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또 하나의 볼거리

[야구공작소 홍기훈] 야구 선수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란 무엇일까? 우승 반지를 얻는 것도, 한 팀에서 오래도록 활약하면서 영구결번의 대상이 되는 것도 모두 대단한 영광이겠지만, 역시 명예의 전당을 빼놓고 야구 선수의 영예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의 역사는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브 루스를 비롯한 5명의 선수들이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래 319명이 그 영광의 자리에 이름을 새겼다. 이 중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선택을 통해 입성한 선수는 총 119명이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과 BBWAA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하는 방법이다. 올해의 BBWAA 투표는 이미 막을 내렸고 3주쯤 후인 1월 24일(미국 시간)이면 그 결과가 공표될 예정이다. 이번 해의 추정 투표인단 수는 424명으로, 75%를 득표하기 위해서는 그중 318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영예로운 새 헌액자들의 명단은 매년 많은 팬들의 관심을 불러모은다. 지난해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강타자 제프 배그웰과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호타준족 팀 레인스, 그리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포수 ‘퍼지’ 이반 로드리게스가 새롭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쟁쟁한 후보들이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리고 있다. 우선 지난해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먼과 괴물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또 한 번 입성에 도전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표를 받아낸 선수들은 이후로도 꾸준히 득표율이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난해 이미 70%가 넘는 득표를 기록했던 두 선수는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명예의 전당 투표가 해마다 시행되기 시작한 1967년 이래 70% 이상의 표를 득표하고도 다음해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는 단 한 명, 짐 버닝뿐이다. 레드 러핑과 넬리 팍스, 올렌도 세페다는 후보에 오른 지 15년(요즘은 10년으로 단축되었다)이 지나면서 피선거권이 자동적으로 박탈되고 말았다.

▲ 70% 이상을 득표했던 후보들의 이듬해 득표율

올해 처음으로 후보에 오른 선수들 중에는 1990년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3루수 치퍼 존스와 통산 600홈런을 달성한 짐 토미가 가장 눈길을 끈다. 실제로 존스와 토미는 현재까지 공개된 155개의 표 가운데 153표와 147표에 이름을 올리면서 나란히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고 봐도 좋은 페이스다.

이 네 명 외에도 지난해 58.6%를 득표했던 최고의 지명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즈가 아슬아슬하게 입성 충족 요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체 투표의 36.6%만이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입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약물로 인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듯하다. 두 우완 에이스 마이크 무시나와 커트 실링도 마찬가지다.

▲ 주요 입성 후보들의 현재 득표율


재미있는 사실 하나. 한 해에 다섯 명 이상이 BBWAA의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던 것은 역사상 단 한 번,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1936년 원년뿐이다. ‘First Five(최초의 5인)’라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인물들이다. 과연 올해에는 다섯 명이 동시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호프먼과 마르티네즈가 아쉽게 탈락한다고 해도 5인 동시 입성의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들은 내년이면 결국 명예의 전당 문턱을 밟게 될 선수들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강타자 토드 헬튼도 새롭게 후보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여기에 클레멘스와 본즈, 혹은 무시나와 실링이 올해 70% 이상의 득표를 기록한다면 ‘Second Five’의 가능성을 둘러싼 이야깃거리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기록 출처: BBHOF Tr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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