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런 시즈의 좌절과 성장, 그리고 에단 카츠

<딜런 시즈 / 출처: 시카고 화이트삭스 트위터>

지난 8월 6일 딜런 시즈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시즈는 이날 제이콥 디그롬이 갖고 있던 12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 투구 기록을 13경기로 갱신했다.

<딜런 시즈 2022시즌 성적표>

시즌 초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올해 딜런 시즈의 투구는 완벽했다. 시즈는 올해 저스틴 벌렌더, 케빈 가우스먼, 오타니 쇼헤이, 셰인 비버, 그리고 프램버 발데스의 뒤를 이어 AL bWAR 6위(4.4)에 이름을 올렸으며, 타구 속도와 발사각을 기반으로 계산한 xERA는 2.70으로 리그 3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시즈에게도 좌절과 시련은 존재했다. 시즈는 강력한 구위를 가졌으나 불안한 제구에 항상 발목을 잡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기회를 받았지만 시즈는 증명해내지 못했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 그는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투수코치 에단 카츠를 만난 이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카츠가 부임한 첫주, 시즈는 그와 40분가량의 대화를 나눴다. 대화 끝에 그들은 시즈의 문제점이 하체 사용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은 하체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더군요. 하체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면 그 외 다른 부분도 모두 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 딜런 시즈(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카츠 코치가 도입한 방법은 그가 2019년 루카스 지올리토에게 전수하기도 했던 ‘코어 벨로시티 벨트’ 훈련법이었다. 시즈는 매일 투구를 하기 전 이 훈련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투구폼을 보다 안정화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카츠 코치와 함께한 이후 강력한 포심을 갖게 된 지올리토처럼, 시즈 또한 최고의 포심을 갖게 된 것이다.

*코어 벨로시티 벨트 – 다리에 한쪽을 묶고 반대쪽을 다른 곳에 고정시켜 훈련하는 기구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2시즌 간, 시즈가 구사한 4가지 구종 중에서 포심은 항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시즈의 포심 wOBA는 0.472였고, 2020년에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0.400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1년 시즈의 포심 wOBA는 0.366까지 떨어졌다. 회전수와 구속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시즈는 투구폼 교정을 통해 83%에 불과했던 포심의 회전 효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시즈의 포심은 평균 대비 2.3인치의 수직 무브먼트를 갖게 되었고, 헛스윙률(Whiff%) 역시  2020년의 17.2%에서 23.0%로 증가했다.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시즈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슬라이더다. 슬라이더는 지난해에도 시즈의 구종 중 가장 높은 헛스윙률(43.9%)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이었지만, 시즈는 올해 이 슬라이더를 더욱 업그레이드해 돌아왔다.

지난 시즌 시즈의 슬라이더 구속은 85.9마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16일 캔자스시티전 이후로 구속이 크게 상승했고, 시즈는 이 고속 슬라이더를 지금까지도 구사 중이다. 올해 시즈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87.4마일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구속을 올리기 시작한 5월 16일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87.8마일에 달한다. 여기에 시즈의 슬라이더가 더욱 위력적인 이유는 구속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평균 이상의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데 있다. 올해 리그 평균인 84.5마일보다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 투수 21명 중, 시즈의 슬라이더는 5번째로 높은 종 무브먼트를 기록했다.

빠르고 움직임도 심한 슬라이더는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올해 슬라이더를 200타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시즈는 0.128로 최저 피안타율, 그리고 43.3%로 헛스윙률 2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타자들은 유인구로 던진 시즈의 슬라이더에 배트를 더욱 많이 내고 있다(Chase% 35%→39.4%).

그리고 올해 시즈는 슬라이더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던지고 있다. 올해 시즈의 슬라이더 구사율은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2위에 해당한다(42.9%). 하지만 시즈가 슬라이더를 무작정 많이 던지는 것은 아니다. 시즈의 슬라이더 활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유인구뿐만 아니라 카운트를 잡는 공으로도 슬라이더를 활용한다.

<구종별 Called Strike 비율 변화>

<불리한 카운트(Hitters Ahead In Count)에서의 구종 구사율 변화>

이번 시즌 시즈는 슬라이더로 루킹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빈도가 작년에 비해 증가했다. 불리한 상황이 되면 포심을 던졌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위기 때 슬라이더를 적극 구사했다. 

시즈가 지금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슬라이더를 더 많이 구사하게 된 이면에는 카츠 코치의 조언이 숨어있다.

“저는 저희 투수들이 강점을 살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슬라이더 3개를 연속으로 던지더라도 타자가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게 맞는 선택인 거예요”

– 에단 카츠(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변화와 함께 성장한 시즈는 올해 타구질 지표에서도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시즈는 단순히 삼진만 잘 잡는 투수였다. 강한 타구의 비율(Hard Hit%)은 38.8%로 리그 평균(38.5%)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고 배럴 타구 비율(Barrel%)은 9.9%로 리그 평균(7.9%)보다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현재 시즈의 강한 타구 비율은 31.1%로 리그 상위 6% 수준을 기록 중이며 배럴 타구 비율 또한 6.1%로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슬라이더는 22%의 강한 타구 비율을 기록하며 변화의 중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마무리

⁠이번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팀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AL 중부지구 2위를 기록 중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지난 시즌 리그 bWAR 3위였던 선발진이 올해 15위까지 떨어진 점이 팀 입장에서 타격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카를로스 로돈이 팀을 떠났고 랜스 린과 루카스 지올리토가 작년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화이트삭스가 믿을 만한 투수는 어린 에이스 딜런 시즈뿐이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유망주였던 시즈는, 에단 카츠 코치와 시간을 보내면서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올해는 팀을 이끌고 있다. 과연 시즈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참고 = Fangraphs, BaseballSavant, TheAthletic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이한규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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