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반 스코욕, 그리고 J.D. 마르티네즈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

지난 10년간 NL 서부 지구 왕좌는 LA 다저스의 것이었다(같은 기간 지구 우승 9회). 그리고 올해의 기운도 다저스를 향하고 있다. 시즌 초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돌풍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다저스가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1.5 경기 차로 앞서며 지구 우승을 확정 짓는 분위기다.

사실 다저스는 올해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원인은 투수진의 부진이다. 작년 팀 ERA 2.80으로 리그 1위를 기록한 투수진은 올해 4.22(리그 17위)로 지난해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투수진을 대신해 팀을 지탱한 건 타선이다. 팀 OPS 0.789(리그 3위)를 기록하며 수준급의 공격력을 보여준다. 타선의 중심을 프레디 프리먼(wRC+ 166), 무키 베츠(wRC+ 164), 윌 스미스(wRC+ 129)가 지킨다. 하지만 이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는 없다. 바로 지난해 겨울 단년계약(1년 1,000만 달러)으로 영입한 35살의 베테랑, J.D. 마르티네즈다.

 

J.D. 마르티네즈와 로버트 반 스코욕 코치의 첫 만남 

마르티네즈는 2010년대 빅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에는 평범한 선수였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알을 깨고 나와 매년 매서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성장 속에는 크레이그 월렌브록과 로버트 반 스코욕 코치가 있었다. 그들과의 인연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FOX 스포츠에 따르면 휴스턴 시절 마르티네즈는 라이언 브론의 스윙을 동경했다. 그는 브론과 몇몇 휴스턴 선수들이 월렌브록과 반 스코욕의 사설 센터를 다닌다는 것을 안 후, 당시 팀 동료였던 제이슨 카스트로에게 그들의 연락처를 물어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센터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마르티네즈는 월렌브록과 스코욕의 코칭에 집중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들은 마르티네즈에게 당겨친 뜬공이 좋은 결과를 가져옴을 역설했다고 한다(링크). 마르티네즈는 매일 비디오를 보낸 후 피드백을 받았으며 훈련에 매진했다. 특히 그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였던 스코욕 코치와 빠르게 친해졌고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며 코칭을 받기도 했다(링크).

훈련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마르티네즈는 지난 10년간 265개의 홈런(같은 기간 리그 전체 8위)을 때려내며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했다. 특히 그는 2017년 119경기에서 45홈런을 기록했는데, 단일 시즌 출장 수가 120경기 이하인 선수 중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빅리그 역사에서 단 4명에 불과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진과 재회, 그리고 부활

하지만 지난 시즌 갑작스러운 부진이 찾아왔다. 특히 장타력 부분에서 하락세가 뚜렷했다. 16홈런과 0.448의 장타율은 그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었다. 보스턴은 재계약을 포기하며 그는 다저스로 향했다. 그리고 다저스에서는 스코욕 코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그리고 개막 직후까지 스코욕 코치는 그를 전담하며 부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마르티네즈는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당한 부상으로 본인 특유의 공을 쪼개는 듯한 호쾌한 스윙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전의 스윙을 되찾고자 노력했다(링크). 상체를 온전히 엶으로써(상체가 3루수 쪽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몸의 회전력을 높이려 했다(링크). 

그리고 교정된 타격폼으로 올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이번 시즌 성적은 0.256/0.309/0.547 25홈런 wRC+ 125. 타율과 출루율은 아쉽지만, 장타력이 돌아왔다는 점을 주목해 볼 만하다. 장타율이 빅리그 전체 8위에 이르며 순장타율(IsoP)은 오타니 쇼헤이, 맷 올슨, 피트 알론소, 베츠에 이은 5위의 기록이다(0.291). 또한 92경기 390타석에서 25홈런을 때려냈는데 이는 마르티네즈의 최근 5시즌 중 가장 빠른 홈런 페이스다.

< J.D. 마르티네즈 Plate Discipline 스탯 >

타석에서의 접근법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Plate Discipline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존 밖의 공에 대한 스윙 빈도가 높아졌고, 헛스윙 또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삼진은 지난해보다 많아졌고, 볼넷은 감소했다.

차이는 타구질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41.7%에 그쳤던 Hard hit%(95마일 이상 타구의 비율)가 54.7%로 급증했다(개인 통산 최고 기록).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뜬공의 타구 속도다. 뜬공의 Hard Hit%가 지난해 47.9%에서 올해는 64.4%로 증가했다. 50개 이상의 플라이볼을 만들어 낸 선수 238명 중 10위에 해당할 정도로 우수하다.

플라이볼에 속도가 붙으니, 타구가 더욱 멀리 날아가고 결과도 좋아지는 게 당연하다. 지난 시즌 10.3%로 커리어 최저수준이었던 HR/FB%(홈런이 된 플라이볼의 비율)가 24.3%까지 증가했다. 평균 비거리 자체도 증가했다. 작년 187피트(57m)로 리그 27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208피트(63m)로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xwOBACON(컨택된 공의 wOBA 기댓값)은 지난해 0.429에서 올해 0.522로 급증했고, 이는 3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올해 마르티네즈가 구종을 가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에도 패스트볼 상대로는 0.510의 장타율을 기록하면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변화구였다. 브레이킹볼과 오프스피드 피치 상대 장타율이 각각 0.372, 0.390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변화구를 상대로도 좋은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브레이킹 볼 상대 장타율은 0.580에 달하며 무려 1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패스트볼 상대 14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

다저스가 마르티네즈 영입을 발표했을 당시, 많은 매체가 그와 반 스코욕 코치의 재회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했듯 둘의 재회는 성공적이다. 마르티네즈는 인터뷰에서 반 스코욕 코치가 자신에게 형제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링크). 또한 베츠와 반 스코욕 코치의 존재가 이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보도에 따르면 둘 또한 마르티네즈의 영입을 구단에 강력히 건의했다고 한다.

7월 이후 마르티네즈는 들쑥날쑥한 몸 상태를 보이며 IL을 드나들고 있다. 지금도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 하지만 건강한 마르티네즈의 실력은 확실하다. 과연 마르티네즈는 가을야구에 출전해 아름다운 재회에 느낌표를 찍을 수 있을까?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마르티네즈의 불방망이가 가을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참조 = BaseballSavant, Fangraphs, FoxSports, SportsIllustrated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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