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앙헬 산체스

선발투수, 우투우타, 185cm, 86kg, 1989년 11월 28일생

 

[야구공작소 장원영] SK 와이번스가 2018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모두 마쳤다. SK는 지난 28일 투수 앙헬 산체스(28)와 연봉 85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 등 총액 110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후에 밝혀진 바로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도 관심을 가졌을 만큼 산체스를 둘러싼 영입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SK는 산체스 영입으로 팀 선발 전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한편 내년 5강 싸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배경

산체스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로서는 다소 독특한 경로를 통해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도미니카 선수들은 10대 때 메이저리그 구단과 국제계약을 맺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산체스 역시 어린 시절 영입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고, 2010년 7월 도미니카 소재의 산토도밍고 자치대학의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시점에서야 LA 다저스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단돈 7,500달러라는 계약금에서 알 수 있듯, 당시 다저스는 산체스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다저스와 함께한 3년간은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다. 2011년 로우 싱글A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산체스는 최고 96마일(154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20경기 동안 ERA 2.82로 가능성을 보였다. 다저스 내 유망주 순위에서도 12위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이듬해 상위 싱글A에서 130이닝 동안 ERA 6.58로 부진해 이례적으로 다시 로우 싱글A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팀 내 유망주 순위 역시 1년 만에 25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산체스는 마이너리그 ‘저니맨’이 되고 말았다. 2013년 7월 리키 놀라스코 트레이드 때 마이애미 말린스로 건너갔고, 이듬해 더블A 무대까지 밟았으나 부진을 면치 못해 1년 만에 웨이버 공시됐다. 이후 웨이버 클레임을 건 탬파베이 레이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곳에서도 2경기 모두 부진하자 다시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팀을 옮겼다. 화이트삭스에서의 등판도 5경기가 전부였던 산체스의 종착지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산체스는 피츠버그와 함께한 2015년 개인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4년 거듭 부진했음에도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기회를 받은 산체스는 2015시즌 총 137.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ERA 2.69, WHIP 1.13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치며 마침내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그해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오르며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벌인 탓에 산체스를 비롯한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줄 겨를이 없었다.

바로 그때 토미 존 수술이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이제 막 반등에 성공한 산체스는 아쉽게도 2016년을 통째로 쉬며 재활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온 2017시즌에는 불펜 투수로 전향해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덕분에 그토록 고대하던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뤄냈다. 산체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피츠버그는 이번 룰5 드래프트를 앞두고 그를 40인 로스터에 포함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SK의 적극적인 모습에 마음이 동했고, 결국 한국 무대로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앙헬 산체스 최근 5년간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산체스의 주 무기는 역시 최고 98마일(158km)에 이르는 강속구다. 유망주 시절부터 곧잘 95마일(153km)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을 만큼 빠른 공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투수이며, 구속이 오히려 토미 존 수술 이후 더 빨라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팔꿈치 수술 이후에는 내내 불펜 투수로 나섰기 때문에 선발로 등판한다면 구속이 약간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산체스의 패스트볼은 그에 따른 구속 하락폭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KBO리그 최정상급에 속한다.

강속구 투수들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제구 불안도 없다. 프로 무대 초창기인 다저스 시절에는 9이닝당 3.5개의 볼넷을 내주며 다소 어중간한 제구력을 보여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볼넷 허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14년 이후로는 줄곧 9이닝당 볼넷 수가 3개 미만으로 안정적이었으며, 가장 좋았던 2015년의 볼넷율 역시 6%에 그쳤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는 54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1개의 볼넷을 내줬을 정도로 제구력이 돋보였다.

땅볼 유도에 능하다는 점도 호재다. 선수 시절 내내 땅볼/뜬공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5년과 2017년 마이너리그 두 시즌 동안 땅볼 유도 비율은 50%대에 달하는 한편 9이닝당 홈런 수는 1개가 채 되지 않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당 3.65개의 홈런을 내줬지만, 이는 12.1이닝이라는 적은 표본과 함께 29.4%라는 비정상적인 홈런/뜬공 비율 탓일 확률이 높다.

구속에 비해 유독 적은 탈삼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흔히 말해 스터프에 비해 탈삼진이 적은 투수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비슷한 예로 2년 전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네이선 이볼디를 들 수 있다. 이볼디도 산체스와 마찬가지로 빠른 구속, 안정적인 제구력, 높은 땅볼 비율이라는 삼박자를 갖췄지만, 탈삼진은 생각보다 적었던 투수다. 산체스도 이볼디와 마찬가지로 패스트볼과 커터의 위력에 비해 이를 받쳐주는 체인지업과 커브의 결정구로서의 면모는 떨어지는 편이다.

이외에 높은 쓰리쿼터 투구폼이 다소 깨끗한 탓에 디셉션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점과 지난 2년간 선발 등판 경험이 없다는 점, 그리고 토미 존 수술 경력 등이 흠으로 꼽힌다. 선수 시절 내내 높은 인플레이 타율 때문에 볼넷/삼진 비율에 비해 높은 평균자책점으로 고전했다는 점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미래

산체스는 당장 내년부터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해도 이상하지 않다. 구위와 제구력이 모두 뛰어난 외국인 투수는 KBO리그에서 흔하지 않다. 이로써 내년에도 가을야구를 목표로 하는 SK는 메릴 켈리-김광현-산체스라는 강력한 선발 트로이카를 완성했다. 작년 선발 WAR 리그 4위(12.98), 평균자책점 리그 5위(4.67)에 오른 SK는 기존 스캇 다이아몬드의 자리를 산체스가 대체하면서 내년 시즌 더 높아진 선발 마운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키 포인트는 산체스가 KBO리그에서 마이너리그 시절보다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느냐다. 선수 시절 내내 인플레이 타율이 높았던 산체스가 홈런을 포함한 인플레이 타구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올 시즌 리그 인플레이 타율이 .327에 달했던 KBO리그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 산체스로서는 제2 구종인 커터의 활용도를 높여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의 헛스윙을 최대한 많이 이끌어내야 한다.

SK의 내야수비가 탄탄한 것도 산체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SK 내야진은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 부문에서 작년 리그 3위(0.90)로 활약한 데 이어 올해도 리그 4위(0.36)에 오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산체스가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더라도 SK의 내야수들이 타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종합하면 산체스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다. 강력한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타자 친화적인 KBO리그에서 생존하기 유리한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년간의 선발 등판 공백만 무리 없이 극복한다면 산체스의 활약은 더욱 가시적이다. 2015년부터 이어진 ‘의리’ 덕분에 산체스 쟁탈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SK는 과연 노력만큼이나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내년 시즌 SK와 산체스가 보여줄 ‘의리’의 힘을 기대해 본다.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MiLB.com, Baseball America,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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