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wiz 돈 로치

돈 로치, kt wiz
선발투수, 우투우타, 183cm, 88kg, 1989년 12월 14일생

 

배경

[야구공작소 홍기훈] 네바다 출신의 돈 로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8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40라운드에서 LA 에인절스에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 대신 애리조나 대학을 선택했고 대학에서의 첫 해는 매우 좋지 못했다. 41이닝을 던지며 삼진 22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22개나 내줬으며 평균자책점은 무려 7.84였다. 불안했던 팀내 입지에 투구 이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가 뛰던 서던 네바다 대학으로 전학을 간다. 4년제인 애리조나 대학교와는 달리 서던 네바다 대학은 2년제였기에,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프로 지명을 다시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작전은 완벽히 성공해 111.1이닝동안 2.67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12승 3패를 기록하게 된다. 팔각도를 교정한 로치는 삼진을 142개 잡아내는 동안 단 26개의 볼넷만 내주면서 나아진 커맨드도 보여줬다. 게다가 당시 같은 학교에 재학중이던 절친을 보러 수많은 스카우트들이 파견된 덕분에 로치는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더 많이 끌 수 있었다. 로치는 결국 2010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다시 LA 에인절스의 선택을 받는다(로치의 친구는 같은 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픽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브라이스 하퍼다).

루키리그에서 데뷔한 로치는 6.0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불운이 낳은 결과였으며 볼넷 대 삼진 비율은 꽤 좋았다. 다음 해 로우 싱글A로 승격된 로치는 불펜투수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고 투구폼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을 받았다. 2012년 다시 선발투수로 복귀한 로치는 하이 싱글A에서 41.2이닝동안 29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단 3개의 볼넷만을 내주며 유망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이해 5월 초에는 어니스토 프리에리와의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산하의 구단으로 팀을 옮겼는데,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유지했고 시즌 말미에는 더블A에서 세 번의 선발등판도 무난히 마쳤다. 2013년 더블A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인 그는 2014년 트리플A를 건너뛰고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하지만 메이저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두 달 동안 한 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16경기에 출전, 30.1이닝을 책임졌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4.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트리플A행을 통보받는다. 특히 이전까지 강점이었던 커맨드가 흔들리면서 볼넷을 다수 허용했고, WHIP도 1.68까지 올라갔다. 4점대 중반의 9이닝당 볼넷허용률(BB/9)은 마이너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파드레스는 시즌이 끝난 후 로치를 계약이관공시(DFA)했다. 열흘 뒤 시카고 컵스가 그의 영입을 요청해(클레임) 2014년 6월 메이저 승격과 함께 선발등판의 기회를 얻었으나 3.1이닝동안 8안타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후 로치는 여러 팀을 전전하게 된다. 2015년 7월에는 신시네티 레즈가, 8월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그를 클레임했으나 이내 곧 방출당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이듬해 6월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그리고 9월에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그를 클레임했지만 안타깝게도 비슷한 결과였다.

로치가 아시안 시장을 노크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1989년생인 로치는 아직 젊은 축에 속하지만,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팀이 계속 바뀔지 모르는 상황보다는 미국을 떠나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원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구단이 그에게 오퍼를 했고, 작년 11월 85만불의 연봉에 kt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kt에서 로치는 피어밴드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돈 로치 메이저리그 & 마이너리그 기록>

 

스카우팅 리포트 & 전망

우완 정통파인 로치의 빠른 공은 싱커에 가깝다. 횡무브먼트는 꽤 좋은 편이다. 상위리그에 올라오면서 땅볼비율도 약간 줄긴 했지만, 여전히 60%를 웃도는 땅볼비율은 매력적이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땅볼비율이 제일 높았던 투수는 60.1%를 기록한 마커스 스트로맨이었다는 점을 보면 로치의 땅볼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감이 올 것이다.

하나 눈여겨볼 점은 2016년의 구속이 2015년에 비해 시속 2km/h 가까이 올라갔다는 점인데, 과거에는 릴리스 포인트의 위치가 싱커의 무브먼트를 살리는 데에 맞춰졌다면 작년에는 의식적으로 팔을 몸 앞쪽에 두고 던지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덕분에 평균 140km/h 중반대에서 최고 150km/h까지도 던질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스플리터와 낙차가 큰 커브를 던진다. 두 구종 모두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싱커와 좋은 조합을 이룬다. 원래도 스플리터를 즐겨 구사했지만, 2016년에는 특히 그 비율이 높아졌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커브를 더 많이 던지지만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스플리터의 비중이 꽤 높다. 스플리터 지도에 정평이 난 정명원 1군 투수코치와의 궁합이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찔러넣을 배짱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볼넷 억제력에는 확실한 장점을 보인다. 삼진율이 굉장히 낮다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구속의 상승과 더불어 조금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9이닝당 삼진율 2015년 3.3, 2016년 5.4.) 땅볼유도 덕분인지 평균자책점은 나쁘지 않았다.

로치는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윽박지르는 강속구나 네다섯가지의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AA에 올라온 2012년 이후 그의 삼진율은 리그 평균에 한참 모자란다. 그의 프로 생활은 저니맨 생활의 연속이었고, 매번 아슬아슬하게 40인 로스터 마지막 자리를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수차례 계약이관공시(DFA)를 겪으면서도 그를 불러주는 팀이 늘 있었다는 사실은,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그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물론 불안요소는 없지 않다. 우선 작년에 상승한 빠른 공의 구속이 계속 유지가 되어야한다. 시범경기에서 140km/h초반대에 머물고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 구속이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땅볼투수라는 사실이다. 여느 팀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kt는 최근 2년간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다. 정현, 김사연, 심우준 같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출장해야 하는 내야에서 수비가 흔들린다면, 높은 땅볼유도율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를 자신있게 뿌리는 스타일인 로치가 무너질 수도 있다.

kt는 작년과 재작년 꼴찌를 했고, 올시즌 전망도 그렇게 밝다고 하기는 어렵다. 몇몇 팀들처럼 대형 FA에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높은 실책률 등 불안요소가 제거됐다는 보장도 없다. 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도 3명으로 적어져 오히려 팀 전력이 약화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kt보다 불과 몇 년 전 KBO리그에 참가한 NC의 성공가도에는 테임즈, 해커등 분명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은 로치가 kt를 탈꼴찌로 이끌 수 있을까. 글쎄, 우선 건강히 한 시즌을 보낼 수 있길 기원해보자.

참고: Baseball America, Minor League Ball, The Baseball Cube, Fangraphs, Las Vegas Sun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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