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볼티모어 오리올스 – 감독과 단장의 불편한 동거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박주현)

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 (80승 82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5위 (75승 87패)

[김준업 객원 칼럼니스트] 오랜 기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응원해온 팬에게도 한국 선수들의 진출로 오리올스를 접한 팬에게도, 2017년 오리올스의 팀 운영은 적어도 2016년보다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프시즌부터 시즌 끝까지 영문 모를 무브를 한 댄 듀켓 단장과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 로스터를 운영해온 벅 쇼월터 감독 사이의 알 수 없는 위화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1년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7년 마지막 가을야구를 끝으로 정규시즌 후 오랜 기간 남의 잔치를 구경만 해온 오리올스의 피터 앙헬로스 구단주는, 암흑기가 15년을 넘길 위기에 처하자 구단 체질 개선에 나선다. 2010년 6월 데이브 트렘블리 감독이 경질된 후 후안 새뮤얼에게 감독 대행을 두 달 동안 잠시 맡긴 구단주는, 앤디 맥페일 단장의 추천을 받아 리빌딩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벅 쇼월터를 감독으로 데려온다.

벅 쇼월터 감독의 첫 풀타임 시즌이 끝난 2011년 가을, 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던 맥페일 단장은 또다시 루징 시즌을 기록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한다. 단장의 팀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던 구단주의 악명 덕분이었는지 후보로 거론된 메이저리그계 유명인사들은 앞을 다투어 단장직을 고사하였다. 단장직 구인난에 시달리던 차에 구단주의 부름에 응한 이는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데려오는 업적으로 유명한 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이자 이스라엘에서 야구 활성화에 힘쓰고 있던 댄 듀켓이라는 인물이었다.

2012년은 오리올스의 암흑기가 15년째로 연장되는 시즌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애덤 존스, J.J.하디, 크리스 데이비스, 맷 위터스, 매니 마차도 등 맥페일 전 단장이 팀 구석구석에 뿌린 씨앗들이 만개하였고, 우주의 기운을 모아 와일드카드를 획득하기에 이른다. 비록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했지만, 당초 어두웠던 전망과는 달리 쇼월터 사단은 15년 간 지속된 암흑기를 끊어내는 기염을 토해냈고, 연장전 16승 2패와 한 점차 승부 29승 9패를 기록을 이끌어낸 쇼월터 감독의 불펜 관리 야구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업적으로 남았다.

그후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박살내면서 짝수해마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오리올스는, 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는 되는 집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15년 시즌 전 댄 듀켓 단장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사장급으로 이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앙헬로스 구단주는 2018년까지의 계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오리올스의 단장직에 그대로 눌러앉혔다. 한바탕 지나간 ‘이적 소동’ 후 댄 듀켓 단장은 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무브를 이행하기 시작하였고, 감독이 지향하는 로스터가 서로 엇갈리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불거진 ‘불편한 동거’는 2016년 오프 시즌 페드로 알바레즈를 영입하면서 극으로 치닫게 된다.

 

투타의 균형이 맞지 않는 로스터

자타가 공인하는 ‘남자의 팀‘ 오리올스는 그 명성답게 매시즌 200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화끈한 화력을 자랑한 팀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가을야구 진출의 핵심 요소는 골고루 홈런을 쳐대는 타선이 아닌 불펜 투수 관리에 더 무게가 실렸고, 이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은 야수들의 안정적인 수비력이었다. 수비가 안되면 기용을 하지 않는 철칙을 지키는 쇼월터 사단에서, 유일하게 수비력이 중요치 않은 포지션은 지명타자뿐이었다.

그러나 든든한 선발진과 수비를 중시하는 야구를 지향하는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단장은 부족한 수비력을 한 방으로 만회하는 홈런 타자 영입에 몰두하면서 자연스럽게 선발 투수 영입에 소홀하게 된다. 거포를 사랑하는 구단주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는지, 단장은 외야 수비를 포기하는 대신 파워가 넘치는 타선을 만들었고 쇼월터 감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우발도 히메네즈를 상위 로테이션에, 마크 트럼보를 우익수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오리올스의 홈구장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OPACY, 이하 캠든 야즈)는 야구팬들에게 탁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고, 아메리칸 동부지구는 타자 친화 구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좋은 투수를 써도 홈런을 맞아 실점하기 쉬운 환경이라면, 한 방 맞더라도 두 방을 때릴 수 있는 힘을 가진 타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지도 모른다. 댄 듀켓 단장의 이러한 거포 영입 철학은 매 시즌 팀 성적의 상수로 고정된 반면, 선발진과 수비수들이 모으는 우주의 기운은 변수로 작용하여 팬들에게 천국과 지옥을 선사하였다.

93패 팀을 1년만에 93승(2012년)팀으로 만든 벅 쇼월터 사단은 5년 연속 루징 시즌을 면했고 세 번의 짝수 해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본인의 지향점과 맞지 않은 로스터 때문에 한 해 평균 130가지가 넘는 라인업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고 매 경기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얇은 뎁스 때문에 내야수가 줄줄이 부상을 당했을 땐 외야수였던 스티브 피어스가 야구 인생 처음으로 2루수를 뛰기도 하였다. 3루수 출신이었던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가 우익수 아르바이트를 한 달간 뛴 적도 있다. 심지어 올 시즌은 1루수 유망주였던 트레이 맨시니가 조이 리카드와 김현수를 밀어내면서 결국 좌익수 자리를 꿰차고야 말았다.

그나마 부실한 외야 수비에 비하면 내야 수비가 탄탄하였기에 오리올스 선발 투수의 덕목은 땅볼 유도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017년 오리올스 선발 투수는 땅볼 비율 41.5%를 찍으면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2위를 기록하였다. 뜬공이 많아지면서 홈런도 늘어났고, 16.3%를 기록한 뜬공 대비 홈런 비율은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여느 해처럼 투타의 균형이 맞지 않는 로스터로 시즌을 치른 2017년, 오리올스는 75번의 승리를 거두며 6년 만에 루징 시즌을 기록하였다. 이제 우리는 서로 지향점이 맞지 않는 단장과 감독의 불편한 동거와 오리올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냉철한 진단을 해보아야 한다.

 

드디어 폭발하다, 조나단 스콥

올 시즌 오리올스의 타선은 20홈런 타자를 7명 배출하면서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였고, 팀 타선을 견인한 선수는 매니 마차도나 애덤 존스가 아닌 주전 2루수 조나단 스콥이었다. 비록 시즌 말 부진으로 2008년 닉 마케이키스 이후 오리올스에 나타나지 않았던 규정타석 3할 도전에는 실패하였지만, 조나단 스콥은 .293의 타율, 32홈런, 105타점, 92득점이라는 매우 준수한 클래식 스탯을 기록하였다.

2014년 첫 풀타임 시즌에서 0.209/0.244/0.354, wRC+ 64를 기록했던 91년생의 이 어린 선수는, 2016년에 전경기 출전에 0.267/0.298/0.454, wRC+ 99를 기록하면서 타격 성적이 개선되고 있었다. 특히 풀타임 데뷔 후 3년 평균 3%의 BB%와 23%라는 K%를 기록한 최악의 눈야구는 올 시즌 각각 5.2%와 21.0%를 기록하면서 많이 개선되었다. 스콥의 시즌 최종 스탯은 0.293/0.338/0.503의 슬래시 라인에 wRC+가 121였고, 준수한 수비를 곁들이면서 4.1의 fWAR을 적립했다. 이는 팀내 1위이자 메이저리그 2루수 중 5위에 달하는 기록이었다.

특히 2015년 무릎 부상으로 두 달 이상 이탈하면서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으나 2016년 전경기 출장에 이어 올해도 160경기 출장 시즌을 기록하면서 내구도를 증명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9월에 접어들면서 스탯이 급하락한 점은, ‘한번 자리 잡은 선수는 끝까지 계속 쓴다’라는 벅 쇼월터 감독의 철학과 맞물려 휴식 없이 풀시즌을 치른 부작용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리올스 팬들은 이미 프랜차이즈 스타 애덤 존스가 성장하던 시기를 대입하고 있다.

 

연거푸 실패하는 댄 듀켓 단장의 장기 계약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던 애덤 존스의 6년 8500만 달러 계약이 훗날 ‘혜자 계약’으로 분류되면서 댄 듀켓 단장의 첫 장기계약은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014년 오프 시즌에 야심 차게 4년 5000만 달러에 영입한 우발도 히메네즈는 계약 첫해부터 ‘윤석민도 해볼 만한 로테이션’이라는 평을 받던 오리올스에서조차 불펜으로 밀려나면서 실패하였고, 양키스행이 유력했지만 홈런 부문 커리어 로우를 기록한 후 비교적 팀 친화적인 계약(3년 4000만 달러)으로 오리올스에 남았던 J.J.하디도 계속되는 부진과 부상 속에 몸값을 하지 못하였다.

부정적인 메디컬 테스트 결과로 선수를 싸게 후려쳐서 계약했다는 혹평을 받으면서까지 영입한 요반니 가야르도(2년 2200만 달러)는 1년만에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 되었고, 4년 3100만 달러를 준 대런 오데이는 계약 첫 2년 동안 100이닝도 채 던지지 못하였다.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크리스 카터가 1년 300만 달러에 양키스에 영입될 때, 듀켓 단장은 아메리칸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마크 트럼보에게 3년 375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겨주었고 트럼보는 계약 첫해 fWAR에서 –1.2를 찍으며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 소소한 계약들은 서막에 불과하다. 계약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앞으로도 가장 많은 기간과 총액을 남겨두고 있는 크리스 데이비스의 7년 1억 61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다.

 

아직도 5년이나, 크리스 데이비스

오리올스 팬들은 크리스 데이비스의 7년의 계약 중 이제 겨우 2년을 버텨냈다. 올 시즌의 하향세로 미루어 보아 팬들이 남은 계약 기간 동안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은 자명한 일로 보인다.

FA 계약 직전 해였던 2015시즌, 크리스 데이비스는 전반기 85경기에서 0.235/0.318/0.469, wRC+113, 19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후반기 74경기에서만 28홈런을 몰아치면서 0.293/0.409/0.669, wRC+ 189를 기록하면서 몸값을 확실하게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빠른 공에 대한 약점을 보이던 1루수에게 큰 규모의 장기계약을 주고 싶어하는 구단은 없었다. 마이너 상위 레벨에서 리그를 폭격하던 1루수 유망주 트레이 맨시니를 보유하고 있었던 오리올스 프런트도, 크리스 데이비스를 대하는 타 구단들의 함의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홈런 타자에게 우호적인 피터 앙헬로스 구단주는 별다른 영입 경쟁팀이 없는 상황에서 7년 1억 6100만 달러라는 특급 계약을 직접 안겨다 주었다. 마크 트럼보를 데려왔던 팀의 플랜은 확실하게 꼬여버렸으며, 결국 데이비스 장기 계약의 나비효과는 트레이 맨시니를 좌익수로 보내는 상황을 야기하여 김현수가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결과까지 이어졌다.

올 시즌 구단과 팬들은 2013년 53개(wRC+ 168, fWAR 7.0), 2015년 47개(wRC+ 149, fWAR 5.7)의 홈런을 쳤던 데이비스에게 ‘홀수해의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망을 줄 때에도 팬들은 아직 2015년에 보여준 막강한 후반기 화력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났을 때 그는 0.215/0.309/0.423의 슬래시라인과 0.2의 fWAR라는 성적표를 받았고 이는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1루수 중 26위에 해당하는 순위였다.

계약규모로 보나 선수의 퍼포먼스로 보나 트레이드 가치가 바닥인 크리스 데이비스는, 적어도 잔여 계약 기간인 5년 동안은 오리올스에서 계속 보게 될 것이다. 팬들은 그가 지금보다 더 추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가 반등할 요소는 찾기 힘들고, 그 바람들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투수를 키우지 못하는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딜런 번디

오리올스가 타선에서 2008년 이후 3할 타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동안, 투수 쪽은 2007년 에릭 베다드(5.0) 이후 fWAR 3.0을 넘는 투수를 배출하지 못하였다. 이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의 타자 친화적인 구장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앙헬로스 구단주의 소홀한 투수 영입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투수를 키우지 못하는 데다가 투자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는 팀이다.

길고 긴 암흑기가 끝나갈 무렵 앤디 맥페일 전 단장은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투수 유망주 4인방을 구성한다. 이들 중 ‘포지를 거르고 뽑았던’ 브라이언 매터스는 빛을 보지 못하고 팀들을 떠돌며 정착하지 못하였고, 크리스 틸먼은 암흑기를 끊어내던 시점부터 1선발로 성장하여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FA를 앞둔 이번 시즌에 어깨 부상 여파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11년 등장한 에릭 베다드의 후계자 잭 브리튼은 오랜 슬럼프 끝에 리그 최강의 클로저로 거듭났고, 마지막 한 명인 제이크 아리에타는 시카고 컵스 이적 이후 다른 투수로 변신하여 사이영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2017시즌 가을야구가 끝난 지금, 메이저리그 팬들의 머릿속엔 2011년 여름 드래프트 출신 선수들이 각인되고 있다. 앤서니 렌던, 프란시스코 린도어, 조지 스프링어, 소니 그레이, 게릿 콜, 트레버 바우어, 마이클 풀머 등 그 이름들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활약은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해가고 있다. 그러나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이 해에 뽑은 선수는 계속되는 부상으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팀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모험을 떠났고 4년여의 여행을 마친 끝에 비로소 팬들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이후로 게릿 콜과 함께 최고의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투수, 바로 딜런 번디이다.

번디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토미 존 수술로 재활하던 중 어깨 부상 이슈가 밝혀지면서 팬들을 초조하게 하였다. 그러나 2016년부터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번디는 선발 투수가 하나 둘 무너져가는 가운데 우발도 히메네즈를 밀어내고 선발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주특기였던 커터와 슬라이더를 봉인한 채 포심, 커브, 체인지업만으로도 빅리그에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번디(10승 6패, 109.2이닝, 4.02평균자책점)는, 올 시즌 커터 봉인을 해제하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개막 시리즈에 등판한 번디는 7이닝동안 단 1점만을 내주고 8개의 삼진을 잡는 에이스의 면모를 선보였다. 개막 후 13경기 동안 11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6월 초까지 평균 6이닝, 평균자책점 3.05를 찍으면서 10년만에 나타난 ‘트루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힌다. 그러나 오랜 공백 탓이었는지, 여름이 오자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시즌 최종 스탯은 13승 9패, 169.2이닝 4.24평균자책점을 기록하였다. 비록 봄에 보였던 압도적인 모습은 오래 가진 못하였으나, 풀타임 선발 첫해에 보여준 모습은 팬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품게 해주었다.

 

다가오는 2018년, 곳곳에 산재한 문제들의 해결책

올 시즌 오리올스 선발진이 기록한 5.70의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최하위의 수치이며, 846.0이닝은 28위, fWAR5.5도 27위를 기록하였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리올스의 몇 년째 해결되지 않은 문제, 그리고 이번에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당연히 선발 투수 보강을 통한 로테이션 강화일 것이다. 우발도 히메네즈, 요바니 가야르도, 웨이드 마일리 등 팀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투수들이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고, 시즌 도중 김현수와 트레이드되어 합류한 제레미 헬릭슨과 팀내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던 크리스 틸먼도 FA를 맞이하였다. 딜런 번디와 케빈 거즈먼을 제외하면 오리올스 로테이션은 최소 세 자리의 공백이 생긴다.

오리올스 팜 내에서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올릴 만한 선발투수는 전무하다. 최근 몇 년간 즉전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트레이드 매물로 보냈던 귀한 선발 유망주인 잭 데이비스, 파커 브리드웰 같은 선수들은 이미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선발 후보로 오르고 있는 팀내 선수는 올해 롱릴리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미겔 카스트로(66.1이닝, 3.53ERA)와 가브리엘 이노아(34.2이닝 4.15ERA) 정도이다.

외부 영입 후보로는 앤드루 캐쉬너(166.2이닝, 3.40ERA)가 1순위로 꼽히고 있는데, 올시즌 K/9 4.64와 BB/9 3.46을 기록한 투수를 데려오는 것은 위험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제이슨 바르가스(179.2이닝, ERA4.16)도 영입 후보로 올라와 있는데 광활하기로 유명한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피홈런을 억제하지 못했다(HR/9 1.35)는 점은 캠든 야즈에서 던질 때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물론 오리올스가 투수 영입에 큰 돈을 쓸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 언급한 두 명의 투수는 영입할 수 있는 최대치의 투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위태로운 선발 투수진은 내년에도 크게 팀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반해 야수진은 탄탄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2018시즌 이후 FA로 풀리는 매니 마차도가 올시즌 기록한 fWAR 2.8은 무릎 수술 후에 완전체로 돌아오자마자 2년 간 찍은 6.9와 6.6에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나 전반기에 매우 부진한 모습(0.230/0.296/0.445, wRC+ 92)을 보여주면서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반면 후반기에 많이 만회(0.290/0.326/0.500, wRC+ 114)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시기에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영입한 팀 베컴의 별명인 ‘포거베(포지 거르고 베컴)’는 그 동안 그를 비하하는 용도로 많이 회자되었다. 그러나 사실상의 풀타임 첫해인 올시즌(137경기), 팀 베컴은 레이스에서 80경기 동안 fWAR 1.6을 기록하였고, 오리올스에 온 이후 단 50경기만에 2.0을 기록하였다. 그가 오리올스에서 보여준 공격력(0.306/0.348/0.523, wRC+ 130)과 준수한 수비력, 그리고 아직 많이 남은 서비스타임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팬들은 그가 J.J.하디의 후계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애덤 존스는 더 이상 예전의 철강왕의 모습은 아니지만, 부진했던 전반기를 후반기에 확실하게 만회하면서 제 몫을 해냈고(0.285/0.322/0.466, wRC+ 107) 특히 7년 연속 25홈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신인왕 후보에 올랐으나 애런 저지라는 압도적인 괴물 때문에 주목 받지도 못한 트레이 맨시니(0.293/0.338/0.488, wRC+ 117, 24홈런, fWAR 1.8)는 경험이 없던 좌익수 포지션에서 최악의 수비를 보여주었으나 점점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룰5 드래프트로 데려온 앤서니 산탄데르와 오스틴 헤이즈, D.J. 스튜어트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외야진의 미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단년 계약 동안 멋진 활약을 보여준 웰링턴 카스티요(0.282/0.323/0.490, wRC+ 113, fWAR 2.7)는 플레이어 옵션을 거부하고 자유계약 시장에 나갔다. 따라서 별다른 영입이 없는 한 포수 포지션은 케일럽 조셉을 주전으로 활용하면서 팀내 1위 유망주 찬스 시스코나 오스틴 윈즈를 백업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8시즌은 애덤 존스, 매니 마차도, 그리고 잭 브리튼이 오리올스에서 함께 뛰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선수들에 대한 관심만큼 팬들에게 흥미 혹은 걱정을 주는 것은 벅 쇼월터 감독과 댄 듀켓 단장의 계약도 끝난다는 점이다. 벅 쇼월터 감독은 로스터 구성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넌지시 토로해왔으나, 앙헬로스 구단주는 그간 댄 듀켓 단장의 장기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꺼내왔다.

대다수 팬들의 바람은 벅 쇼월터 감독의 연임, 그리고 댄 듀켓 단장의 재계약 실패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는 듯하다. 댄 듀켓 단장은 국제 유망주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류를 거스르고 관련 픽 혹은 슬롯을 얻는 족족 타팀에게 팔아왔다. 몇 안 되는 선발 유망주를 트레이드 매물로 매번 활용했고, 유망주의 커터 혹은 슬라이더 사용을 금지시켜 마이너 투수 코칭에 큰 제약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재임기간 동안 구성한 선발 로테이션은 앞다투어 메이저리그 최하위 경쟁을 하고 있다.

이번 겨울 일어날 무브들이 듀켓 단장 스스로의 향후 진로를 결정짓는 만큼, 팬들은 부디 선발 로테이션을 강화하여 밸런스가 맞는 팀을 구성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