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콜로라도 로키스 – ‘락토버’는 다음 기회에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박주현)

 

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78승84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87승75패)

 

[야구공작소 오상진] 콜로라도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시즌 마지막 14경기서 13승 1패,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 그리고 포스트시즌 7연승으로 월드시리즈 진출의 기적을 이뤄내며 ‘락토버(Rockies+October)’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2년 뒤 2009시즌에는 1993년 팀 창단 이후 최다승인 92승(70패)을 거둬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디비전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다(vs 필리델피아 필리스 1승 3패 탈락). 이후 콜로라도는 7년 동안 지구 최하위를 3번이나 기록하는 등 가을야구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채 하위권 팀 이미지를 굳혀왔다.

2014-2015년 2시즌 연속으로 70승에 못 미쳤던 콜로라도는 지난해 75승을 거뒀고 2010년 이후 6년 만에 지구 3위에 올랐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콜로라도는 월트 와이스 감독의 후임으로 2007년 락토버의 희생양이자 2010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던 버드 블랙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신임 감독을 위해 모처럼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구단 역사상 FA 야수 최고 금액(5년 7000만 달러)을 투자해 이안 데스몬드를 영입했을 뿐 아니라 약점이었던 불펜 보강에도 힘을 기울여 좌완 불펜 마이크 던(3년 1900만 달러), 마무리 그렉 홀랜드(1년 700만 달러, 인센티브 포함 최대 1400만 달러)까지 영입했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으로 2017 시즌을 준비한 콜로라도를 다크호스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주전급 선수가 4명(데이빗 달, 이안 데스몬드, 채드 배티스, 톰 머피)이나 부상으로 이탈해 기대감이 조금은 꺾인 상태로 2017시즌을 출발하게 되었다.

4월을 지구 1위(16승 10패 승률 .615)로 산뜻하게 출발한 콜로라도는 5월 17승 12패(승률 .586), 6월 15승 12패(승률 .556)로 꾸준함을 유지하며 전반기 52승 39패(승률 .571)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평소와 다른 선전에도 콜로라도는 압도적인 페이스로 질주한 LA 다저스(61승 29패 승률 .678)와 그 뒤를 쫓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53승 36패 승률 .596)에 밀려 지구 3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경쟁팀들과 달리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던 콜로라도는 전반기 상승세를 이끌었던 젊은 투수들이 지친 기색을 드러내자 8월 월간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졌다(12승 15패 승률 .444). 9월 초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0.5경기 차까지 추격 당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1경기 차로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지켜내며 가을야구행 막차를 탔다. 험난한 경쟁을 뚫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콜로라도는 락토버의 돌풍을 다시 한 번 꿈꿨지만 화끈한 타격전 끝에 애리조나에 8-11로 패해 한 게임 만에 아쉽게 포스트시즌을 접어야 했다.

 

최고의 선수 – 놀란 아레나도, 찰리 블랙먼

놀란 아레나도 시즌 성적: 159경기 .309/.373/.586 OPS .959, 37홈런 130타점 fWAR 5.6

2015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최고의 거포 3루수로 거듭난 아레나도는 올 시즌에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3년 연속 40홈런에는 실패했지만 3년 연속 130타점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고 데뷔 후 첫 3할 타율과 함께 출루율, 장타율 모두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장점인 수비도 여전했다. 아레나도는 메이저리그 3루수 중 두 번째로 많은 1377.1이닝(1위 카일 시거 1399.2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실책은 한 자릿수(9개)에 불과했고 DRS는 20을 기록, 3루수 전체 1위에 올랐다. 5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아레나도는 처음으로 플래티넘글러브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찰리 블랙먼 시즌 성적: 159경기 .331/.399/.601 OPS 1.000, 37홈런 104타점 fWAR 6.5

축구의 ‘펄스 나인(False 9 – 전통적인 역할을 벗어난 가짜 공격수)’을 야구에 적용한다면 블랙먼은 사실상 ‘펄스 원(False 1)’의 역할을 했다. 무늬만 1번 타자인 이 선수는 류현진을 희생양으로 역대 메이저리그 리드오프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2000년 다린 얼스테드 100타점)했고 내셔널리그(NL) 타점 8위에 올라 다른 팀 중심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뿐만 아니라 NL 홈런 공동 3위, 장타율 2위, OPS 3위 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타율, 득점(137개), 안타(213개), 3루타(14개) 부문에서는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홈(24홈런 OPS 1.239)과 원정(13홈런 OPS .784) 차이가 큰 전형적인 ‘산 사나이’ 스탯은 아쉬웠지만 2년 연속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고 MVP 투표에서도 205점으로 팀 동료 아레나도(4위, 229점)에 이어 5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최악의 선수 – 이안 데스몬드

시즌 성적: 95경기 .274/.326/.375 OPS .701, 7홈런 40타점 15도루 fWAR -0.8

콜로라도가 마음먹고 FA에 투자를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데스몬드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왼손 골절로 자리를 비웠고 4월 마지막 날에야 로스터에 복귀했다. 어렵게 복귀는 했지만 데스몬드에게서 기대한 공격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이 안타는 쳤지만 기대했던 장타가 실종됐다. 설상가상으로 7월 말 종아리 근육 부상까지 찾아와 또다시 전력에서 이탈했고 복귀한 뒤에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초라하게 시즌을 마쳤다.

 

부활에 성공한 선수 – 그렉 홀랜드 마크 레이놀즈

그렉 홀랜드 시즌 성적: 61경기 3승 6패 1홀드 41세이브(4블론) ERA 3.61 fWAR 1.1

콜로라도가 홀랜드를 영입했을 때 이렇게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치를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2015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홀랜드는 11월 쇼케이스 때 전성기에 한참 못 미치는 구속으로 많은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끝까지 그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콜로라도는 영입 경쟁에서 승리했고 홀랜드는 성적으로 보답했다. 시속 96마일을 웃돌던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93.7마일까지 패스트볼 구속을 회복한 홀랜드는 전성기 못지 않은 탈삼진(K/9 10.99)을 잡아내며 NL 공동 1위에 해당하는 41세이브를 수확했다. 8월 부엌에서 칼을 사용하다 손가락을 다친 뒤 잠시 부진(8월 1승 4패 3세이브 3블론 ERA 13.50)에 빠진 것 외에는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콜로라도의 뒷문을 지켰다. 중요한 순간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무너지며 아쉽게 시즌을 마쳤지만 NL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해 아쉬움을 달랬다.

 

마크 레이놀즈 시즌 성적: 148경기 .267/.352/.487 OPS .839, 30홈런 97타점 fWAR 0.8

레이놀즈는 원래 올 시즌 베스트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가 아니었다. 콜로라도는 FA로 영입한 데스몬드에게 1루를 맡길 예정이었다. 지난해 부활의 조짐을 보인 레이놀즈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상황이었다. 데스몬드의 부상과 부진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레이놀즈는 2011년 이후 6년 만에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물론 쿠어스필드 효과를 상당히 보긴 했지만(홈 21홈런 OPS .978 / 원정 9홈런 OPS .703) 전성기의 장타력을 회복하며 중심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키 포인트 – 신인 선발 투수 3인방

콜로라도 신인 선발 투수 3인방 성적

카일 프리랜드: 33경기(28선발) 11승 11패 ERA 4.10
저먼 마르케스: 29경기(29선발) 11승 7패 ERA 4.39
안토니오 센자텔라: 36경기(20선발) 10승 5패 ERA 4.68

콜로라도는 지난해 팀 내 최다승 투수 채드 베티스와 10승 투수 존 그레이가 시즌 초반 자리를 비우면서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구심점을 잡아줘야 할 타일러 챗우드까지 부진에 빠졌지만 젊은 선발투수들이 동시에 잠재력을 터뜨려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서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며 한국 팬들의 관심을 받은 프리랜드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뻔(8.1이닝 1피안타)하는 등 전반기 9승 7패 ERA 3.77의 성적을 거뒀다. 프리랜드보다 하루 먼저 빅리그에 데뷔한 센자텔라는 4월 3승 1패 ERA 2.81의 활약으로 NL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데뷔해 6경기(20.2이닝)를 경험했던 저먼 마르케스는 5월 4승 1패 ERA 2.64로 센자텔라의 활약을 이어받았다. 세 선수는 풀타임 첫 시즌이라는 한계로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해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케 했다.

 

마무리 – 찾아온 봄날, 놓치지 않을 거예요

콜로라도는 가을야구와 동떨어진 채로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간만에 아주 잠깐이나마 포스트시즌의 맛을 봤다. 좋은 성적에 팬들도 화답해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295만 3650명의 관중이 쿠어스필드를 찾았다.

투수 출신인 블랙 감독이 부임한 뒤 콜로라도의 약점들은 개선되고 있다. 쿠어스필드를 핑계로 최하위권에 머물던 투수진은 그래도 리그 중위권 수준으로 올라왔다. 거액의 FA 선수가 아닌 구단에서 키워낸 선수들이 중심을 이뤘다는 점은 더욱 큰 수확이다. 콜로라도가 올 시즌과 같은 경쟁력을 한 시즌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지난 스토브리그에서처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날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락토버의 기적을 기대한다면 말이다.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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