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선발진의 높아진 위상, 23년만의 우승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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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바티스타의 루그네드 오도어를 향한 복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물론, 주먹으로 되갚아준 것은 아니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두 시즌 연속으로 텍사스를 디비전시리즈에서 제압하면서 2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2연패 후 3연승으로 짜릿한 리버스 스윕을 거뒀다면, 올해는 투타 모두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3연승으로 가볍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바티스타는 시리즈 동안 12타수 2안타의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1차전 9회 초에 3점 홈런을 때려내면서 야유를 날리던 텍사스 팬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토론토의 강점은 강력한 타선이었다. 토론토 타자들은 2015시즌 동안 총 891점을 득점했는데, 이는 2009시즌의 뉴욕 양키스(915점) 이후로 가장 많은 단일시즌 팀 득점이었다. 허나 올시즌의 토론토 타선은 작년에 비하면 위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바티스타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초반 부진에 허덕이면서 지난 시즌 대비 100점 이상 줄어든 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이다(759점).

그럼에도 토론토가 정규시즌 막판까지 지구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보다 높아진 마운드의 위상 덕분이었다. 특히 선발진의 반전이 큰 역할을 했다.

 

높아진 토론토 마운드

정규시즌 동안 토론토의 선발진은 평균자책점(3.64)과 fWAR(15.3) 모두에서 클리블랜드를 제치고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데이빗 프라이스를 떠나보낸 다음 시즌에, 그것도 리그 최고의 격전지인 동부지구 소속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한 기록이었다. 시즌 후반에 애런 산체스의 이닝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로테이션이 꼬이며 살짝 불안한 기색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162경기를 훌륭하게 치뤄낸 선발진의 저력은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번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 근래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이 아닌 불펜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올시즌의 경우, 정규 시즌 동안에는 선발투수들이 전체 이닝의 63%를 소화하며 4.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불펜투수들은 37%를 소화하며 3.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반면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투수들이 전체 이닝의 59%를 소화하며 4.91의 평균자책점을, 불펜투수들은 41%를 소화하며 2.3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12일 경기까지 반영).

이처럼 불펜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소화하는 이닝의 질과 양이 실제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불펜진의 활약이 포스트시즌 선전의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토론토 선발진의 활약은 이러한 리그의 흐름마저 거스르고 있다. 이닝 소화력이 정규시즌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이지만(정규시즌 68%, 포스트시즌 64%), 여전히 선발진이 팀의 승리를 이끄는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토가 텍사스를 상대로 내리 3연승을 거둘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보다 원투펀치 싸움에서의 승리에 있었다. 시리즈 1차전을 접수한 선수는 토론토의 빅게임 피처로 거듭나고 있는 마르코 에스트라다였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도 텍사스 원정에서 6.1이닝 1실점의 호투를 통해 리버스 스윕의 발판을 마련했던 에스트라다는 이 경기에서도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완투에 가까운 역투를 펼쳤다. 팀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승리였고, 에스트라다 개인으로서도 올스타에 선정된 전반기 이후 다소 부진했던 후반기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만회시켜준 경기였다. 지난 시즌 토론토 이적 후 포스트시즌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95의 놀라운 성적. 이에 존 기븐스 감독은 에스트라다에게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선발등판이라는 또 한번의 중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토론토 소속으로는 2008시즌의 로이 할러데이 이후 처음으로 20승을 달성한 J.A. 햅은 2차전에서 4회까지 8개나 되는 안타를 허용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러나 장타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8안타를 얻어맞는 동안 허용한 실점은 단 1점뿐이었다. 이렇게 햅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동안 팀 타선이 다르빗슈를 상대로 4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든든한 지원을 보냈다.

결국 햅은 한결 가벼워진 피칭으로 한 이닝을 더 소화하며 5이닝 9피안타 1실점으로 등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토론토 자체 생산 선발투수 중 한명인 애런 산체스는 강력한 구위(통산 패스트볼 평균 구속 95.1마일)를 지녔지만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아 불펜에 더 적합하다는 평을 들었던 투수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올시즌 최고의 신데렐라는 바로 산체스였다. 스프링캠프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5선발로 선발진에 합류한 산체스는, 시즌 막판 이닝 조절을 위해 잠시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4.29개에 달했던 9이닝당 볼넷 개수를 3개 이하(2.95)로 낮춘 것이 호성적의 비결이었다.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는 텍사스 타선의 마지막 투혼에 다소 고전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보스턴을 상대로 7회까지 노히터 피칭을 이어가며 팀에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홈어드밴티지를 안겨주었던 숨은 공신이었다.

팀의 차기 에이스로 꼽히는 마커스 스트로먼 역시 토론토 선발진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십자인대 부상으로 지난 시즌의 대부분을 날렸던 스트로먼은 9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해냈다. 올 시즌에는 다소 기복이 있는 투구를 보여주면서 에이스 자리를 산체스와 햅에게 넘겨주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스트로먼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스트로먼은 승자독식 경기였던 지난해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과 올 시즌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큰 경기에 믿고 올릴 수 있는 투수라는 신뢰를 키워가고 있다(각각 6이닝 2실점).

 

저비용 고효율을 보여주고 있는 토론토 선발진

챔피언십시리즈에서의 패배 이후 맞이한 지난해의 오프시즌, 연평균 3000만 달러 이상의 장기계약이 예상되었던 프라이스를 포기한 토론토의 선택은 에스트라다와 재계약하고 시애틀로 떠났던 햅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각각 2년 2600만, 3년 3600만 달러에 계약). 그리고 프라이스가 올시즌에도 3.1이닝 5실점으로 악명 높은 포스트시즌 부진을 재현하면서, 이 결정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모두에서 최상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정규시즌 프라이스 fWAR 4.5, 에스트라다+햅 fWAR 6.2).

이렇게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올시즌 토론토 선발진의 연봉 합계는 약 3500만 달러. 내년 시즌 역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의 잔여 연봉과 스트로먼의 연봉 조정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4000만 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이어 2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토론토는 1992~1993시즌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앞서의 이 2시즌 동안 토론토는 연거푸 월드시리즈를 제패했었다. 그리고 작년의 토론토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올시즌의 토론토는 보다 안정된 투타 전력을 바탕으로 23년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토론토가 지난해의 캔자스시티에 밀린 아쉬움을 털어내고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답은 선발진에 있는지도 모른다.

야구공작소 반승주
기록 출처: 베이스볼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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