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람에게 재심사유가 있을까.

문우람과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

전직 야구선수 이태양은 브로커 조모씨와 공모하여 2015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총 4번에 걸쳐 선발등판 경기에서 경기내용을 조작하고, 그 대가를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태양은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등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전직 야구선수 문우람은 이태양으로 하여금 승부조작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문우람은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등으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와 상고가 기각되어 2018년 10월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이태양과 문우람이 범행 당시 KBO리그 소속이었던 만큼, KBO의 제재도 받았다. KBO상벌위원회는 이태양과 문우람의 형사판결에 따라 2017년 1월에 이태양을, 2018년 10월에 문우람을 각각 영구적으로 실격처리했다. 이태양은 KBO의 영구실격처분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8년 12월 패소가 확정됐다.

이로써 문우람과 이태양은 KBO리그는 물론 KBO와 협약을 맺은 미국 등에서도 프로야구선수로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승부조작 혐의를 인정한 이태양은 이변이 없는 한 KBO리그에 복귀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해온 문우람은 승부조작에 대한 유죄확정판결이 번복된다면 다시 KBO의 상벌위원회를 거쳐 복귀할 수 있다. 결국 문우람이 KBO리그에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뿐인 셈이다.

문우람과 이태양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이태양이 청구한 영구실격처분 무효확인소송의 패소가 확정되고 며칠 후 문우람과 이태양은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문우람은 자신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프로선수자격으로 승부조작 브로커가 됐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재심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양은 자신이 승부조작을 한 것은 맞지만, 문우람은 승부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태양이 KBO의 영구실격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문우람이 KBO상벌위원회에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들이 KBO리그로 복귀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재심이란

형사소송절차에서 재심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하여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원래의 판결(이하 ‘원판결’이라고 한다)의 타당성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다. 주로 원판결에 있는 사실인정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절차다.

그러나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 무조건 재심을 인정하면 3심제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충돌하고,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믿고 지내온 관계자들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그래서 현행 법률은 재심절차와 사유를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그만큼 형사재심이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다.

재심절차는 재심을 할지 안할지 결정하는 재심개시결정단계와 재심을 하기로 결정한 원판결을 다시 재판하는 단계로 구분된다. 즉 재심개시결정단계를 통과하지 않으면 다시 심리하여 심판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심이유를 정하고 있는데, 바로 이 재심이유가 인정되어야 재심개시가 결정되어 원판결을 심리할 수 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재심이유

1. 형사소송법의 재심이유

출처 :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1호

원판결에서 유죄의 증거가 된 증거서류 또는 증거물이 사실은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이라고 확정판결에 의해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사기 사건에 증거로 제출된 계약서가 위조 또는 변조된 것임을 추후에 밝혀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증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만큼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호

원판결에서 유죄의 증거가 된 증인의 증언, 감정인의 감정결과, 통역인의 통역과 번역이 허위였다는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증인이 목격자라며 증언을 했는데 추후 위증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될 경우가 그 예다. 1호가 물적 증거라면, 2호는 인적 증거이다. 1호와 마찬가지로 증거가 허위인 만큼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3호

예를 들어 피고인이 고소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됐는데, 고소인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고 허위내용을 고소한 경우다. 이때 고소인이 무고죄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피고인은 억울하게 고소를 당해 처벌을 받은 만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4호

물적 증거나 인적 증거 외 재판도 증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고인과 공범이라는 A의 재판내용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A의 재판이 확정판결에 의해 변경될 경우, 증거가 변경된 만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5호

원판결보다 적은 형량을 받을 수 있는 증거나 무죄를 선고할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재판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의 발견’에 대해 ① 원판결을 한 법원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새로운 증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증거의 신규성). 피고인이 원판결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를 고의나 과실로 제출하지 않은 경우, 이미 제출된 증거가 그 형태만 달라진 경우 신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② 원판결을 한 법원이 범죄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 중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만 함께 고려하여 평가했을 때 증거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증거의 명백성).

6호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대하여 그 권리가 무효라는 심결이나 판결이 확정된 경우다. 결과적으로 침해당했다는 권리가 무효인 만큼 권리침해에 대해 다시 재판하도록 한 것이다.

7호

원판결에 관여한 법관, 기소 또는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범죄를 범하였음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다. 예를 들어 경찰이 고문을 해서 자백을 받고 증거물을 위조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이후 경찰이 이러한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아 확정된다면, 피고인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2. 헌법재판소법의 재심이유

출처 :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재판소법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법률이나 법률의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한 경우, 처벌의 근거가 헌법에 위반된 만큼 피고인은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간통죄에 대한 위헌결정 후 재심청구가 많았다.

문우람이 주장할 수 있는 재심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문우람의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앞서 거론한 형사소송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심사유 중에 1개라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재심개시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문우람의 처벌근거가 된 국민체육진흥법률과 그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없는 만큼 헌법재판소법에 의한 재심이유는 없다. 결국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심이유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문우람과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억울하다고 거론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 내용 중 재심사유로 인정될 만한 것이 있을까?


① 문우람은 브로커 조모씨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승부조작의 대가가 아니라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문우람은 같은 팀 선수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힘들어했고, 야구팬이라고 소개한 조모씨를 알게 되어 가까이 지내며, 이태양을 소개했다고 한다. 조모씨는 폭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라며 위로의 선물을 했고, 문우람은 정말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았다고 주장한다.  

② 이태양은 자신이 수사검사의 거짓추궁에 속아 문우람도 승부조작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잘못 말했다고 주장한다. 이태양이 승부조작혐의로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수사검사가 ‘문우람의 계좌에서 승부조작의 대가가 이체되었다’고 추궁했고, 이태양은 ‘그렇다면 문우람도 승부조작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태양이 문우람에게 확인해보니 문우람의 계좌에서 이체된 내역이 없었고, 문우람의 계좌를 제출했으나 번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태양이 이러한 진술을 한 후 참고인이었던 문우람은 피의자가 되어 재판을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①의 경우

문우람은 선물이 승부조작의 대가가 아님을 주장하기 위해 브로커를 알게 된 것과 선물을 받은 경위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폭행사건이 있었음을 밝혔다. 문우람이 원판결에서 이러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주장했다면, 현재로서는 반복된 진술과 증거인만큼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판결 때 제출하지 않아 원판결을 한 법원에게 새로운 증거라도 하더라도 문우람은 알고 있었던 만큼 신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②의 경우

문우람과 이태양은 각자 재판을 받은 만큼 이태양의 피의자신문조서는 문우람의 원판결에 중요한 유죄증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양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는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이 아니어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태양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위조나 변조가 된 것이 아니다. 단지 이태양이 착오로 잘못 말한 내용이 기재된 것뿐이다. 이태양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명의가 바뀐 것도 아니고, 이태양이 진술한 내용과 다른 내용이 기재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태양이 문우람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문우람도 승부조작을 공모했다.’고 증언하여 증거가 된 경우, 이태양이 위증죄로 처벌받아 확정된다면, 형사소송법 제420조 2호의 재심이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내용을 보면, 이태양이 증언을 했다는 것도, 위증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태양은 수사검사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나, 수사검사가 이 행위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사유가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

결국 문우람과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만으로는 적절한 재심이유를 발견하기 힘들다.

맺음말

현행 사법제도는 사실심과 법률심으로 구별되고, 3심제로 운영된다. 그래서 확정된 판결을 번복하는 것은 특수하고 이례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문우람의 재심청구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이덕산, 김혜원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