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LG트윈스 –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때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시즌 성적-69승 72패 3무 (6위)

[야구공작소 이승호] 2016년 기대 이상의 시즌을 마친 LG는 스토브리그에서 차우찬을 영입했고, 오지환의 군입대까지 밀리면서 특별한 전력 누수 없이 2017 시즌에 임하며 기대를 높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LG를 3강으로 꼽았고 일각에서는 두산의 대항마로 지목했다. 시즌 초반 엘지는 기대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이며 6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LG는 이후 타선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1위 자리를 금방 내주고 만다. 8월까지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며 4위권에 머물다가, 결국에는 불펜진이 붕괴되며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LG의 상/중/하

() 선발진은 여전히 견고했다. 게다가 FA로 가세한 차우찬은 시즌 내내 에이스급 피칭을 펼쳤다. 소사는 그 누구보다 꾸준했고, 4선발 임찬규도 기대에 부응했다. 비록 에이스 허프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캡틴 류제국이 부진했지만 이 틈에 김대현이라는 카드가 LG의 미래로 성장했다. 시즌 내내 큰 흔들림이 없던 선발진은 리그 평균자책점 1위(4.11)를 기록하며 팀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 불펜은 애매했다. 지난 시즌 마무리였던 임정우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집단 마무리 체제를 구축했다. “전원 필승조”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신정락, 정찬헌, 이동현, 김지용, 진해수 등을 돌려가며 기용했다. 이들은 승리를 지켜냈고,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2위는 엘지의 몫이었다. 질보다 양을 노린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특급 선수가 없는 불펜은 결국 무너졌다. 후반기 승부처에서 많은 투수들이 기용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승리가 필요한 순간에 확실히 경기를 지켜낼 만한 투수가 없는 것이 팀의 한계였다.

전반기와 후반기 불펜 성적 차이

() 공격은 처참했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박용택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졌다. 팀 출루율은 7위로 저조했고, 장타율도 0.4에 턱걸이한 리그 꼴찌였다. 팀 홈런 역시 지난해보다도 적은 110개로 리그 최하위였다.

그렇다고 기동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시즌 초반 뛰는 야구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팀 도루 성공률이 50%대에 머물면서 후반기부터는 사실상 뛰는 야구를 포기했다. 낙제 수준의 장타력과 주루 전략 미스가 합쳐져 시즌 득점 순위 9위에 머물렀다.

처참한 팀타격 성적

 

결정적 순간- 8월 26~27일 로니의 ‘이탈’

시즌 중반, 2년간 활약한 히메네스가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퇴출된다. 그리고 7월 18일, LG는 대체자로 MLB 경력이 풍부한 제임스 로니를 영입한다. 이는 공격력을 강화해 순위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나름의 강수였다.

로니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KBO 데뷔 타석에서 2루타를 뽑아냈고, 수준 이상의 선구안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로니의 공격력은 LG의 갈증을 해소해 줄만큼 뛰어나지 못했다. (KBO 성적 .278/.366/.456) 결국 로니의 미미한 활약과 팀타선의 침체로 6위까지 곤두박질 친 LG는 8월 26일 1군 엔트리에서 로니를 말소시킨다. 로니의 몸 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라는 의도로 2군행을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8월 27일, 엘지 팬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로니가 26일 2군행을 통보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만을 갖고 곧바로 다음날 미국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이번 시즌 LG는 가뜩이나 빈타에 시달렸는데 공격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타자까지 빠지면서 사실상 이 날 이후 5강 경쟁의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MVP – 유강남, 차우찬

투타에서 맹활약한 유강남과 차우찬(사진=LG 트윈스 제공)

유강남은 이번 시즌 LG의 가장 큰 수확이다. 시즌 초에는 부진했지만 금세 반등하며 팀 타선의 활력소가 됐다. 시즌 초에는 장타가 터지지 않았으나 강민호의 타격 폼을 벤치마킹 한 이후 후반기에만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17개의 홈런으로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유강남은 이번 시즌 WAR 2.60을 기록했는데, 이는 포수 중 강민호, 양의지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수준급 포수가 귀한 상황에서 유강남의 활약은 LG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포수로서 포구의 아쉬움은 있지만 프레이밍 능력이 있고, 93년생의 군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이상 LG의 안방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역대 투수 최고액으로 잠실에 입성한 차우찬은 거침이 없었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175이닝을 소화했다. 타 선수들이 부진, 부상을 이유로 전열에서 이탈할 때 차우찬은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마운드를 지켜줬다. 비록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10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그 이상을 바라볼 만한 성적이었다.

 

아쉬웠던 선수 –정우

시즌 내내 자리를 비웠던 마무리(사진=LG 트윈스 제공)

16시즌 임정우는 LG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17시즌 WBC 국가대표에도 승선하는 경사도 누렸다. 하지만 부상으로 태극마크와 전반기를 통째로 날렸다. 복귀한 이후에도 작년만 한 구위를 보이지 못했고 추격조로 간간이 등판할 뿐이었다. 전문 마무리가 이탈한 사이 팀은 집단 마무리와 ‘이닝 쪼개기’로 버텨왔지만 점점 금이 갔고 결국은 후반에 무너졌다. 든든한 마무리가 버텨주며 불펜을 구축했던 롯데와 대비되는 점이었다. 필요할 때 없었던 임정우가 아쉬웠다.

 

시즌 총평과 새로운 체제 아래서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게된 류중일 감독(사진=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의 17시즌은 내용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도 실패했다. 시즌 시작 전 송구홍 단장은 향후 3년 이내에 우승권에 다가설 전력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당장은 힘들지만 리빌딩을 통해 차근차근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17시즌이 유의미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리빌딩은 17시즌을 포함해 양 감독체제 3년 간 계속됐는데, 오히려 타선에서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80년대 생이다. 결국 타팀과 비교해 봐도 젊은 선수들이 그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이들은 모두 제대로 된 포지션도 없이 정체되어 있었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오지환, 양석환 등 주전급 선수들 역시 아직 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구단은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을 선임하며 체제에 변화를 줬다. 이제부터 앞선 실패를 밑천 삼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문선재, 채은성, 김용의 외야로 컨버젼한 선수들. LG 포지션의 끝은 외야? (사진=LG트윈스 제공)

수년 간 LG는 좋은 야수를 키우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야수 육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칭 아카데미가 성공을 거뒀듯 야수 쪽에서도 체계적인 육성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서 ‘진짜’ 유망주를 가려 육성하고 장타력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는 에이스 허프의 재계약과 외국인 타자에 대한 투자 또한 필요하다. 덧붙여 3루와 같은 취약한 포지션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필수적이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새롭게 팀을 지휘하게 된다. 현재 LG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와 같다. 특히 야수 쪽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과연 구단이 어떠한 계획으로 새 시즌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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