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현재 고객이자 동시에 미래 고객인 어린이 팬

출처=구글

고객 평생 가치의 의미

기업들은 저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친다. 이와 관련해 고객 평생 가치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고객 평생 가치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고객이 특정 기업의 고객으로 있는 기간에 해당 기업에 제공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무적인 공헌도의 합계’다. 한 명의 고객이 특정 기업의 서비스 혹은 상품을 이용하며 해당 기업과의 거래를 완전히 중단할 때까지 기업이 그 고객으로부터 얻은 총이익이다. 고객 평생 가치는 구매 단가 × 구입 빈도 × 지속 시간 등의 계산식으로 산출한다.

도미노 피자 체인 중 대표적인 성공 매장으로 뽑힌 미국의 볼티모어 피자 체인점의 사례가 ‘고객 평생 가치’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필 브레슬러가 대표로서 책임을 지던 이 매장은 단골 한 명의 평생 가치를 약 4,000달러로 계산했다. 고객들이 일주일에 8달러 상당의 피자 한 판을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그들이 1년 동안 주문하는 피자의 가격은 총 400달러가 된다. 4,000달러라는 금액은 해당 고객이 단골이 돼 평균 10년 동안 한 매장에서 꾸준히 피자를 주문했을 때 산출되는 금액이다.

필 브레슬러 대표는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값싼 8달러짜리 피자를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4,000달러짜리 피자를 배달하고 있으니 무엇보다 고객 서비스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동시에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프로야구 어린이 팬의 고객 평생 가치

한국 프로야구도 ‘고객 평생 가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앞서 제시한 개념을 프로야구에 대입하면 프로야구 팬이 고객이며 구단이 기업에 해당한다. 지속 시간의 측면에서 프로야구 구단 그리고 프로야구계 전체로 고려해 봤을 때 평생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객은 바로 어린이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입문한 많은 프로야구 팬들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프로야구 팬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어린이 팬이 계속해서 야구팬으로서 삶을 살며 ‘평생 고객’으로서 앞으로 프로야구 구단들 및 프로야구계에 가져다줄 수 있는 이익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들의 현재 구매 단가는 일정한 수입을 가진 성인 팬들에 비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직관을 위해 그들의 부모를 야구장에 동반하며 혹은 친구들과 방문하며 현재로서도 프로야구의 흥행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까지의 지속성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원년 어린이회원 세대들이 성인이 돼서도 현재까지 프로야구 팬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 또한 향후에 성인 팬이 돼 본인들의 자녀를 데리고 야구장에 방문해 새로운 야구팬이 생겨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 정보광장에서 관람객 성향 조사를 바탕으로 한 통계를 공개했다. 해당 통계는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기 이전인 2019년의 수치를 보여준다.

프로야구 팬들의 연간 홈경기 평균 직관 횟수는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관람객의 1년 최대 직관 횟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구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연령대별 누적 50퍼센트의 비율이 포함된 4~5회 구간을 대략적인 최소 수치로 잡았다. 

프로야구 팬이 경기장에 방문하여 하루에 소비하는 금액은 5만 원 미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연령대별 누적 50퍼센트 비율이 포함된 해당 구간을 토대로 일평균 소비액을 대략 4만 원으로 설정해봤다.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과반의 연령대가 5~10만 원 내외 구간에서도 30퍼센트 내외의 비율을 보인 것을 감안했다. 실제로 재작년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야구장 방문 시 1인당 평균 지출 금액이 남성은 4만 2,161원, 여성은 4만 6,142원이었다.

이 표를 바탕으로 야구팬들이 주로 50대까지 경기장 방문을 한다고 가정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 팬이 50대 팬이 될 때까지 대략 50년 동안 1년에 최소 5회 홈경기를 방문하며 한 경기당 최소 4만 원씩 소비한다고 추정해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한 명의 팬이 평생 프로야구 홈경기를 직관하며 소비하는 금액은 4만 원 × 5회 × 50년 총 최소 1,000만 원 정도로 산출했다. 어린이 팬 유입을 통해 해당 어린이를 오랜 기간 프로야구를 즐기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 팬이 지속해서 야구팬의 삶을 살며 성인 팬으로 성장하는 것과 관련한 맥락의 통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네이버 트렌드에서 이용자들의 키워드 분석에 관한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SBS 더 스페셜리스트는 해당 통계 중 야구 키워드와 관련해 다룬 적이 있었다. 이용자들의 키워드 검색 비율 통계를 바탕으로 2016년 기준 10대 후반 세대의 관심도와 이들이 5년 후 2021년 20대가 되었을 때 야구 관심도를 비교했다. 마찬가지로 동일 기간 20대 후반이 30대가 됐을 때 검색량 변화 추이를 통해 관심도의 차이를 파악해봤다.

그 결과 2016년 당시 10대 후반 세대가 2021년 20대 초반이 된 후 이들 사이의 야구 관련 검색량이 증가하며 이들 사이의 야구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동일 기간 20대 후반 이용자들이 30대가 됐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10대 이하에 해당하는 어린이 팬의 유입이 가져다줄 수 있는 앞으로의 효과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0대 이하 시절에 많은 어린이가 야구팬으로 입문하도록 해 지속해서 야구를 즐기고 이들이 성장하며 더 많은 10대가 야구팬으로 확대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출처: SBS 더 스페셜리스트

어린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프로야구

한국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출범했다. 원년 OB 베어스의 한국 프로야구 구단 최초 어린이 회원 모집을 시작으로 40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 오랜 시간 수많은 팬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 고객 평생 가치로서 어린이 팬이 가져올 수 있는 기대 효과와 달리 최근 어린이 팬이 프로야구에 보이는 관심도는 다른 세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지난 6월 한국일보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전체 관중에서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다.

어린이 팬 유입과 관련한 구단의 어린이회원 제도도 갈수록 축소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어린이회원 3,000명을 모집했던 두산 베어스는 올해 인원을 2,000명으로 축소했으며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또한 각각 1,000명과 1,500명에서 500명과 1,000명으로 500명 가까이 규모를 줄였다. 코로나19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이는 그만큼 프로야구를 즐기는 어린이 팬들이 많이 줄었다는 점을 방증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일부 구단에서는 어린이회원 혜택이 축소됐다는 팬들의 여론이 존재하기도 했다. 구단은 어린이회원 제도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구단 팬으로서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현재 어린이회원 세대를 평생 고객으로 만들어 지속해서 야구팬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곧 어린이회원 제도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어린이 팬들이 야구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린이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회원제도를 비롯한 한정된 기회, 제한된 숫자의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야구장에서의 팬 사인회, 아나운서 체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스코트를 활용한 그들과의 소통처럼 더 많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LG트윈스가 올해 여름 실시했던 마스코트 합동 팬 사인회 같은 행사가 좋은 선례다. LG 트윈스가 팬 사인회 개최와 함께 참여자에게 마스코트 관련 경품을 제공했던 것처럼 많은 구단이 마스코트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캐릭터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어린이 팬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 마스코트를 활용한 굿즈를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협업 마케팅 등을 바탕으로 어린이 팬들이 필요로 하는 학용품에 마스코트를 결합함으로써 평소에도 어린이 팬들이 야구단에 친밀감을 느끼도록 할 수 있다.

다른 방안으로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 매체에 친숙함을 보이는 어린이 팬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그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와의 협업이 큰 효과를 부를 수 있다. 특히 어린이 팬들은 야구의 규칙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린이들이 야구를 쉽게 접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야구 규칙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마스코트 팬 사인회와 야구 규칙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도 좋은 방안이다. 이들이 야구와 관련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야구에 관한 친밀감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 팬들은 자신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고는 한다. 투구 및 타격 체험이 대표적인 예시다. 야구장에 관련 체험존을 마련해 어린이 팬들이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에 방문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지난해 개최되었던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 선발된 이정후는 “요즘 어린이들은 야구를 잘 보지 않는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야구를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수들은 팬서비스, 경기력의 차원에서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팬들의 관심과 사랑 없이는 프로야구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이 야구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오랜 시간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출범 당시 슬로건처럼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할 수 있는 한국 프로야구가 되길 바란다.

야구공작소 이승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재성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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