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전쟁 : 피타고리안 승률과 ‘가성비’

길었던 2022시즌 정규시즌이 막을 내리고 10개 구단의 144경기 기준 순위가 확정되었다. 팬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응원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하지만, 결국 5개 구단은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의 칼럼을 쓰는 필자 역시 야구팬으로서만이 아니라 구단 관계자로서 본인이 근무, 아니 응원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팬 이전에 구단 관계자로서는 다른 관점도 있다.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 시즌을 치르기 전에 얼마나 ‘진심’으로 준비했는지, 그리고 ‘진심’만큼의 결과가 나왔는지도 역시 중요하다. ‘진심’으로 준비한 구단이라면 2위라는 성적표도 꼴찌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았던 구단 입장에서는 가을야구도 대박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구단 입장에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성비’ 역시 중요한 관점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2022년 정규시즌이 끝난 김에 과연 어떤 팀이 ‘진심’이었는지, 그리고 ‘가성비’가 좋았던 팀은 어디였는지 파헤쳐 보려고 한다.

모두가 ‘진심’으로 우승하고 싶지만 역시 ‘진심’을 표현하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은 ‘성의=쩐’일 것이다. 2022년 ‘진심’ 면에서는 역시 SSG 랜더스를 따라갈 구단은 없었다. KBO가 발표한 ‘2022 KBO리그 선수단 연봉 현황’에 따르면 (비록 신인/외국인 선수가 제외되었지만) SSG 랜더스의 선수 1인당 평균연봉은 약 2억 7,044만원으로 ‘진심’에 있어서 2위인 NC의 1억 8,853만원보다 약 43%만큼, 10위인 한화의 9,052만원보다 거의 300%만큼 ‘진심’ 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쯤의 차이라면 (구단주가 홈경기 50G 이상을 직관했다는 등의) 추가적인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SSG 랜더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가성비’ 측면에서는 어떨까? ‘진심’을 쏟아부은 것과는 별개로 시즌 중반 ‘00현대’와 비교되었던 퍼포먼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도 SSG의 매직넘버는 좀처럼 ‘0’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88승 52패 4무 승률 0.629라는, 정규시즌 1위지만 ‘약간은’ 아쉬운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반대로 ‘진심’에서는 (SSG의 ‘진심’의 53% 정도 수준인) 1억 4,379만원으로 5위였던 LG는 87승 55패 2무 승률 0.613으로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다. ‘진심’이었던 SSG 랜더스는 LG의 맹추격 때문에 막판까지도 ‘Again 2019’를 떠올릴 정도로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이러한 ‘가성비’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를 만지작거려 본 야구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피타고리안 승률’을 페이롤에 도입해보고자 한다. 이 개노답 글을 여기까지 읽는 독자분들의 수준이라면 굳이 지면을 할애하면서 ‘피타고리안 승률’이 무엇인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피타고리안 승률’ 기반 ‘기대승률’ 산출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예를 들어 A구단이 2억원, B구단이 1억원의 ‘진심’을 기록했다면 A구단은 B구단에게 8할만큼의 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무승부가 없다고 가정 시) 16경기 맞대결 체제에서는 A구단은 B구단 상대로 약 13승 5패(반대로 B구단은 A구단 상대로 5승 13패)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2022시즌 ‘진심’에 대입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성비’에서는 이미 이 분야에 도가 텄다고 평가되는 ‘키움 히어로즈’가 기대승률 대비 실제승률 +0.223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퍼포먼스를 기록했다(키움 히어로즈의 ‘진심’은 9위였다). 2022 KBO리그는 압도적 ‘진심’ 1위 구단 SSG 랜더스와 함께 키움 히어로즈의 경쟁 속에 ‘진심’의 SSG VS ‘가성비’의 히어로즈 판도가 구축됐다. 이어 ‘가성비’ 2위, 3위를 각각 KT, LG가 차지했다. 두 팀은 가상의 ‘머니볼’이 아닌 키움과 더불어 ‘살아있는 머니볼’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반대로 ‘가성비’ 하위에서는 ‘진심’이 지나쳤으나 정규시즌 1위를 확보한 SSG 랜더스가 10위를 기록했으며 2022년 가을야구 초대권을 코앞에서 놓친 삼성, NC가 각각 9위, 8위를 기록하였다.

이렇게 보통 득점-실점 기반 모형에 적용되는 ‘피타고리안 승률’을 구단 페이롤에 적용해서 구단별 ‘가성비’를 알아봤다. 물론 이 방법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며 다른 측정 방법 사용 시(예를 들면 ₩/WAR) 평가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또한 이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해당 분야에도 다양한 분석을 적용해 보면 색다른 시각으로 야구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야구공작소 익명의 투고자

에디터 =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