대부분의 영예를 안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신인왕 수상 이듬해 시즌 MVP까지 차지한 선수는 칼 립켄 주니어(1982-83), 라이언 하워드(2005-06), 더스틴 페드로이아(2007-08), 그리고 브라이언트(2015-16)까지 단 4명에 불과하다.

 

브라이언트의 ‘대항마’ 코리 시거의 등장

브라이언트가 신인왕을 거의 확정 지어가던 2015년 9월 3일(현지 시간), LA 다저스가 가장 기대하던 ‘대형 유격수’ 코리 시거(당시 21세)가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거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27경기) 동안 타율 0.337 4홈런 17타점 OPS 0.98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그의 승격을 기다리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풀타임 첫 해인 2016시즌, 타율 0.308 26홈런 72타점 OPS 0.877의 뛰어난 활약으로 1996년 토드 홀랜스워스 이후 20년 만의 다저스 출신 신인왕이 됐다. 뿐만 아니라 MVP 투표에서도 시거는 브라이언트, 다니엘 머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게다가 내셔널리그에서 2번째로 높은 7.5(1위 브라이언트 8.4)의 fWAR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 강력한 MVP 경쟁 후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만장일치 신인왕’이 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지난해의 브라이언트는, 하지만 몇가지 약점이 노출됐고 기복도 심했다. 반면 시거는 풀타임 첫 시즌(데뷔 2년 차)을 치르면서 1년 내내 꾸준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큰 약점도 없었다. 두 선수의 풀타임 첫 해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거친’ 브라이언트와 ‘부드러운’ 시거

2015년 브라이언트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199개의 삼진을 당했다. 스트라이크 존 컨택률(Z-Contact%)은 75.8%로 메이저리그 규정 타석 타자 141명 중 가장 낮았고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SwStr%)은 16.5%로 4위에 해당하는 좋지 않은 기록이었다.

브라이언트의 ‘거친 스윙’에 비해 시거는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줬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돈 매팅리 감독(현재 마이애미 말린스)으로부터 “시거는 존 올러루드의 스윙을 가진 칼 립켄 주니어다.”라는 극찬을 들은 시거는 올 시즌 25홈런 이상 기록한 선수 56명의 평균 존 컨택률 85.9%보다 2.5%P 높은 88.4%를 기록하며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뽐냈다.

지난해 브라이언트의 (땅볼을 제외한) 타구 평균 발사 각도는 31.7도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200타수 기준). 뜬공 비율은 메이저리그 6위(45.2%)였지만 홈런/뜬공 비율은 37위(15.8%)로 비교적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시거는 정확성뿐만 아니라 평균 타구 속도에서도 브라이언트를 앞섰다. 타구 발사 각도 역시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온 범위(25~30도)에 해당하는 좋은 수치를 보였다. 시거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24.4%)은 메이저리그 13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으며 강한 타구 비율(Hard%) 역시 마찬가지(메이저리그 14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거의 또 다른 장점은 ‘스프레이 히터’라는 점이다. 구장을 3등분했을 때 타구의 비율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가운데 담장(좌중, 우중 포함)을 넘긴 홈런도 11개나 됐다. 올 시즌 25홈런 이상 기록한 선수 56명 중 시거의 당겨 친 타구 비율은 7번째로 낮았던 반면 밀어 친 타구의 비율은 7번째로 높았다. 일반적으로 홈런을 많이 치는 장타자의 경우 당겨 친 타구의 비율이 40~50% 정도를 차지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편차가 크지 않은 시거의 ‘안정감’

지난 두 시즌 월별 타율 변화에서 브라이언트가 한 차례씩 큰 등락을 보여준 반면, 시거는 첫 달 적응기간을 거친 후 꾸준하게 타격감을 유지했다. 6월(7홈런)과 7월(8홈런)에는 화끈한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홈런을 1개밖에 치지 못한 7월에는 0.347의 높은 타율과 10개의 2루타로 홈런을 대신했다.

상황에 따른 타율에서도 시거는 브라이언트보다 편차가 적었다. 브라이언트가 대부분의 지표에서 4~7푼 정도의 차이를 보인 반면, 시거는 좌∙우 상대 편차를 제외하곤 비슷한 타율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구종별 상대 타율에서 브라이언트는 슬라이더(0.224)와 커터(0.120)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거는 0.250 미만인 구종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공의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최소 10타수 이상)

물론 데뷔 시즌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뛰어야 했던 브라이언트에 비해 2015년 9월에 데뷔한 시거는 한 달의 적응 기간을 거치고 이듬해 풀타임 시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유리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 ‘부드러운 스윙’ 즉, 기본적으로 훌륭한 타격 매커니즘을 가진 덕에 시거는 큰 시행착오 없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5번째 ‘신인왕-MVP 연속 수상’ 주인공을 노리는 코리 시거

앞서 부정적인 측면이 주로 부각됐지만, 두번째 시즌의 브라이언트는 첫해 지적됐던 약점들을 훌륭하게 보완해냈다. 많은 헛스윙을 유발함과 동시에 바람이 잦은 리글리 필드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던 어퍼스윙을 교정,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기 위해 스윙 각도를 좀 더 수평에 가깝게 바꾸는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2016시즌 브라이언트의 삼진은 크게 줄었고(K% 30.6%→22%) 정확도는 높아졌다.(컨택률 66.4%→73%) 원래 지니고 있던 힘에 정확도가 더해지면서 0.292/0.385/0.554의 슬래시라인과 39홈런 102타점을 기록해 마침내 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24세의 브라이언트가 약점을 극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오프 시즌 몇 개월에 불과했다.

앞서 긍정적인 부분이 주로 언급된 시거 역시 (당연하게도) 완벽한 선수는 아니며 다음 시즌 상대 팀들은 그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하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시거는 아직 22세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크고 야구 지능도 비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이언트의 첫해보다 뛰어난 활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시거에게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거는 2006년 핸리 라미레즈(당시 플로리다 말린스) 이후 10년 만에 유격수 출신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7년 MVP까지 차지한다면 2007년 지미 롤린스(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유격수 출신 MVP가 된다. 5번째 신인왕-MVP 백투백 수상과 동시에 ‘10년’만의 ‘유격수 출신 수상자’라는 타이틀도 2년 연속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코리 시거의 다음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이 글은 ‘엠스플뉴스’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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