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 2%가 부족했다

팬그래프 시즌 전 예측: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 (80.8승 81.2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 (86승 75패)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봉상훈] 항상 2%가 부족했다. 2010년 이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줄곧 아메리카리그 중부지구의 1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번번히 실패했었다.

2015시즌, 반전이 일어났다. 다만 예상과는 달리 부족했던 2%가 채워지는 방향은 아니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 미구엘 카브레라의 부상과 선발투수들의 FA이탈과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부지구 최하위로 밀려났던 것이다. 대신에 이들은 같은 지구 라이벌 팀인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장면을 TV로 지켜봐야만 했다.

캔자스시티의 우승에 자극을 받아서 였을까. 리빌딩의 시기를 미뤄오던 구단주 일리치는 다시 한 번 우승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 약점이었던 선발투수를 보강하기 위해 우완투수 조던 짐머맨에게 5년 1억1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안겨주었다. (이는 토미존 수술 경력이 있는 투수의 첫 1억 달러 계약이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FA 외야수 랭킹 2위이자 올스타 3회 선정에 빛나는 저스틴 업튼을 무려 6년 1억3275만 달러에 영입하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투타에 1억 달러 선수들이 가세하고 기존 핵심 맴버였던 벌랜더와 카브레라가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펜진 역시 보강한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강해진 전력은 공수 전반에서 2015시즌에 비해 훨씬 나아진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나 지난 시즌 최악이었던 투수력이 개선되면서 2015시즌에 아메리칸리그에서 최하위 였던 평균자책점(4.64)과 WAR(8.5)이 2016시즌에는 각각 11위(4.24)와 6위(16.8)로 향상되었다.

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와일드카드 2위였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0.5게임차까지 따라 붙으며 \포스트시즌 경쟁에 참여했던 디트로이트는 마지막 8경기에서 3승 5패로 무너지면서 와일드카드 순위 3위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하였다. 2015시즌의 부진을 딛고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일리치 구단주가 그토록 염원하는 월드시리즈 우승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되었다. 또 다시, 2%가 부족했던 한 해였다.

 

최고의 선수 – 저스틴 벌랜더

2010년대 초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미네소타 트윈스를 따돌리고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호랑이’로 군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저스틴 벌랜더와 미구엘 카브레라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3년 동안 아메리칸리그 MVP를 독식한 두 선수는 이 기간 동안 도합 무려 38.5의 fWAR(승리기여도)를 기록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역시 카브레라와 벌렌더의 활약에 힘입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이어갔다.

2016시즌 디트로이트의 부활은 두 핵심선수의 비상과 함께 이뤄졌다.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2004년부터 매년 최소 148경기 이상을 소화했던 카브레라는 2015시즌 종아리 부상으로 단 119경기의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건강하게 돌아온 그는(2016시즌 158경기 소화) 0.316/0.393/0.563의 뛰어난 성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웠다. 특히나 팀 내 최고인 3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다시 30홈런에 복귀했다.

하지만 카브레라의 건강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과거 에이스의 부활이었다. 2011시즌 역대 8번째 사이영상/MVP 동시 수상 이후부터 벌랜더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장기계약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다. 특히나 4.5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2014시즌, 부상으로 겨우 133.1이닝을 소화한 2015시즌을 거치며 우려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앞둔 올해, 벌랜더는 다시금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27.2이닝을 던지면서 2년 만에 다시 200이닝에 복귀하였으며 3.04의 평균자책점, 1.00의 WHIP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것이다. 말 많았던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아쉽게 2위를 기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벌렌더의 부활이 고무적인 이유는 그의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2009시즌 95.6mph를 기록했던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2015시즌에는 92.8mph까지 떨어졌으나 2016시즌에는 93.5mph로 구속이 소폭 상승했다. 그 결과 벌랜더는 데뷔 이후 가장 높은 12.0%의 헛스윙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라인드라이브%는 18.6%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남겼다. 또한 커리어 하이인 28.1%의 삼진율로 254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다시 타이틀홀더가 되기도 했다. 올 시즌 벌랜더의 부활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강력해진 구위가 바탕이 된 것이었던 셈이다.

 

가장 발전한 선수 – 마이클 풀머

2016시즌 신인왕. 디트로이트의 신인 우완투수 마이클 풀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의 대가로 트레이드를 통해 디트로이트의 유니폼을 입은 풀머는 프리시즌에 베이스볼아메리카 전체 47위 유망주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4월 29일, 비교적 이른 시점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진 후 시즌이 마무리 될 때까지 디트로이트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켰다. (시즌성적: 159이닝, 3.06 ERA, 1.119 WHIP, 132삼진, 42볼넷)

풀머는 빠른 공을 주무기로 삼는 전형적인 파워피처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97mph의 패스트볼과 89mph의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시즌 막바지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던 풀머는 7월초 13경기 만에 일찌감치 9승을 거두며 신인투수들 중에서 LA 다저스의 켄타 마에다와 함께 가장 빠른 페이스로 승수를 쌓으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6월 5경기에서 29.2이닝 동안 2실점만을 기록하며 잠시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도 올랐다.

풀머는 팀 역사에서도 그의 이름을 남겼다. 8월 14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면서 저스틴 벌랜더 이후 처음으로 10년 만에 완봉승을 거둔 디트로이트의 신인투수가 되었으며, 디트로이트 역사상 11번째로 100삼진에 성공한 신인투수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뉴욕 양키스의 신인포수 개리 산체스가 53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하는 괴력을 보여주었음에도 풀머의 신인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선수 – 저스틴 업튼

디트로이트가 눈앞에서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놓친 가장 큰 원인은 시즌 전 큰 기대를 안고 투자한 큰 계약의 실패였다. 확실한 중심타자로 활약해 주기를 바라고 영입한 저스틴 업튼의 부진은 특히나 뼈아팠다.

사실 저스틴 업튼은 MVP 투표 4위를 기록했던 2011년과 동일한 31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최다 타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홈런 생산력 빼면 별 볼 일 없었던 그의 활약은 데뷔 이후 최악의 수치인 1.4 fWAR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fWAR을 제외하고도 업튼의 부진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먼저 그가 기록한 28.6%의 K%는 풀타임 시즌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으며, 8.0%의 BB%는 커리어로우였다. 즉 업튼은 이번 시즌 삼진은 많이 당하면서도 볼넷은 얻지 못하는, 선구안이 완전히 무너진 시즌을 보낸 것이다.

또한 애틀란타 시절 줄곧 20%가 넘었던 라인드라이브%가 18.3%에 머물었고 작년에 6.5%였던 인필드플라이%가 올해는 11.2%로 치솟으면서 전체적으로 타구의 질이 하락했다. 그 결과 업튼의 wRC+는 데뷔 이후 가장 낮은 105를 기록했다.

이처럼 업튼의 2016시즌은 겉으로 드러난 성적(31홈런 87타점, .246/.310/.468)보다 훨씬 좋지 못했다. 업튼이 수비가 좋지 못한 좌익수로 공격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임을 고려하면 더욱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올해 포함 6년 동안 연평균 22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디트로이트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외에 업튼과 함께 FA 계약으로 2016시즌 디트로이트에 합류한 조던 짐머맨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순 없다. 짐머맨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최근 4년 동안 평균 202이닝, 3.13 ERA, 7.3 K/9, 1.7 BB/K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2016시즌에 후반기 부상과 부진으로 전혀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105.1이닝, 4.87 ERA, 5.6 K/9, 2.2 BB/9에 그쳤으며, 이는 디트로이트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키 포인트 – 또 다시 실패한 우승, 그리고 마이클 일리치

디트로이트의 구단주 마이클 일리치는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팀 구단주들 중에서 가장 팀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구단주이다. 디트로이트 출신인 일리치는 지역 스포츠계의 대부로 1982년 NHL 아이스하키팀인 디트로이트 데드윙스를 인수하여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1992년 일리치 구단주가 인수한 메이저리그 야구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아직 일리치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해주지 못했다. (1992년 이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2회, 월드시리즈 우승 없음)

지난해 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지구 최하위를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리빌딩을 할지도 모른다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FA시장에서 다시 2억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디트로이트시의 경제가 어려움에도 디트로이트가 전력 강화를 위해 많은 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구단주 일리치의 열정 덕분이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올해에도 우승 반지를 손에 끼지 못했다. 시즌 전 과감한 투자로 디트로이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연봉 총액 4위에 올랐으며 2008년 이후 8년간 2011년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이 순위에서 6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결과다.

물론 일리치 구단주라면 다시 한 번 디트로이트를 위해 지갑을 열 수도 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디트로이트의 우승 가능성은 2010년대 초반에 비하여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과연 일리치는 또 다시 디트로이트를 위해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만약 그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면, 노구단주의 꿈은 생전에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총평

앞서 언급했듯 디트로이트는 늘 마지막 2%가 부족하여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반등에 성공한 2016시즌 역시 2%가 부족하여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였다.

문제는 2016시즌을 앞두고 큰 장기계약을 두 건이나 맺었기에 디트로이트의 연봉 유동성은 더욱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디트로이트가 다음 시즌 저스틴 벌랜더, 미구엘 카브레라, 저스틴 업튼, 조던 짐머맨, 빅터 마르티네즈, 아니발 산체스 6명에게 지불해야 할 연봉은 무려 1억1400만 달러가 넘어간다. 이들 중 아니발 산체스를 제외한 모두가 2018시즌 이후까지 계약되어 있기에 이는 미래의 디트로이트를 괴롭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오프시즌에 디트로이트가 큰 돈을 쓰리라고 예상하긴 쉽지 않다. 예전과 다르게 미구엘 카브레라, 저스틴 벌렌더, J.D 마르티네즈 등 팀의 간판 선수들이 트레이드 루머에 오르내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높아지는 연봉, 황폐화 된 팀 내 유망주들 등을 고려해 볼 때 디트로이트는 리빌딩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 길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 전에도 일리치는 디트로이트의 우승을 위해 예상을 깨고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한 번 포스트시즌의 문을 두드렸다.

실제로 디트로이트는 전면적인 리빌딩에 들어가기에는 아까운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안 킨슬러, J.D 마르티네즈, 미구엘 카브레라 등이 버티는 타선은 여전히 강력하다. 신인왕을 수상한 풀머와 리그 최고의 투수로 돌아온 벌랜더가 내년에도 올해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운 투수진 역시 준수하다. 디트로이트가 포스트시즌을 노려볼 수도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기에, 오프시즌 이들의 무브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디트로이트는 현재 매우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만약 내년에도 디트로이트가 리빌딩을 선택하지 않고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면 2017시즌이야말로 반드시 일리치의 꿈을 이뤄주어야 할 시즌이 될 것이다.

 

기록 출처: Fangraghs, Baseball-Reference, Brooksbaseball, MLB.com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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