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새로운 클로저, 펠릭스 바티스타

<사진: 볼티모어 공식 트위터 제공>

메이저리그 정규시즌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많은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부터는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기존 10팀에서 12팀으로 늘어나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런 가을야구를 향한 경쟁에 뛰어든 예상치 못한 팀이 있다. 바로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볼티모어는 2021시즌 52승 110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2017년부터 5년동안 동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해왔기에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4월 한 달간 볼티모어는 7승 14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5월 14승 16패,  6월 14승 12패를 기록하며 서서히 승수를 쌓아가더니 7월에 10연승을 기록하는 등 16승 9패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특히 볼티모어의 불펜진은 팀의 반등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 9월 18일 기준 볼티모어의 불펜 WAR은 4.8로 전체 9위이며 평균자책점도 3.24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팀의 마무리 투수였던 호르헤 로페즈가 미네소타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팀의 필승조로 시즌을 시작해 현재는 마무리 투수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펠릭스 바티스타가 있다.

볼티모어 불펜의 중심 바티스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바티스타는 2012년 11월 국제 자유 계약 선수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합류했다. 그러나 2시즌동안 마이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2015시즌을 앞두고 방출됐다. 2016년 8월 볼티모어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바티스타는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2021시즌 하이싱글 A에서 출발해 트리플 A까지 승격했다. 트리플 A에서도 안정적이었던 바티스타는 2022년 4월 10일 템파베이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해당 경기에서 완더 프랑코를 상대로 데뷔 첫 삼진을 잡아내며 첫 발을 디딘 바티스타는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되었다.

바티스타는 평균 99mph, 최고 101mph의 포심을 구사하는데, 이 포심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8월 5일 경기에서 17구의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모두 100mph 이상의 구속을 기록했다. 이는 조던 힉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그러나 2022년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바티스타는 팀 내 유망주 랭킹 36위에 불과했다. 20-80 스케일에서도 70점을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은 포심과는 달리 스플리터는 45점, 커맨드는 30점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의 포심을 보유하고 있으나 평균 이하의 변화구와 제구력을 보유하고 있는 투수로 평가받았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비웃듯 바티스타는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티스타는 9월 18일 기준 35.3%의 K%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구원투수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런 지표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헛스윙률 55.6%를 기록하고 있는 스플리터 덕분이다. 바티스타가 9월 18일까지 스플리터로 기록한 탈삼진은 55개로 다른 구종으로 기록한 탈삼진 개수(27개)의 약 2배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데뷔 전만 하더라도 평균 이하로 평가받던 스플리터가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균 이하의 스플리터, 그러나 평균 이상의 결과

위 그림은 바티스타의 구종별 움직임을 타자 시점에서 표현한 그림이다. 붉은 색, 푸른 색, 노란 색 점은 각각 포심, 스플리터, 슬라이더에 해당한다. 좌측, 우측과 하단 끝으로 갈수록 해당 방향으로의 무브먼트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바티스타는 우타자 몸쪽으로 변화하는 싱커성 포심을 구사하는데, 이는 스플리터도 마찬가지이다. 위력적인 포심을 구사하는 바티스타이기에 타자 입장에서 포심과 같은 방향으로 날아오는 스플리터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스플리터 자체의 위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스플리터 평균 구속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16위에 해당할 정도로 빠르다. 그러나 바티스타의 스플리터는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의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다. 그 수치가 적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할만한 위력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바티스타의 스플리터 제구가 좋은 편이라고 보기에도 힘들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듯 바티스타의 스플리터 제구는 매우 불안하다. 분포가 매우 넓고 타자가 타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곳에 던져진 공들도 보인다.

그럼에도 스플리터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투수들과는 다른 활용법에 있다. 스플리터라는 구종은 포심처럼 나아가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져 범타를 유도하는 구종이다. 여기에 공이 낮은쪽에서 형성될수록 변화가 심한 구종이라 높게 제구된 스플리터는 타자에게 공략당하기 쉬운 구종이다. 당연히 투수들은 스플리터를 낮게 구사해왔는데, 바티스타는 오히려 우타자 기준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많은 공을 집어넣었다.

이는 포심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바티스타는 포심을 대부분 스트라이크 존 안에 투구했으며, 특히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했다. 높은 존의 포심을 공략하기 위해선 타자들의 스윙이 더 빠르게 나와야 하는데, 바티스타의 포심은 평균 99mph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이라 이보다 더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다 보니 많은 변화가 없어도 같은 방향으로 날아오는 스플리터는 타자들의 스윙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마무리

와일드카드 경쟁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불펜의 힘이 강점인 볼티모어이기에 마무리 투수의 이탈은 꽤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를 새로 맡게된 바티스타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현재까지 포스트시즌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볼티모어는 현재보단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 재건에 성공하는 모습을 2022 시즌에 보여주고 있기에 더 기대가 된다. 그 중심엔 내년 시즌에도 팀의 필승조로 활약할 바티스타가 있다. 포심과 스플리터의 시너지로 볼티모어의 반등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참고=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진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김준업,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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