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야구는 계속된다: 윈터리그와 교육리그

2022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SSG 랜더스가 차지하면서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프로야구가 막을 내렸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치열한 포스트시즌이었던 만큼, 당분간 야구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어떤 야구팬에게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로, 어떤 선수에게는 더 많은 경험 또는 재기를 위한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북반구 나라의 정규시즌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윈터리그’라 불리는 여러 리그는 개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윈터리그는 겨울철 날씨가 추워져 야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북반구 지역 대신 중남미를 비롯한 남반구 지역에서 열리는 리그를 말한다.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과 호주, 일본의 오키나와 등에서 개최된다. 리그마다 조금씩 성격은 다르지만, 주로 경기 감각이 떨어져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 또는 젊은 유망주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리그에 참가한다.

최근 질롱 코리아가 이병규 감독을 필두로 KBO의 유망주들을 소집했다는 소식으로 호주 야구 리그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는 생각보다 겨울에 야구를 하는 리그들이 많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의 여러 윈터리그를 소개하고, 각 리그의 특징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캐리비언 윈터 리그 (Caribbean Winter Leagues)

캐리비언 윈터 리그는 중남미의 카리브해 주위 국가에서 열리는 리그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리그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4~8개 팀으로 구성되며 한 시즌 당 50 ~80경기가 편성된다. 리그 수준은 AAA 정도이다. 이 중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베네수엘라, 파나마, 콜롬비아는 각 리그 우승팀이 모여 중남미 최강팀을 가리는 캐리비언 시리즈(Caribbean Series, Serie del Caribe)를 1~2월 사이 개최한다.

<캐리비언 시리즈에 참가하는 리그 및 리그 별 우승횟수>

이 리그들은 미국에서도 메이저리그 다음으로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다. 수백 명의 중남미 출신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한 지역인만큼,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MLB의 유망주들이 임대를 통해 리그에 참가하여 경험을 쌓기도 하며 반대로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한국, 일본 등의 프로야구 팀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스카우트를 파견하기도 한다.

자기 고향 팀에서 활약하고 싶은 마음 또는 개인 경제 사정으로 주전급 선수들이 윈터리그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겨울 사이 폼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지만, 부상 위험과 다음 시즌을 버틸 체력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대부분의 선수는 참가하지 않는다. 2010년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멕시칸 윈터리그에 참가 후 합류하는 바람에 시즌 준비가 늦어져 외국인 투수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방출한 것이 한 예다. LG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벤자민 주키치에게 별도 급여를 지급하면서까지 윈터리그 참가를 막기도 했다.

 

호주 야구 리그 (Australian Baseball League)

호주의 프로 야구 리그로, 2010년 MLB와의 합작 투자로 설립되었다. 남반구의 여름인 11월부터 2월까지 리그가 진행되며 8개 구단 기준 팀당 40경기 및 4연전의 일정을 가진다. 프로 야구 리그가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해 주로 윈터리그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의 젊은 유망주 선수들이 파견되어 선수단을 구성하는 등 국내외 선수들이 어우러져 있다. 2018년 10월에는 한국 선수가 대부분으로 구성된 질롱 코리아가 창단되어 선수를 육성하거나 베테랑 선수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호주 야구 리그는 우승컵 대신 클랙스턴 쉴드라는 방패 모양의 트로피를 받는다.
/ 사진=theabl.com 제공

<호주 야구 리그(ABL) 소속 팀들>

윈터리그 중 신흥리그임에도 불구하고 리그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리그 초기 구대성, 이혜천, 임경완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 후 선수로 참가하거나 크리스 옥스프링 등 호주 출신 메이저리거들이 직접 선수로 활약하며 빠른 속도로 리그 수준이 상승했다. 호주 야구 리그를 거쳐 간 메이저리거 중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디디 그레고리우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로날드 야쿠나 주니어 등이 있으며 최지만과 배지환도 각각 2013년과 2019년 호주 야구 리그를 경험했다.

 

미야자키 피닉스 리그

주로 10월에 개최되며, 위의 소개한 리그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교육과 기량 향상만을 위해서 리그가 진행된다. 2022년 기준 NPB 12 구단과 독립 리그 2개 팀으로 총 14개 팀이 리그에 참여했다. 주로 일본프로야구 각 구단 유망주 선수들이 참여하지만, 육성형 외국인 선수 또는 준 주전급 선수들도 상당수 참가한다. 실제로 선수들의 육성을 위해 KBO리그의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가 미야자키 피닉스 리그에 참가한 적 있다.

 

낙동강 교육 리그

2019년 퓨처스리그 종료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자체 교육리그를 개최한 것에 NC 다이노스가 참가하면서 시작되었다. 2020년 삼성 라이온즈와 2021년 LG 트윈스 KT 위즈가 합류해 리그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 교육리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로 유망주 선수들이 참가하며,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도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KBO 교육 리그

KBO가 올해 처음으로 공식 개최한 교육리그.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KT 위즈 등 KBO 6개 구단과 NPB의 소프트뱅크 호크스까지 총 7개 구단이 참가해 10월 18일부터 29일까지 총 20경기가 진행되었다. 유망주 육성 활성화와 체계적인 비시즌 훈련 및 실전 경험 환경 제공을 취지로 개최한 만큼, 참가 기회 확대를 위해 별도 엔트리 운영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많은 윈터리그와 교육리그들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야구팬들에게 11월은 야구와 잠깐의 이별을 말해야 하는 슬픈 기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겨울이 다가와도 선수들은 여기저기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야구는 여전히 계속된다.

 

야구공작소 정민혁 칼럼니스트

에디터= 도상현

기록 출처= theabl.com, M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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