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들의 기본 덕목, 블로킹을 지표로 바라보기

< 사진 출처 =  Wikimedia >

야전 사령관. 필드 위에 감독. 안방마님. 다 포수를 부르는 별명들이다. 그만큼 팀 수비에서 포수의 비중은 크다. 타격도 갖추면 뛰어난 포수가 되겠지만, 일단 수비를 갖춰야 ‘프로’ 포수가 될 수 있다. 수비는 변하지 않을 포수의 제1 덕목이다. 그러한 포수들에게 있어서 가장 요구되는 수비 능력은 프레이밍, 도루저지, 그리고 블로킹이다.

이번에 베이스볼 서번트에 공개된 포수 블로킹 지표의 핵심은 결국엔 폭투와 포일(패스트볼)에 있다. 이 지표는 위 두 가지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로 포수의 수비를 평가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모든 공에 폭투 혹은 포일이 될 확률을 매긴다.

지표에는 투구 위치, 구속, 공의 무브먼트, 포수 위치, 그리고 투수와 타자의 손 위치까지 고루 반영된다. 투구의 위치를 반영할 때도 단순하게 좌우상하뿐만 고려하지 않는다. 투수가 아닌 포수가 대상이기 때문에 공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하는 높이까지 계산에 반영한다. 베이스볼 서번트는 포수 위치를 홈플레이트 앞부분을 기점으로 76cm 뒤를 바운드 포인트로 계산했다. 이 포인트 전에 공이 땅에 닿으면 바운드 피치로 계산된다.

베이스볼 서번트는 계산한 확률을 바탕으로 포수의 수비를 채점한다. 만약 공이 폭투 혹은 포일이 될 확률이 10%면 포수는 0.1 점을 받는다. 역으로 90%인 공을 블로킹에 성공하면 0.9 점을 획득한다. 물론 모든 공에 이러한 확률이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컨택이 이루어지는 공들은 포수의 수비와 전혀 관련 없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몸에 맞는 볼 역시 같은 이유로 제외한다.

2022시즌에 던져진 모든 투구 개수는 708,541개이다. 이 중에서 이 지표를 위해 계산에 쓰인 투구 수는 200,000개가 되지 않는다. 28% 정도의 공만이 블로킹할 수 있는 공이었다는 뜻이다. 이를 기반으로 예상되는 폭투+포일 수를 계산하게 된다. 이 예상된 수를 기반으로 Blocks Above Average(이하 BAA)를 계산한다. BAA가 높을수록 예상된 포일과 폭투보다 실제 폭투, 포일이 적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 알던 사실이다. 게리 산체스가 포수로 뛰었던 경기를 지켜본 이 중에 그가 블로킹을 잘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 더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생겼다.

 

1. 애들리 러치맨은 정말 좋은 포수다

메이저리그를 보는 사람이라면 러치맨의 이름을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그는 아메리칸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다. 타격에서 이미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러치맨은 수비 역시 최상급이었다. 프레이밍 부문에서 그는 보디 라인에 걸치는 투구의 49.6%를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았다. 이는 2022시즌 메이저리그 10위에 해당한다.

팝 타임 역시 좋다. 20번 이상 2루 도루저지를 시도한 포수 중 1.93초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BAA 역시 2022 시즌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 기록했다.

< 러치맨의 2022시즌 블로킹 맵 >

 

2. 양키스는 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얘기한 산체스는 공격형 포수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수비는 부족했지만, 타선에서의 생산력 때문에 양키스가 산체스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1시즌 종료 후 결국 결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공격마저 무너졌으니, 동행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양키스는 산체스를 대신해 호세 트레비노를 주전 포수로 데려왔다. 산체스가 양키스 투수진에게 가시밭길을 제공했다면 트레비노는 꽃길이었다. 그는 영입 첫 해 바로 양키스 안방을 안정시키고 그해 2022시즌 아메리칸리그 플래티넘 글러브도 수상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BAA를 통해 더 정확히 드러났다. 산체스의 최근 3년 BAA는 양키스 포수 중 최악이었다. 그런 산체스가 주전 포수였으니 양키스의 안방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트레비스의 BAA는 2022시즌에 앞서 소개된 러치맨에 이어서 가장 좋았다. 양키스를 떠난 산체스는 2022시즌에도 BAA는 -2가 나왔다. 해당 시즌 규정 투구 수를 받은 66명의 포수 중에서도 41위로 하위권이었다.

< 최근 3년간 양키스 포수들의 블로킹 지표 >

측정 방식이 정확해도 지속성이 떨어지면 지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블로킹 지표는 어떨까. BAA를 기준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속성의 상관계수는 0.58이 나왔다. BAA를 기준으로 판단할 시 이 지표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실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3. 과연 어떤 투수가 포수들을 편하게 해주는가?

배터리. 투수와 포수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블로킹할 때 포수들이 잘 막아주고 대처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들이 포수들이 원하는 곳으로 던져주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2022 시즌 가장 포수들을 편하게 해 준 투수는 시카고 컵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던 스콧 에프로스였다. 포구 확률 95% 이상 되는 공을 99.6%를 던졌다. 말 그대로 ‘easy’ 한 투수였다. 거기다 포구 확률이 85% 미만인 ‘Hard’에 들어가는 공을 던진 적이 없었다. 포수가 무리해서 블로킹을 시도할 공을 던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아래는 에프로스의 2022년 투구 맵이다. 바운드 된 공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폭투 혹은 포일이 예상된 투구가 하나도 없었다. 이는 2022시즌 규정 투구를 던진 투수 중 에프로스가 유일했다.

< 에프로스의 2022시즌 블로킹 맵 >

과연 에프로스의 제구가 좋아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에프로스가 사이드암 투수인 점이 영향을 주었을까? 에프로스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easy’와 수직 릴리스 포인트 간의 관계를 보면 어느 정도 상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하게 피어슨 상관계수를 보면 -0.38로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즉 사이드암 투수에 가까울수록 위에서 아래로 브레이킹을 주는 구종이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 각 투수들의 수직 릴리스 포인트와 블로킹 확률 지표 >

반대로 포수를 힘들게 하는 투수 역시 존재한다. 쉬운 공을 가장 덜 던진 투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알렉스 랭이다. 아래 그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 상당히 많은 공이 바운드됐다. 물론 타이거스 포수진은 전반적으로 블로킹이 우수했던 팀은 아니었다. BAA가 전체 21순위였다(-6이었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겹쳐 랭이 등판했을 시, 기록된 포일과 폭투의 개수는 합쳐서 16개(2022시즌 최다 1위)였다. 예측된 개수는 9개였다. 이 또한 2022시즌 규정 투구 수를 기록한 투수 중 상위 10위에 들어간다.

< 랭의 2022시즌 블로킹 맵 >

결국 안 좋은 제구, 블로킹이 뛰어나지 않은 포수진이 합쳐져서 탄생한 결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블록이 쉬운 공을 87.8%로 가장 적게 던진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랭이 아주 우수한 커브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볼넷도 많이 내 줄 만큼 제구가 우수한 투수는 아니지만, 공의 위력이 좋은 것 또한 사실이다.

블로킹을 중요시하는 건 주자들을 묶어놓고 투수들이 포수를 더 믿고 던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블로킹과 프레이밍을 동일선상에 놓기 위해 득점으로 환산해 보면 어떨까? 2022시즌을 기준으로 최고의 프레이머였던 트레비노와 최악의 프레이머였던 로빈슨 치리노스의 차이는 31점이었다. 반면 블로킹의 경우 가장 높은 환산 가치를 보여준 러치맨과  멜린데즈를 비교하면 10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한번 공을 흘리면 0.25 득점씩 계산되는 부분이 쌓이면 생각보다 커진다.

이 하나의 지표가 추가됨으로 포수들의 수비 능력 평가가 바뀐다거나 블로킹에 대한 인식이 변할 일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임팩트가 크던 블로킹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참고 = Baseball Savant, MLB.com, Fangraphs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신하나,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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