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와 필(必)환경

스포츠와 환경

프로스포츠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일으키는 기후 변화는 프로스포츠의 지속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온 상승과 강설량의 감소가 동계 스포츠 대회 개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기후 변화의 영향이 동계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1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의 대표적인 영향인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프로야구 경기 일정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국지성 호우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8월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집중 호우에 대해서도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후변화 아니고는 설명하지 못한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드러낸 바 있다.

환경 보호 단체인 그린피스도 우리나라의 강우 특징을 분석하며 기후 변화가 지구 온난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30년 연 평균 강수량이 그 전 30년에 비해 135.4㎜ 늘어났지만, 강수일수는 21.2일 감소했음이 드러났다. 적은 기간 더욱 집중적인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은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인 여름과 가을에 집중되며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022 정규 시즌 중에는 여름철 비로 인해 6월에 13경기, 7월과 8월에 각각 10경기와 16경기가 취소됐다. 장마철이 끝난 이후에도 많은 비가 내리며 경기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야구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막대풍선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10년 차에 이른 90년대 초반부터 각 구단의 상징색을 입힌 막대풍선의 힘찬 소리는 경기장에서 팬들의 응원 열기를 돋우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2시즌 11월부터 KBO리그에서 막대풍선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야구장에서 더 이상 기존의 막대풍선을 볼 수 없게 됐다. 막대풍선에서 검출되는 유해 물질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을 통한 탄소 배출 절감 노력과도 결부됐다. 환경부는 합성수지 재질의 일회용 응원 용품이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 실시한 환경부 제5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서는 야구장에서 2016년 9월~2017년 7월 사이 1년 동안 발생한 폐기물이 2,203톤(t)으로 전체 스포츠시설의 35.7%를 차지했다. 야구장 발생 폐기물 중에서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80%를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통계를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한 스포츠 시설에서의 노력이 함께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필(必) 환경의 개념

환경 문제와 관련해 필(必) 환경이라는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필(必) 환경은 환경 앞에 반드시 필(必)이라는 한자가 붙은 합성어다. 환경 보호를 중요시하고 있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현 트렌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단어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등이 집필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 처음 등장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 소비가 이전에는 실행하면 좋은 것 혹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생태계의 교란 및 파괴등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단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행해온 노력

한국 프로야구의 구단들은 일회용 막대풍선 사용을 금지하기 이전부터 팬들이 환경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시행해왔다. 재활용품으로 제작한 유니폼이 대표적인 사례다.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가 재활용품으로 만든 유니폼을 실제 경기에서 착용한 세계 최초의 구단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2020년부터 세계 습지의 날을 기념한 람사르 협약 친환경 유니폼도 있다. 이 유니폼은 페트병의 재료인 PET를 재활용해 만든 유니폼이다. 구단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실제로 착용했던 해당 유니폼을 경매에 부쳐 판매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구단은 또한 경기장에 방문하는 팬들에게 돗자리와 배지를 제공하고 습지 보전과 관련한 캠페인을 펼쳤다.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도 필(必) 환경 트렌드에 걸맞은 노력을 실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제로웨이쓱트 캠페인이다. 올해 SSG 랜더스는 환경재단, SSG닷컴과 손을 잡고 해당 캠페인을 진행했다. 구단 차원에서는 부러진 야구 배트와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 경기장을 방문하는 팬들에게 친환경 종이로 제작한 응원 도구와 재활용 굿즈를 증정했다.

이와 더불어 팬들을 대상으로 일상 속 환경 보호 관련 실천들을 #제로웨이쓱트라는 해시태그를 포함해 SNS에 인증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한 달 가까이 되는 이벤트 기간 인스타그램에는 200개가 넘는 참여 게시물이 올라오며 이목을 끌었다.

사진 제공=인스타그램 캡처

KT 위즈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 제공 업체 ‘트래쉬 버스터즈’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실시했다. 다회용 컵 부스를 사무실, 스카이 박스, 기자실에 배치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잠실야구장에서도 2022시즌 8월부터 9월 사이에 다회용기 시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로운넷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시범 사업에 참여한 한 업체는 이 사업에 참여하여 약 5.5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야구장 내 약 1개월간의 다회용기 사용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데 뚜렷한 효과를 가져왔음이 드러났다.

사진 제공=kt 위즈

각 주체가 앞으로 해야 할 노력

프로스포츠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스포츠 팬, 구단과 협회 등 다양한 주체들의 환경 보호가 절실하다. 경기장 내 일회용 쓰레기 줄이기 등 각 주체가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아직도 일각에서는 재활용 과정에서 오는 번거로움과 위생 문제 등으로 다회용품에 대한 이질감과 회의감을 가진 입장이 만연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프로야구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요인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각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단은 앞선 사례들과 같은 다양한 캠페인 및 행사를 진행해 환경 보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재활용품 활용 혹은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의 응원 도구를 제작해 팬들에게 배포 및 판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야구장 내에서 재활용 응원 도구 사용 및 쓰레기 줍기 등 환경 보호 관련 활동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실시할 수도 있다. 입장권 할인 혜택이나 친환경 구단 상품 등을 제공하는 것도 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프로야구의 경우 종목 특성상 평균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경기가 진행되기에 관중들은 오랜 시간 각종 음식물 섭취와 함께하게 된다. 음식물을 담고 있던 다양한 일회용 포장 용기들은 고스란히 쓰레기가 된다. 경기가 끝난 이후 야구장에 배치된 쓰레기통에는 각종 음식물 일회용 포장 용기를 비롯해 바람이 빠진 막대풍선 혹은 구겨진 종이 클래퍼 등이 넘쳐흐르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잠실야구장 다회용기 시범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야구장 내 입점해 있는 다양한 식음료 업체 그리고 이용객들이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울시만이 아닌 전국의 야구장으로 확대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팬들은 기본적으로 직관을 통해 나오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주체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 야구장 방문 시 개인용 텀블러 등을 지참하여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 될 수 있다. 또한 구단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SNS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야구 그리고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 그리고 기후 변화를 극복하는 데 있어 야구팬 더 나아가 스포츠 팬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있어 다양한 실천을 행하는 것이 적어도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환경 보호를 향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야구공작소 이승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이재성,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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