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LG 트윈스 디트리히 엔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희진 >

이름 : 디트리히 엔스(Dietrich Arthur Enns)

1991년 5월 16일생(만 32세)

선발투수, 좌투좌타

드래프트 : 2012년 19라운드(뉴욕 양키스, 전체 583번)

MLB / NPB 경력  

–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

– 2021년 템파베이 레이스

– 2022~2023년 세이부 라이온스

계약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2023년 LG 트윈스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타선의 힘으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오스틴 딘은 중심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지난 2년간의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었다.

반면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케이시 켈리는 전반기 내내 이전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교체설에 휘말렸다. 아담 플럿코도 마찬가지다. 전반기에만 11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후반기에 부상으로 단 4경기 등판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등판하지 못해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며 재계약에 성공한 케이시 켈리, 오스틴 딘과 달리 한국 무대를 떠났다.

LG는 시즌이 끝나자 발 빠르게 움직였고 2024년 LG와 함께할 마지막 외국인 선수는 바로 디트리히 엔스였다.

 

배경

엔스는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 재학 중이던 2012년 드래프트에서 19라운드, 전체 583번째로 뉴욕 양키스에 지명을 받았다. 프로 첫 해 양키스의 A-팀(Staten Island Yankees)에서 22경기에 나와 42.2이닝을 던지며 2.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순탄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양 A팀과 A+팀을 거치며 8번의 선발 등판과 함께 82.2이닝을 투구하며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정석적인 콜업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AA 콜업을 목표로 하던 2014년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잠시 마운드를 떠났다.

수술을 마친 2015년 6월, 엔스는 A+에서 9경기 선발로 나와 47.1이닝 ERA 0.76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다. 이후 엔스는 더블 A, 트리플 A를 거쳐 좋은 성적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큼 다가갔다.

2017 시즌 중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되자마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두 번의 등판 후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데뷔 시즌을 마쳤다. 2018년 트리플 A와 더블 A를 오가며 예년과 달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시즌 후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은 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했다. 이적 후 풀타임 선발 투수로 기용됐지만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방출되었다.

2020년 그는 독립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baseball pds에서 훈련했다. 독립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8월 템파베이 레이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다시 미국으로 복귀했다. 복귀 후 좋은 피칭을 하던 그는 2021년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오프너 뒤에 등판하는 벌크가이 역할을 맡아 9경기에 등판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진출을 위해 구단과 합의 하에 웨이버 공시 후 2022년 일본 무대로 발을 돌렸다.

세이부 라이온스로 이적한 첫 해 좋은 활약을 펼치며 2023년에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12경기에 등판해 10패를 떠안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후 방출됐다. 그렇게 2024년 LG 트윈스와 계약을 하며 KBO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 엔스 커리어 주요 성적 >

 

스카우팅 리포트

엔스는 포심, 커터(혹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던진다. 하지만 포심과 커터의 비중이 80퍼센트가 넘어 현재는 투피치 투수라고 볼 수 있다.

포심과 커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엔스는 89~92마일(143~148km/h)짜리 포심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2019년 샌디에이고와 baseball PDS를 거쳐 하체를 효율적으로 쓰고, 팔의 스피드를 빠르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 (링크) 그 결과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포심의 평균 구속은 94마일(약 151km/h)까지 상승했다. 헛스윙 비율은 25%가 넘었고, 피안타율이 0.227에 그쳤다. 기존에도 좋았던 수직 무브먼트에 더해 구속까지 올라가며 KBO 기준으로는 강력한 포심을 갖게 되었다.

커터도 마찬가지다. 2019년 이후 샌디에이고에서 체인지업 대신 장착했다. 포심을 받쳐줄 제1변화구 역할을 한다. 평균 86마일(약 138km/h)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피안타율이 0.171에 그쳤고, 헛스윙 비율도 20%가 넘는 만큼 플러스 피치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 2021년 엔스의 포심 탄착군 >

우려되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엔스의 포심과 커터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커터를 뒷받침해 줄 두 번째 변화구의 부재가 아쉽다. 데뷔 초반 엔스는 체인지업을 던졌고 여러 리포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링크) 2017년 메이저리그 데뷔전만 하더라도 직구, 커브, 체인지업을 던졌다. 하지만 baseball pds에 다녀온 후 그는 커터를 장착해 제2구종으로 커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우타자 상대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적이 좋았던 2021년 마이너리그에서 좌타자 상대론 18.1이닝 동안 단 하나의 피홈런을 허용했지만 우타자 상대로 52.2이닝 동안 훨씬 많은 7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2023년 NPB에서도 우타자 상대로 고전했다. 주 무기인 직구와 커터의 로케이션이 중구난방이었다.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제구가 잘되지 않자,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좋았다. 체인지업의 제구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피안타율이 0.444에 달하는 등 위력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 2023년 우타자 상대 엔스의 포심, 커터 탄착군 >

우타자 상대로 불안한 제구를 보이는 이유는 슬라이드 스텝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다리를 높게 들고 공을 던졌다. 그래서 주자 억제 관련 수치에서 굉장히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조금 달랐다. 주자가 있을 땐 슬라이드 스텝을 가져갔다가 제구가 잘되지 않았다. 그러자 같은 타석에서도 바로 다리를 높게 들어 투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슬라이드 스텝이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 타자 내에서도 투구폼이 바뀌는 만큼 투구 밸런스를 잡는 것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볼넷을 3.2개, 일본에서도 3.5개 정도 허용하며 커리어 내내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엔스의 제구력은 특출나진 않더라도 단점으로 크게 부각되진 않을 것이다.

선발 투수 경험이 풍부하면서 부상 경력이 거의 없는 것도 플러스 요소다. 2014년 토미존 수술, 2017년의 경미한 어깨 부상을 제외하면 최근 부상 경력이 없다. 후반기 플럿코의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어려움을 겪던 LG의 선택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잠실구장과의 궁합도 좋아 보인다. 엔스는 패스트볼을 하이 존에 던지는 걸 즐긴다. 빠른 구속과 높은 코스 공략이 합쳐져 땅볼보다는 뜬공을 더 많이 유도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내내 땅볼보다는 뜬공이 많았다. 그래서 피홈런의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LG는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하고 박해민, 홍창기 등의 수준급 수비수들이 외야를 누비기에 어느 정도 피홈런 억제를 기대할 수 있다.

 

전망

엔스는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다.  패스트볼의 구속도 KBO리그 기준 최상위권이고 수직 무브먼트도 우수하다. 좌완이라는 것도 큰 강점이다. 최근 KBO리그의 강타자들은 대부분 좌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외국인 좌투수들은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추세다. 이를 감안해 봤을 때 엔스가 좋은 성적을 낼 능력은 충분하다.

선발 투수로 나섰을 때는 꾸준히 120~130이닝을 던져왔다. LG에서 적절한 로테이션 관리를 해준다면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150~160이닝 소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LG의 불펜은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고 동료 외국인 투수인 켈리가 이닝 소화에 강점이 있는 만큼 엔스는 퀄리티 있는 피칭에 집중해도 될 것이다.

우타자 상대 무기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하지만 데뷔 초반 좋은 체인지업을 구사했고 LG가 스플리터나 체인지업 장착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란 것이 이 불안 요소를 조금은 줄여준다. 또 슬라이드 스텝 수정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처럼 주자 존재 시 슬라이드 스텝 없이 투구를 할 지, NPB에서 진행 중이었던 수정 과정을 마무리할지 지켜봐야 한다.

LG는 29년 만의 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불펜에서 고우석과 이정용이 이탈한 만큼 선발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과연 엔스는 플럿코의 그림자를 지우며 LG의 2년 연속 대권 도전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참조 = FANGRAPHS,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BASEBALL SAVANT, BASEBALL REFERENCE

야구공작소 홍휘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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