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규정 이대로 괜찮을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 선수는 KBO리그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 단계 위의 외국인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우리 선수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선진 문물을 전파했다.

외국인 선수와 함께 KBO리그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의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NC 다이노스의 페디는 직전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돌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여러 불합리한 규정들로 인해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필자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KBO리그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안한다.

 

보류권 규정 개정

KBO리그는 현재 외국인 선수에 대한 ‘보류권’이라는 규정이 있다. 야구 규약의 ‘외국인 선수 계약서’ 제10장에 ‘KBO 구단은 계약서상의 시즌에 이어 1년 동안 연장 의사를 선수에게 통보할 권리를 갖는다. 또한 선수가 다음 해 계약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선수는 자신을 자유계약선수로 공표할 권리가 있으며, 이후 선수는 해외 어떤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다. 단, 전 소속 구단이 재계약을 제안한 경우 해당 선수는 5년간 국내 타 구단에 입단할 수 없으나, 전 소속 구단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KBO 구단이 해외에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경우, 현 소속 구단에 이적료를 지불하거나, 자유계약 신분인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한번 KBO리그에 발을 들인 외국인 선수는 최초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나도 보류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타 KBO 구단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없다. 위 조항에 따르면 금액에 관계 없이 원소속팀이 재계약을 제안하기만 하면 5년간의 독점 교섭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KBO 구단이 5,000만 원을 재계약 금액으로 제시하더라도 5년 동안 보류권이 생긴다.

2019년 LG에서 활약했던 페게로는 이듬해 재계약에 이르진 못했으나, LG는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있으면 보류권을 풀어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2020년 키움이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영입을 고려하자 LG는 코로나 상황의 특수성과 라모스 부상을 대비한다는 이유로 보류권을 풀어주지 않았다. 키움으로의 이적은 무산됐다. 작년 SSG의 대체 외인으로 KBO에 입성한 모리만도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큰 도움을 주었다.  SSG는 구위가 아쉽다고 판단하고 재계약을 하진 않았지만, 보류명단엔 이름을 넣었다. 그 결과 모리만도는 올해 한국에서는 뛰지 못하고 대만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보류권 문제만 없었다면 올해 한화나 롯데 등 외국인 투수로 어려움을 겪는 팀이 탐냈음이 분명하다.

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에 KBO리그에 데뷔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자유의 몸이 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은 가혹하다. 필자는 원소속팀의 보류권 기간을 2년 정도로 줄일 것, 그리고 보류권이 남아 있는 동안이라도 계약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원소속팀에 선수, 지명권, 현금 등의 보상을 함으로써 원소속팀의 의사와 관계 없이 계약할 수 있게 할 것을 제안한다.

보류권 해제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보상에 차등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류권이 2년 남은 선수와 계약하고 싶으면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1년 남은 선수와 계약하고 싶으면 6라운드 지명권을 지불하는 식이다.

 

보유 외국인 선수 추가

현재 KBO 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3명 보유, 3명 출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 규정 안에서는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대체 외인을 찾고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시즌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작년 한화의 경우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부상을 당해 시즌 내내 여러 투수로 로테이션 메우기에 급급했다.

필자는 외국인 선수를 5명 보유하되 1군 등록은 4명으로 변경하는 것을 제안한다. 1군에 있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한 명 정도 여유를 둔다면 선수 한 명이 부상을 당하거나부진할 경우 빠른 피드백이 가능해 팀 운영에 변수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선발 네 자리가 모두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것은 막아야 하기에 1군 등록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은 선발, 불펜, 타자가 각 1명씩 포함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또 아시아 쿼터제도 생각해 볼 만하다. 타 종목이지만 KBL은 기존 외국인 선수 2명 외에 추가로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를 1명 영입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KBL은 국내 프로농구 경쟁력 강화, 마케팅 활성화 등을 기대했다.

이렇게 영입된 아시아 선수들은 그리 비싸지 않은 몸값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농구를 선보였고, 이를 통해 국내 선수들도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5명이 경기하는 농구는 선수 한 명의 영향력이 야구보다 훨씬 크다. KBL의 흥행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조금씩 양보한 것이다.

KBO의 경우에는 대만과 일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초 연봉은 현재 육성형 용병 제도의 상한선보다 좀 적은 20만 달러 정도로 제한하고, 외국인 선수 TO에 포함하지 않는다. 포지션은 타자와 불펜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가 선발 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KBO와 국대의 미래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자 쪽에 약점이 있는 팀은 안권수와 같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고, 불펜이 약한 팀은 불펜 한자리를 보충할 수 있다.

NC 다이노스의 페디는 요즘 떠오르는 스위퍼를 NC 선수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외국인 선수들이 리그 내에 존재한다면 내국인 선수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리그 자체의 다양성을 넓힐 수 있다.

상한제 규정 개정

현재 KBO리그는 신규 외국인 선수에 이적료와 연봉을 포함해 최대 100만 달러까지만 지불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선수 3명의 연봉 총합이 400만 달러를 초과하면 안 된다. 물론 재계약하는 선수는 연봉 제한이 없고 재계약하면 샐러리캡 총합을 연차당 10만 달러씩 늘려주긴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과 일본으로 가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물론 국내 선수 샐러리캡이 있는 한 외국인 선수도 샐러리캡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샐러리캡을 좀 여유롭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상한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안의 선수를 데려오기엔 빡빡한 액수다. 올해 요미우리와 계약한 요안 로페즈의 경우는 보장액은 110만 달러이지만 이적료가 무려 60만 달러에 달해 국내 구단은 접촉 시도도 할 수 없는 액수였다. 주니치와 계약한 아퀴노의 경우도 국내 구단과 일본 구단이 경쟁했지만 결국 120만 달러에 일본행을 택했다. 올해 LG가 영입하려 했던 타자 1,2 순위도 각각 미국 잔류와 일본행을 결정했다.

보유 외국인 선수 증가와 함께 고려해 보면 샐러리캡을 총합계만 고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인당 200만 달러 안팎이면 일본과의 경쟁에서 항상 승리하진 못하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샐러리캡을 550만 달러 정도로 잡고 보유 외국인 수를 최대 5~6명으로 한다면, 투수진이 괜찮은 팀은 특급 타자 용병 두 명을 200만 정도 정도로 데려올 수도 있고, 전체적인 전력이 약하다면, 100만 달러 정도 용병 다섯 명을 데려올 수도 있다. 각자 팀의 상황에 맞게 조금 더 유동성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다. 여러 색깔의 팀 운영이 존재한다면 더욱 재미있는 리그가 될 것이다.

 

결론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이라도 공을 던진 투수의 수는 703명이지만 2021년은 815명으로 무려 112명이나 증가했다. 200이닝을 넘긴 투수도 2016년엔 15명이었지만 2021년엔 단 4명뿐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최대한 강한 공을 던지며 이닝은 적더라도 퀄리티를 높이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투수가 필요하고,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자연스레 KBO리그에 올 메리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수급을 용이하게 하고 KBO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규정 수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월 1일, 벚꽃이 만개함과 동시에 KBO리그는 개막전이 열렸던 5개 구장 모두 매진되는 등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아직 팬들은 KBO리그를 사랑하고 있다. KBO리그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프로 스포츠 리그다. 각 팀의 이익을 챙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고 리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 또한 더 큰 응원으로 보답할 것이다.

 

참고 = KBO, KBL

야구공작소 홍휘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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