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수들은 주말마다 수능을 친다

< 사진 출처 = Pixabay >

한국의 고교 야구선수들은 3월부터 7월까지 주말마다 수능을 본다. 대다수 사람에게 익숙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선수들이 치르는 수능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주말리그’다. 도입 당시 화랑대기를 비롯한 일부 대회를 폐지하면서 많은 반발을 불러왔던 주말리그는 어떻게 고교선수들의 수능이 되었을까.

 

고교야구 주말리그란?

고교선수들이 한 해에 가장 많이 뛰는 단일 대회는 ‘고교야구 주말리그’다. 이름처럼 리그제로 운영되는 주말리그는 메이저 대회로 취급되진 않지만, 리그 내에서 기록한 실적은 대학 입시에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선수들은 단 한 경기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주말리그는 통상적으로 3월부터 7월까지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눠서 진행한다. 전반기가 종료되면 순위에 따라 각 권역에서 황금사자기와 청룡기에 출전하는 팀을 결정한다. 2023년 기준 각 리그에서 전반기를 우승한 팀은 황금사자기와 청룡기에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주말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셈이다. 후반기에도 우수한 성적을 낸 팀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주말리그 후반기 권역별 1·2·3위(권역 내 참가팀이 많은 경우 4위까지)를 달성한 팀은 대통령배 출전 자격을 얻는다.

올해 권역별 주말리그는 팀당 전반기와 후반기를 각각 6경기, 총 12경기를 진행한다. 이전까지는 같은 권역의 팀들과 최소 1경기를 치르면서 팀이 부족한 권역은 1~2경기를 손해 보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권역별 경기 숫자가 동일해지면서 지역별 유불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

 

주말리그, 공정한 기회의 기반이 되다.

대학 입시에서는 공정성이 중요시된다. 이는 야구계도 마찬가지다. 대학 감독이 직접 야구장을 찾아 고교 선수나 학부모와 상의하고 대학교 팀으로 데려오는 시대는 끝났다. 학생 선수들은 입학원서 접수 기간이 되면 직접 지원 원서와 필요한 서류를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제출한다. 여기서 필요한 서류란 대개 선수 본인의 경기 실적을 증명하는 문서다. 해당 문서는 일반 학생들의 성적표와 같은 역할이기에 선수들이 치르는 경기는 곧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아마추어 선수들의 표본은 프로에 비해 다소 부족해 선수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선수 선발을 위해 타율 혹은 평균자책점을 비롯한 클래식 스탯을 평가한다. 이는 공정한 선발을 위해서지만 현재 고교야구는 선수들의 기량을 클래식 스탯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표본이 부족한 환경이다. 

아마야구 기록, 과연 선수를 평가할 수 있을까?

위의 글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많아도 1년에 150타석을 넘기기 힘든 고교 타자들을 판단할 수 있는 요소는 삼진과 볼넷 비율, 그리고 경기실적증명서에서는 나오지 않는 뜬공/땅볼 비율이다. 더불어 야수들의 수비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요소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러나 입시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표본임은 부정할 수 없다. 

< 2023년 기준 고교 팀이 기대할 수 있는 최소 경기 수와 최대 경기 수 >

이러한 입시 환경에서 주말리그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토너먼트 형식의 전국대회만 존재했던 과거에는 일부 강팀이 경기를 독식하기 쉬웠다. 그런데 주말리그가 생기면서 약팀에서 뛰는 선수들도 일정 경기 수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필자는 2010년대 후반부터 불어온 고교 팀 창단 열풍이 약팀에도 주말리그를 통한 기회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덕분이라 생각한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 대학은 주말리그와 전국대회에서 기록한 개인 실적을 합산해 평가한다. 특정 대회에서의 성적이 아닌 지정된 학년까지 공식 경기에서 기록한 통산 성적(타율 혹은 평균자책점 등)으로 실적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전국대회에서 부진했더라도 경기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주말리그에서 꾸준하게 활약하면 성적을 만회할 기회가 있다.

 

주말리그는 선진 야구의 시발점

주말리그의 긍정적인 영향은 입시 공정성 확보와 더불어 부상 위험성을 줄여준 부분도 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도가 커지는 토너먼트와 달리 주말리그는 주말에 경기를 진행하면 다음 일정까지 5일 이상 공백이 생긴다. 덕분에 팀의 에이스 투수들은 잦은 연투를 경험하지 않아도 기량을 선보일 기회가 많다. 또 주말에 부진했던 선수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준비 시간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다. 주말리그는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 놓인 고교선수들이 혹사와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출범 당시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표어를 내걸었던 만큼 주말리그 시행 이후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에도 진전을 이뤘다. 

주말리그 시행 전까지 학생 선수는 조회 혹은 오전 수업만 듣고 오후에는 훈련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주중에 경기를 치르지 않아 여유가 생기면서 학생 선수가 정규 수업 또는 보충 수업에 참여할 방법이 늘었다.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노력하면 학업에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에게도 다른 진로를 고려할 여지를 열어준다. 주말리그를 통해 미지명된 선수들이 사회에서 방황할 가능성을 줄일 방법을 찾은 것이다. 필자는 주말리그의 상술한 긍정적인 요인들을 발판으로 삼으면 아마추어 야구계 전반이 학생 선수 인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선진적인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야구공작소 김민준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윤형준,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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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당연하지만 모든 제도의 좋은점과 안좋은점이 있을텐데 안좋은점부분에서 보완점이 잘 작동할수있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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