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무엇이 달라졌나

[야구공작소 김남우] 지난 1월 KBO리그를 떠나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던 황재균의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 황재균은 6월 29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서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마침내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데뷔 첫 안타를 역전 결승 솔로홈런으로 장식하며 홈팬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그는 마이너리그 3개월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승격의 이유, 뜨거웠던 최근 활약상

황재균은 이번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68경기에 출전해 7홈런 5도루, 0.287/0.333/0.476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트리플 A의 리그들 가운데 보다 타고투저 성향을 띠는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고도 볼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황재균이 최근 들어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 황재균의 날짜별 최근 20경기 OPS 변화

위의 그래프가 그리고 있는 곡선처럼 황재균의 OPS는 6월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5월까지의 OPS가 0.740에 불과했던 반면, 6월 동안의 OPS는 무려 0.983에 달한다. 사실 5월까지의 성적도 타율(0.274)과 장타율(0.446), 그리고 순수장타율(0.172)만 따지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낮은 출루율이었다.

▲ 황재균의 날짜별 타율 및 출루율 변화

시즌 초반의 황재균은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아주 적은 유형의 타자였다. 볼넷보다는 안타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스윙을 한 때문이었다. 5월까지 출전한 46경기에서 그가 얻어냈던 볼넷은 단 5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동안 당한 삼진은 38개. 삼진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볼넷이 너무 적었다. 특히 4월 27일(현지시각)부터 6월 2일까지의 경기에서는 단 한 개의 볼넷도 얻어내지 못하는 극심한 ‘볼넷 가뭄’에 시달렸다.

그러나 6월의 황재균은 완전히 다른 타자였다. 6월 동안에만 14개의 볼넷을 얻어냈고, 이와 거의 차이가 없는 18개의 삼진만을 헌납했다. 볼넷이 늘어나면서 출루율도 자연스럽게 상승세를 탔다. 거기에 이전보다 솜씨 있게 공들을 골라 치면서 타율과 장타율도 덩달아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모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답은 황재균의 타격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달라진 타격 자세

▲ 황재균의 타격 자세 변화

6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황재균의 타격 자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배트를 쥔 손의 위치이다. 5월까지만 해도 황재균은 배트를 쥔 손을 높이 들어서 팔꿈치를 몸통과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위치시키는 타격폼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6월의 황재균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배트를 쥔 손의 위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팔꿈치가 몸통에 붙은 상태로 스윙이 이루어지고 있다.

낮아진 손의 위치는 백스윙의 길이를 단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정확한 타격의 ‘인아웃 스윙’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팔꿈치를 몸통에 붙인 채 배트를 돌리는 ‘인아웃 스윙’은 몸 쪽 공에 강점을 지닌 스윙으로, 특히 당겨 치기를 통한 장타 생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격의 신’ 테드 윌리암스는 인아웃 스윙을 설명하면서 이것이 장타를 노리는 당겨 치는 타자들에게 ‘만병통치약’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황재균의 당겨 친 타구는 5월 이전과 6월 이후로 나누었을 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도출해 내고 있다.

▲ 5월까지의 타구분포(좌)와 6월 이후의 타구분포(우) (출처=mlbfarm.com)

5월까지만 해도 황재균의 당겨 친 타구가 가장 빈번하게 향한 곳은 유격수 방면이었다. 전체 타구 중 1/3에 육박하는 31.8%의 타구가 유격수와 3루수 방면을 향했고,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간 타구는 전체 타구의 13.9%에 불과했다. 반면, 타격자세에 변화를 준 6월 이후로는 좌익수 방면의 타구가 2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신 유격수와 3루수 방면의 타구가 18.5%로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 당겨 친 타구가 훨씬 높은 확률로 내야를 넘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 역시 왼쪽 담장을 크게 넘기며 이러한 변화를 증명했다.

타구 분포의 변화 역시 이러한 관찰 결과를 뒷받침한다. 6월이 되면서 황재균의 그라운드볼 비율은 47.0%에서 35.2%로 감소했다. 반대로 직선타는 19.5%에서 25.9%까지 증가했다. 타구의 질 자체가 큰 폭으로 좋아졌으니, 늘어난 장타와 높아진 타율도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던 셈이다.

바뀐 스윙은 황재균이 볼넷 가뭄에서 탈출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손의 위치가 내려가면서 백스윙과 테이크백이 짧아졌고, 이로 인해 전보다 오래 공을 지켜보고 타격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 래타 코치와 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

그렇다면 황재균이 타격 자세에 변화를 주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덕 래타 코치와의 만남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래타 코치는 저스틴 터너와 대니얼 머피의 타격을 개화시켜준 것으로 잘 알려진 ‘재야의 고수’다. 그는 특정한 한 구단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해오고 있다.

황재균은 얼마 전 국내 언론을 통해서 덕 래타 코치에게 중심 이동과 손의 위치 등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먼저 연락을 취한 쪽이 황재균이었다는 것이다. 황재균은 국내에 소개된 래타 코치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직접 SOS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을 향한 그의 강한 열망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래타 코치의 지도 방향은 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와 그 궤를 같이한다. 스탯캐스트가 모습을 드러낸 지난 몇 년 사이,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의 개수가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홈런과 발을 맞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여준 것이 바로 당겨 친 플라이볼의 비율이다. 올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 2015년보다 1.32배나 높은 빈도의 당겨 친 플라이볼 타구가 발생하고 있다.

래타 코치가 추구하는 타격 이론은 바로 미세한 어퍼스윙을 통해 당겨 친 플라이볼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겨 친 플라이볼 타구는 일반적인 플라이볼에 비해 훨씬 높은 확률로 담장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제공하는 베이스볼 서번트에 의하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모든 플라이볼 타구 가운데 17.7%가 담장을 넘어갔는데, 당겨 친 플라이볼 중에서는 무려 41.4%가 홈런으로 이어졌다.

6월 들어 황재균이 보여준 타격 자세는 이와 같은 최근의 트랜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교정에는 래타 코치의 우수한 지도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선수 본인의 노력도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바뀐 타격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한번 자세를 바꾸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KBO리그에서 활약했을 당시에도 매 시즌 타격 자세를 개선시키면서 스스로를 갈고 닦기를 멈추지 않았던 타자다.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된 지금 이 순간, 그의 가장 커다란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의 도전이 이번에도 성공적이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mlbfarm.com, baseballsav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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