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클락, 그 변화의 앞에서

피치 클락 (사진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지난 9월, MLB 사무국은 2023시즌부터 새로 도입되는 규정들을 발표했다. 수비 시프트의 사용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와 함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피치 클락의 도입이다. 피치 클락의 도입 배경은 결국 경기의 속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이다. 피치 클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타자 간 30초, 주자가 없을 시 투구 간격 15초, 주자 있을 시 투구 간격 20초.
  • 타이머의 시간이 다 없어지기 전에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함.
  • 타자는 8초가 남기 전에 배터 박스에 들어가야 함.
  • 타자가 시간 제한을 어길 시 자동으로 스트라이크가, 투수가 어길 시 자동으로 볼이 기록됨.
  •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투수가 견제, 혹은 발을 풀 시 타이머가 초기화됨.
  • 투수는 타석당 2번 발을 푸는 것이 허용됨(견제 시도 혹은 단순 발을 푸는 것 모두 포함). 단 주자가 진루할 경우 초기화. 타자들의 타임아웃 역시 1번만 허용됨.
  • 3번째 견제도 가능하나, 견제를 성공하지 못할 시 주자는 자동 진루권을 얻음.
  • 마운드 방문, 부상으로 인한 타임 아웃이나, 타자의 타임 아웃은 발을 빼는 횟수에 포함되지 않음.
  • 팀이 9회 이전에 5번의 마운드 방문을 모두 사용했을 시, 9회에 추가적인 마운드 방문을 얻음. 이 경우도 그 전의 마운드 방문처럼 투수가 발을 빼는 횟수에 포함되지 않음. 
  • 심판 재량하에 추가적인 시간이 주어질 수 있음. (예시: 직전 이닝 포수가 주루 과정에서 아웃을 당했을 경우, 포수 장비 착용을 위한 추가 시간을 심판이 줄 수 있음.)

전체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모두 시험이 되었던 것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피치 클락이 마이너리그에서 시험했을 때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주자 없을 시 14초, 주자 존재 시에는 18초(트리플 A의 경우에는 19초)였다. 견제 횟수의 제한은 마이너리그에서 피치 클락을 처음 도입했을 때 규정상 구멍을 찾아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럼 이러한 피치 클락에 대한 도입은 어떠한 효과를 야기할까? 그리고 과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원하던 효과가 있을까?

1. 경기 시간이 줄어든다.

피치 클락 도입 이후 가장 도드라지는 변화가 바로 경기 시간의 단축이다. 2022시즌 메이저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6분이다. 이는 Baseball Reference에 기록된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 중 5번째로 길다. 가장 길었던 시즌은 바로 직전 2021시즌으로, 3시간 11분이었다. 2014년 처음 3시간 선을 넘었던 경기 시간은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였고, 경기가 늘어지지 않게 하려고 사무국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

이번 시즌, 마이너리그 전반적으로 피치 클락이 도입되었다. 아래 표1에 2019, 2021, 그리고 올해 시즌별 평균 경기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피치 클락이 적용된 시즌들을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시간 단축 효과가 드러난 것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그대로 나타나길 바라는 사무국이고, 경기 시간 단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표1: 연도별 리그의 평균 경기시간(2022 피치 클락 도입)>

2. 뛰는 야구의 부활

아마 가장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바로 뛰는 야구의 부활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도루가 많이 줄어든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22년 현재(10월 2일 기준) 메이저리그의 경기당 도루 시도는 0.68개이다. 2021 시즌은 경기당 0.60개로, 196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리그 전체적으로 도루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2: 마이너리그 시즌 별 도루 지표>

그럼 피치 클락의 도입 이후 마이너리그의 도루가 늘었을까? 답부터 얘기하자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마이너리그가 진행되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보았을 때, 마이너리그 전체적으로 도루 시도 횟수와 성공률 모두 올라갔다. 마이너리그 전체적으로 비교해보았을 때, 표2와 같이 매년 증가하는 도루 시도와 성공률을 볼 수 있다.

여기에 2022시즌부터 마이너리그 전 레벨에서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더 넓은 면적의 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 넓어진 베이스의 효과는 야구공작소에서도 이미 다룬 주제이다. 여기에 강화된 피치 클락 규정이 적용되면서, 마이너리그 전반적으로 도루 시도는 늘어났다. 마이너리그를 통틀어서 봤을 때 2022시즌 경기당 도루 시도는 1.4개, 도루 성공은 1.1개이다. 도루 성공률은 77%를 기록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 피치 클락이 처음 도입된 2015년에는 견제 횟수 제한이 없었다. 그리고 이 시즌에만 경기 시간이 줄어들었다. 2015 시즌 이후에 다시 경기 시간이 늘기 시작했고, 이 부분은 투수들이 피치 클락 초기화를 위해 발을 풀거나, 견제하면서 오히려 경기 시간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분을 연구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캘리포니아 리그(로우-A 웨스트 리그)에 견제 횟수 2번 제한을 도입했고, 2021시즌에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 2분에서 2시간 41분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견제 횟수 제한의 마이너리그 전반적으로 도입이 2022시즌에 이루어졌다. 

<연도별 마이너리그 평균 경기시간 (2015년:20초 피치 클락 도입/2018년:15초 피치 클락 도입)>

메이저리그 발표 자료를 보면, 주자가 있을 시 견제를 3번 이상 하게 되는 경우는 전체 타석의 2% 미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2번의 견제 제한의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횟수 제한이라는 전제가 새로운 심리전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재까지 마이너리그에서는 견제를 시도하지 않은 투수를 상대로 한 도루성공률이 80%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2번의 기회를 모두 사용한 투수를 상대로 도루했을 시에는 성공률이 66%로 하락하였다. 주자들이 견제 횟수 소진 이후에 긴장을 늦춰 생긴 일인지, 적극적인 주루를 시도하여 발생한 현상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견제에 새로운 심리전이 추가된 것만은 확실하다.

투수들에게도 피치 클락이 제공해주는 정보가 있다. 본인에게 남은 시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정보를 통하여 역으로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 두는 시간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LA 다저스 산하 싱글 A 그레이트 레이크스 룬스의 데이비드 앤더슨 투수코치는 “주자를 잡아 놓는 것이 실제 시간보다 길게 느껴져요. 이제 투수들이 ‘아 2초밖에 안 되네?’를 볼 수 있는 거죠”. 원하는 만큼 주자를 묶어 둘 수는 없어졌지만, 역으로 이용이 가능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이 변화는 주자에게 유리한 점이 더 많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을 지닌 라자이 데이비스는 인터뷰에서 “리키 헨더슨과 빈스 콜먼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도 여기 있어요. 도루를 하는 방법도 알았지만, 투수들에 대해서도 꿰고 있었습니다. 투수들이 1루로 던지지 않고 홈으로 던질 때를 알고 있는 거죠. 만약에 투수가 홈으로 가는 타이밍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좋은 리드를 가져갈 수 있죠.”

3. 과연 투수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까?

매년 평균 구속은 오르는 추세이다. 투수들이 갈수록 더 날카로운 공들을 던지는 시대이다. 과연 투구 사이의 시간 간격을 임의로 지정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까? 2016년 스포츠 과학 저널에 당시 메이저리그 기록, 그리고 2014년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시험했던 피치 클락을 기반으로 실험한 논문이 있다. 이 논문에서 시험하던 3가지 환경은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황, MLB 규칙 8.04항(12초 규정), 그리고 당시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시범 운영했던 20초 피치 클락이다. 결론은 결국 피치 클락을 적용한 환경에서 근육 피로도가 더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팔꿈치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회내근의 피로도 증가가 예상되는 바로, 관절 회전 강직이 올 수 있고, 이는 UCL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적용되는 피치 클락이 15초와 20초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다음 시즌부터 우려가 생길 수 있는 요소기도 하다.

물론 이번 시즌이 종료 후에 모든 선수가 피치 클락에 맞춰서 준비를 할 것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필 메이턴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마운드 위에서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여기 있는 대부분 모두 그렇게 느낄 거로 생각해요. 저희가 원하든 말든 적용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비시즌에 적응하고 앞으로 템포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죠”.

피치 클락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떠한 효과를 불러올지는 결국 다음 시즌이 되어야 알 수 있다. 이 변화의 결과가 어떨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마이너리그를 거치고 올라오는 선수들 혹은 심판들은 익숙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다음 시즌이 되어야 실제로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적응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는 다음 시즌에는 어떤 스타일의 야구가 펼쳐지게 될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희원, 홍기훈

기록 출처= baseballamerica.com, espn.com, fangraphs.com, mlb.com, theathlet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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