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의 멘탈,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접근하는 법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희진 >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야구팬이면 한 번쯤 모두 들어봤을 말이다. 정신력과 집중력은 숫자로 증명하고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어느 일이 그렇듯 심리적 상황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마라톤이라고 표현되는 정규시즌과 단거리 종목과 같은 포스트시즌에서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신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에도 이런 심리적인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등록되었던 선수들이 있다.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대니얼 바드는 불안증을 이유로 등록됐다. 그리고 9일 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오스틴 메도우스 역시 같은 이유로 10일 명단에 올라갔다. 바드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불안증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속 시원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정신 건강에 대해 공개하는 게 괜찮다는 걸 알릴 기회였습니다.” 바드는 실제로 잠시 선수 생활을 쉬던 2018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멘탈 코치로  활동할 정도로 직접 공부를 했었다.

이러한 문제로 부상자 명단 등재 또는 은퇴까지 한 선수들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겪어왔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관해서 얘기한 적도 많다. 구단들도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구단들이 멘탈 코치를 두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허점 또한 존재했다. 먼저 이들은 주로 전문 인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관련 자격증이 없으면 내담자와의 비밀보호 의무도 없다. 이는 충분히 오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선수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구단들의 방향성, 그리고 현 상황

탬파베이 레이스는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이 끝난 시점부터 지난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사내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투자하면서 점점 확대했다. 마이너리그 시스템 전체에 자격증을 지닌 상담가들을 두고 3번의 개인 심리 평가(스프링 캠프, 시즌 중반, 시즌 종료 후)를 진행한다.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에 심리학자를 고용하여 마이너리그팀과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빈스 로다토는 국민체육진흥협회(National Sports Performance Institute)의 이사이자 지난 20년간 탬파베이의 심리 건강 컨설턴트로 있었다.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로다토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입원을 하거나,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할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드래프트 되는 시점부터 메이저리그까지 통합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탬파베이는 여기에 보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도록 도와줬다. 이러한 심리상담 결과와 평가는 로다토만 모두 볼 수 있게 돼 있다. 선수 개인 파일이나 팀의 파일에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만약 선수가 팀 내 상담원보다 외부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할 시 이러한 보안 사항까지 로다토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가끔 코치들이 상담에 들어올 수 없도록 막는 것도 그의 일이다.

“선수들이 정보와 보안의 흐름을 컨트롤합니다. 그게 없으면 시스템도 의미가 없는 거고, 그냥 치워버리는 게 나아요.”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코로나19가 끝나가던 시점부터 팀의 문화를 바꾸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니콜 린넨 박사를 고용하는 부분이 컸다. 이미 2명의 멘탈 퍼포먼스 코디네이터가 있었지만, 단장이 된 크리스 영의 추진력도 있었다. 영이 봤을 때 느낀 점은 높아지는 관심에 대비해서 아직 멘탈 코칭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심리적인 스킬에 대한 토의와 비슷하다고 보며 이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게임은 멈추지 않으니까요. 누구든 일상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이겨내 온 일들이 있지만, 누군가 기대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벤 바루디 리더십 발전/멘탈 퍼포먼스 이사는 2021시즌 종료 후 해당 자리로 승진되었다. “멘탈 스킬, 퍼포먼스에 대해서 비유하자면 케잌을 굽기 전부터 장식하려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기반이 없잖아요. 만약 일어나는 것부터 고통스러우면 어떻게 ‘자 나가서 너의 실력을 보여줘!’, 이 메시지를 전달하겠어요.”

그렇다고 텍사스에서는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프로구단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경쟁’이란 키워드를 잊지 않았다. 바루디는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동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써요. 여기서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는 거죠. 선수에게 ‘너에겐 책임이란 게 어떤 의미고, 어떤 예시가 있어’라고 묻는다고 해요. 그럼, 그 선수의 시각에서 볼 수 있고, 그걸 말함과 동시에 말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같이 가져가는 거죠.”

 

피츠버그는 이스턴 워싱턴 대학교 그리고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과 협업하여 피츠버그 파이러츠 정신 건강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올해 Journal of Sport Psychology in Action(스포츠 심리학 학회지)에 실었다. 이 이니셔티브의 배경이 된 연구는 크게 미국의 NCAA 선수들과 2019년에 영국 스포츠 의학 학술지 저널에 실린 선수들에 대한 것이었다. 영국의 연구에서는 엘리트 선수들의 약물 오용률이 일반인들에 비해서 높다는 점을 주목했다. 일반인들보다 약물 사용률이 떨어지더라도, 오용은 잦다는 것이었다. 결국 피츠버그는 오용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이스턴 워싱턴 대학교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꾸준한 교육을 시작으로 한다. 그리고 위험군에 속해 보이는 선수들과 스태프를 발견하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파이러츠 게이트키퍼 프로그램”을 통하여 주요 선수 및 스태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필요할 시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위에서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자세와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클럽하우스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선수, 그리고 그 효과

< 사진 출처 = 텍사스 레인저스 X >

콜로라도에서 텍사스로 옮긴 존 그레이도 이러한 도움을 받았다. “콜로라도도 이따금 오는 멘탈 스킬 코치는 있었지만, 텍사스는 팀으로 돌아가니까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미팅하면서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짚고 넘어가요.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잠시 다른 것에서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니까요.” 그레이는 2021년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으로 인하여 콜로라도에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었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레이의 이러한 심리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에 심해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그레이는 콜로라도에서 도움을 받았었다. 당시 콜로라도 감독이었던 버드 블랙과 투수코치였던 스티브 포스터 그리고 대릴 스캇도 도움을 주었다. 위에서 언급된 바드와도 대화하면서 풀어나가고자 했다. 단장이었던 제프 브리딕도 외부 전문가와 연결해 주었고 이러한 도움들이 그레이에게 도움이 되었다. 텍사스는 이러한 문제가 생길 시 바로 내부에서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중이다. 문제가 생겼을 시 혼자서 고민하다 도움을 찾기 위해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이러한 심리학적인 시스템이 과연 더 좋은 퍼포먼스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평가하기엔 성과가 없어 보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과정을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그런 방향이다. 선수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잠재력을 끌어내고 조금 더 본인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방향이다. 

크리스 영도 이러한 궁금함을 직접 물어봤다. 과연 정신건강은 경기장에서 더 좋은 심리적인 효과가 있을까?

“좋은 질문이고, 저도 멘탈 스킬 코치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 어느 정도 내재된 것도 있겠지만,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도 있는 거죠. 모든 사람은 학습 성향이 다르니까요. 직접 해보고 가르치지 않는 한 그 결과는 모르는 거죠.”

 

참고 = mlb.com, The Athletics,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희진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양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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