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는 불안한 불펜진으로도 한국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을까?

야구 영화 ‘퍼펙트 게임’을 본 적 있는가? 이 경기에서 최동원과 선동열은 15이닝을 완투했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해 2대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런 선발투수들의 명경기. 볼수록 멋지다.

그리고 지금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가을야구는 흔히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타격전과는 다르게, 좋은 투수들이 투구를 할 때 느낄 수 있는 긴장감. 큰 경기에서 느껴지는 한 점의 소중함과 의외의 장면이 포스트시즌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2012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의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이렇다.

2017년을 제외하고는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에서 점수가 적게 났다. 이처럼 가을야구에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건 알겠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우선 가볍게 생각해보면 포스트시즌에서는 5선발이 필요 없다. 5선발이 완벽히 갖춰져 있는 팀이라면, 다섯 번째 선발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기에 불펜이 더 강해질 여지도 있다. 이렇게 뛰어난 4명 또는 3명의 선발투수가 로테이션을 책임지기에, 타자들은 정규시즌에 상대한 다소 무난했던 선발투수들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상대할 수 없다.

이렇게 포스트시즌에는 뛰어난 선발투수들이 등판하지만, 그런데도 포스트시즌의 투수 운용은 정규시즌과는 사뭇 다르다. 2017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최근 5년간 선발투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소화한 이닝은 정규시즌에 비해 적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단기전의 특성상 굳이 선발투수를 믿고 길게 가져가기보다는 불펜투수를 아끼지 않고, 한 경기의 승리를 위해 과감하게 선발투수를 빠르게 교체한다.

아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을 대상으로 한 선발투수들의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의 평균 이닝 소화를 비교해 본 표다.

시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평균 이닝은 항상 정규 시즌의 평균 이닝보다 적었다. 또한, 포스트시즌에서의 퀵후크 비율의 추세를 보면, 이런 트렌드는 더 강해지고 있다.

물론 기존에도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투수들을 일찍 강판시키는 퀵후크 비율이 높았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0% 내외를 유지하던 포스트시즌 퀵후크 비율이 2018년부터 43.8%를 기록하더니 2021년에는 급기야 72.2%를 기록하게 된 것을 보아, 최근 KBO리그의 포스트시즌 트렌드는 좋은 선발투수더라도 다소 일찍 교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최동원과 선동열의 15이닝 완투처럼 선발투수들의 명승부보다는 선발투수들과 불펜투수들이 적절히 활용되는 그러한 유형의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들의 평균 이닝 소화가 적어지면서 포스트시즌에서의 불펜의 중요성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팀들은 2021년 KT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중 가장 좋은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재밌는 사실은,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진 성적이 좋았던 이 다섯 팀이 정규시즌에서까지 불펜진의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19년의 두산과 2021년의 KT와 달리 2017년의 KIA, 2018년의 SK, 2020년의 NC는 정규시즌 하위권의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심지어 2017년 KIA 타이거즈의 불펜진은 전체 최하위일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의 불펜진 성적은 정규시즌의 불펜진의 성적과는 별개인 것일까? 어떻게 이런 급진적인 개선이 있을 수 있었을까?

비밀은 이들의 투수 운용 방식에 있다. 위 표에 색칠된 세 팀의 한국시리즈 투수 운용에 대해서 조사해봤다.

2017 KIA
1차전 헥터 6이닝-심동섭 1이닝-임창용 1이닝-김세현 1이닝 (패)
2차전 양현종 9이닝 (승)
3차전 팻딘 7이닝-임창용 0.1이닝-심동섭 0.1이닝-김세현 1.1이닝 (승)
4차전 임기영 5.2이닝-심동섭 0이닝-김윤동 1.1이닝-고효준 0.1이닝-임창용 0.1이닝-김세현 1.1이닝 (승)
5차전 헥터 6이닝-심동섭 0.1이닝-김세현 0.2이닝-김윤동 1이닝-양현종 1이닝 (승)


2018 SK
1차전 박종훈 4.1이닝-김택형 0이닝-산체스 1.2이닝-김태훈 2이닝-정영일 1이닝 (승)
2차전 문승원 5이닝- 윤희상 2이닝- 신재웅 0이닝- 서진용 0이닝- 박정배 1이닝 (패)
3차전 켈리 7이닝- 김태훈 1.2이닝- 정영일 0.1이닝 (승)
4차전 김광현 6이닝-산체스 1.1이닝-정영일 1.1이닝-김택형 0.1이닝 (패)
5차전 박종훈 5이닝- 산체스 1이닝- 김태훈 2이닝- 정영일 1이닝 (승)
6차전 켈리 5.1이닝- 김태훈 2이닝- 정영일 2.1이닝-김택형 0.1이닝- 윤희상 0.1이닝-문승원 1.2이닝-김광현 1이닝 (승)


2020 NC
1차전 루친스키 5.1이닝-김진성 1이닝-임정호 1이닝-홍성민 0이닝-임창민 0.2이닝-원종현 1이닝 (승)
2차전 구창모 6이닝-김진성 1이닝-임정호 0.2이닝-임창민 0.1이닝-문경찬 1이닝 (패)
3차전 라이트 2이닝-김영규 2.2이닝-홍성민 1.1이닝-임정호 0이닝-김진성 1.1이닝-원종현 0.2이닝 (패)
4차전 송명기 5이닝-임정호 0이닝-김진성 1.1이닝-루친스키 2.2이닝 (승)
5차전 구창모 7이닝-김진성 1이닝-원종현 1이닝 (승)
6차전 루친스키 5이닝-라이트 1이닝-임정호 0이닝-김진성 1이닝-송명기 1이닝-원종현 1이닝 (승)


2017년 KIA 타이거즈는 시리즈 내내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 3명을 주축으로 시리즈를 이끌어 나갔다. 고효준이 4차전 0.1이닝을 소화, 김윤동이 4, 5차전 합계 2.1이닝을 소화한 것 외에 전부 선발투수들과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 불펜 3인방이 이닝을 소화했다.

2018년 SK는 KIA와는 조금 달랐다. KIA가 2 점 차로 패배한 1차전에도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을 활용하고 그들이 대부분 1이닝씩만을 소화한 것과는 달리, 이른바 믿을맨이 거의 없었던 SK는 포기할 경기, 잡을 경기를 확실히 구분하여 잡을 경기에 김태훈과 정영일에게 긴 이닝을 맡기는 전략을 사용했다. 실제로 김태훈은 시리즈 1차전 2이닝, 3차전 1.2이닝, 5차전 2이닝을, 정영일은 시리즈 4차전 1.1이닝, 시리즈 6차전 2.1이닝을 소화했다. 참고로 정영일이 1.1이닝을 소화한 4차전을 제외하고는 그들이 멀티 이닝을 소화한 경기는 모두 승리한 경기였다. 4차전 역시 1 점 차 패배. 승리 가능성이 낮은 경기에서는 윤희상, 박정배 등의 자원을 활용하며 주축 불펜진의 소모를 아꼈다.

2020년 NC가 돋보였던 점은 선발투수의 적극적인 불펜으로의 활용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2017년 KIA, 2018 SK에 비해 선발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원활하지 않았으나, 선발등판 후 휴식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선발투수들이 불펜으로 등판하며 다소 빈약한 불펜진의 소모를 막았다. 4차전에는 루친스키가 2.2이닝을 소화하고, 6차전에서도 라이트와 송명기가 각각 1이닝을 소화하며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선발투수를 활용하며 시리즈를 가져갔다. 이렇게 과감하게 선발투수들을 투입했던 4차전, 6차전은 모두 NC가 승리한 경기였다.

세 팀의 공통점은 불펜 사정이 좋지 못했지만, 가지고 있는 괜찮은 불펜 자원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면서도 과감하게 활용해 우승을 거뒀다는 것이다. 2017년 KIA는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 3인방, 2018 SK는 김태훈, 정영일의 멀티 이닝 소화가, 2020년 NC는 선발투수의 불펜으로서의 활용이 돋보였을 뿐 원리는 같았다.

이렇듯 좋은 불펜투수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보다는 그 수가 적더라도 그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전략들은 3가지 케이스를 경우로 든 것이기에 제한적이지만, 불펜진 상황이 좋지 못한 팀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SSG 랜더스의 불펜진 사정은?

그렇다면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가 활용해야 할 필승조는 과연 어떤 선수들일까? 단순히, 리드 상황에서 많이 등판했던 투수를 따진다면, 서진용, 김택형, 노경은, 문승원, 고효준, 최민준 등 다양한 선수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올 시즌 랜더스 불펜진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랜더스 불펜진은 올 시즌 4.68로 리그 6위의 ERA, 그리고 11개로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는 부정적인 사실이 있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WPA 지표. 물론, 이 지표는 구원투수만을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WPA는 경기 상황의 중요도에 맞추어 한 타석 단위로 승리 확률의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접전 상황에서 등판해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구원투수에게 그 중요도가 크다.

WPA로 SSG 랜더스 불펜진 전체가 기록하고 있는 수치를 살펴본다면, 이들은 1.05라는 WPA로 리그 전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11개의 블론세이브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팬들의 뭇매를 사기도 했지만, 비교적 높은 수치의 WPA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SSG의 불펜진이 접전 상황에서 지킨 경기도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올 시즌 피타고라스 승률에서 다소 낮은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는 요인에는 한 점 차 승부에서의 승률이 높았던 요인도 있다. 그리고 이를 지켜낸 것은 바로 불펜진. 유독 접전 상황이 많았던 SSG 랜더스 불펜 입장에서 많은 블론세이브는 불가피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SSG 랜더스 구원진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랜더스 불펜 ERA는 4.68. 이는 리그 6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SSG 랜더스 불펜진은 승계주자 득점허용률 지표에서 39%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즉, 주자가 누상에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을 때 39%의 주자는 홈을 밟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불펜진의 약점은 선발투수들의 자책점을 늘리고 많은 점수 차의 리드를 적은 점수 차의 리드로 만들어 SSG 팬들의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랜더스 불펜진의 강점인 높은 WPA 수치를 갖추면서도 낮은 승계주자 득점허용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두 선수가 있는데, 그들은 바로 노경은과 서진용이다.

노경은, 사진=SSG 랜더스 구단 제공

노경은은 올 시즌 10세이브 미만을 기록한 투수 중 구원으로 쌓아 올린 WPA가 0.79로 9위이다. 10세이브 미만을 기록한 선수를 기준으로 한 이유는 마무리투수는 일반적으로 3 점 차 이내 경기에만 등판하여 대부분 WPA를 많이 기록할 수 있는 경기에 등판한다고 생각해, 비교적 다양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구원투수와의 비교에서 불공평할 것이라 생각해 배제하려고 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노경은이 구원투수로 33경기만을 등판했다는 것이다. 노경은은 위 순위의 구원투수들보다 절반가량 적은 경기를 등판했다는 것인데, 만약 그가 구원투수로 풀 시즌을 소화했다면, 아마 정상급 구원투수만큼의 WPA를 쌓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접전 상황에서도 뛰어난 투구를 보여준 노경은은 올 시즌 SSG 랜더스 불펜진의 훌륭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한편, 아까 언급한 바와 같이 접전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WPA를 기록하게 되고, 반대로, 점수를 주게 된다면, 많은 WPA를 잃게 된다. 이런 개념은 구원투수에게 셧다운(SD)과 멜트다운(MD)이라는 개념으로 적용된다. 구원투수가 한 경기에서 0.06 이상의 WPA를 기록했다면 셧다운이, -0.06 이하의 WPA를 기록했다면 멜트다운이 기록된다.

서진용,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리고 랜더스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셧다운을 기록한 투수는 바로 서진용이다. 사실, 서진용의 평균자책점 4.01은 그리 특출난 것은 아니다. SSG 랜더스 내에서도 고효준과 최민준이 각각 3.72와 3.95라는 그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1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투수들을 포함했을 때도 구원투수 중 전체 3위의 WPA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 32번의 셧다운을 기록하며 이 지표에서 정상급의 수치를 기록했다. 32개의 셧다운은 올 시즌 키움의 김재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다소 높은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부진한 성적 때문이기도 하다. 후반기 유독 부진했던 서진용의 성적은 멜트다운을 통해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서진용은 전반기 내내 3번만을 기록했던 멜트다운을 후반기에만 6회 기록했다. 전반기에 43경기 출전하고, 후반기에는 25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서진용이 후반기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후반기 막판 셧다운을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할 동안 멜트다운을 한 달 동안 무려 5연속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8월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서진용이 기록한 성적은 이렇다.

08/25 KT전 0.1이닝 1실점 (MD)
08/31 삼성전 0.2이닝 1실점 (MD)
09/02 NC전 0.1이닝 2실점 (MD)
09/08 KIA전 1이닝 5실점 (MD)
09/15 NC전 1이닝 무실점
09/22 한화전 1이닝 무실점
09/25 LG전 0.1이닝 무실점
09/29 키움전 0.1이닝 1실점 (MD)
8경기 5이닝 10실점 평균자책점 18.00

4.01로 마친 서진용의 평균자책점도도 이 시기 이전까지는 2.79로 수준급을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후반기가 끝나고 23일 동안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취한 만큼 포스트시즌에는 전반기 서진용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노경은과 서진용이 기록한 승계주자 득점허용률은 31.3%와 28.6%. 이는 랜더스 불펜진이 평균적으로 기록한 39%보다 낮은 수치이다.

이 둘은 랜더스 불펜진이 가지고 있는 강점인 접전 상황에서의 호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이기도 하며, 동시에 약점인 높은 승계주자 득점허용률을 개선할 수 있는 투수이기도 한 것이다.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

정리하면, SSG 랜더스 불펜진은 올 시즌 접전 상황을 많이 맞이했고, 따라서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랜더스 불펜진은 4.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평균보다 못했지만, 많은 블론세이브에 비해 높은 WPA를 기록했다는 점은 많은 경기를 지켜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승계주자 득점허용률이 높기에 선발투수들의 자책점을 늘리고, 많은 점수 차의 리드를 적은 점수 차의 리드로 바꿔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올 시즌 스탯티즈 기준으로, 타격으로 만들어진 리그 WAR는 211.95, 투구로 만들어진 리그 WAR는 171.78이다. 이중, 구원투수들의 WAR가 69.46이다. 물론 구원투수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구원투수를 제외한 부분의 WAR도 314.27로 리그 전체 WAR인 383.73의 81.9%를 차지한다. 즉, 최근 들어 불펜진의 활용도가 많아졌음에도 불펜은 한 팀이 가지고 있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SSG 랜더스 선발진의 WAR는 키움에 이어 16.05로 2위. 그리고, 김광현, 폰트, 모리만도의 퀄리티스타트 비율은 각각 67.9%, 71.4%, 83.3%로 규정이닝을 채운 폰트와 김광현은 각각 리그 5위와 8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모리만도의 QS 비율 83.3% 또한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이렇게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기에 불펜의 힘이 다소 빈약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펜 전략들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랜더스가 활용할 수 있는 특급 불펜, 노경은과 서진용은 올 시즌 랜더스 불펜진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생각보다 더 뛰어난 투수들이다.

좋은 선발자원들을 가졌지만, 불펜진은 다소 빈약함에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과거 팀들과 비교해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랜더스 불펜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올 시즌, 강력한 불펜을 활용하여 정규시즌을 2위로 끝마쳤던 LG 트윈스가 놀랍게도 키움 히어로즈에 패배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향방을 갈랐던 3차전은 아마 이 글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LG는 5회까지 좋은 투구를 보여주던 김윤식을 6회 2사에 조기 강판했다. 그리고 진해수-정우영-김대유-이정용-임찬규로 이어지는 계투진을 펼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투구를 보여주던 김윤식과 정우영을 내린 직후, LG는 키움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반면, 키움 히어로즈는 선발투수 안우진이 6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바뀐 투수 이승호가 2실점 하긴 했지만, 빠르게 김동혁으로 교체했다. 재역전에 성공한 8회, 김동혁이 첫 두 타자를 내보내자 8회 무사 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함에도 빠르게 마무리투수 김재웅을 올렸다. 그는 8회를 문보경의 번트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 병살로 만드는 그날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데 이어 9회까지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3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불펜 운용에 정답은 없다지만, 랜더스 투수진이 가진 가능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야구공작소 최준혁 칼럼니스트

에디터= 박기태, 홍기훈

기록출처=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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