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에 대한 고찰

투구폼에서 하체의 동작은 크게 리프팅-스트라이드-랜딩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 스트라이드는 앞다리 (우투수 기준으로 왼다리)를 들어올리는 리프팅 이후 들어올린 다리를 내딛는 동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라이드의 방향은 홈 플레이트를 향해 일직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떤 투수들은 왼발을 보다 3루 쪽으로 (좌투수는 오른발을 1루 쪽으로) 향해 딛는데 이를 크로스파이어 투구폼이라고 한다. 크로스파이어가 가지는 특별함엔 무엇이 있을까?

궤적 변화

크로스파이어로 던지면 상대적으로 공의 출발점이 측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의 궤적이 대각선을 그리게 된다. 패스트볼을 던지더라도 곧바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 우투수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가며 날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크로스파이어 투수는 같은 손 타자를 상대할 때 공이 타자의 등 뒤에서 날아오는 듯한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점이 단점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할 경우 타자 입장에선 공이 멀리서 오는 느낌 때문에 타이밍 상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거 KBO 리그에서 활약했던 브룩스 레일리가 대표적인 예다. 레일리 역시 크로스파이어의 투구폼을 가졌는데 KBO 리그와 현재 활약 중인 메이저리그를 막론하고 좌타자 성적과 우타자 상대 성적 간의 간극이 매우 크다.

브룩스 레일리 투구폼
레일리의 리그별 통산 피OPS

하지만 이 주장이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에 은퇴한 제러드 위버와 팀 린스컴 그리고 현재 현역으로 활약하는 조쉬 헤이더 등 크로스파이어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좌우 타자간 상대 성적 차이가 크지 않은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제러드 위버 투구폼
팀 린스컴 투구폼
조쉬 헤이더 투구폼
각 선수별 통산 피OPS

오히려 반대 손 타자에게 체인지업과 같은 오프스피드 피치를 활용하는 전략도 있다. 투구폼의 특성상 안 그래도 공이 멀리서 오는 듯해 체감 속도가 느린데 실제 속도조차 느려 타자 입장에서 타이밍을 맞추기 까다로울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좌타자 상대 성적이 더 좋았던 린스컴의 주무기 역시 체인지업이다. 이는 사이드암 투수들이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싱커나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크로스파이어와 사이드암은 서로 비슷한 특징을 공유한다.

하체 활용의 관점

투수의 스트라이드는 크게 둔근 위주(glute dominant)와 대퇴사두 위주(quad dominant)로 나뉜다. 하체 중에서도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 중 어디를 더 많이 사용하는지에 대한 차이다. 전문가들은 주로 둔근 위주의 스트라이드를 지지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엉덩이 근육은 허리의 회전에 쓰이고 허벅지 근육은 다리를 접었다 피는 데에 쓰인다. 지금 당장 허리를 좌우로 회전해보고 다리도 접었다 펴보면 어느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투구 동작은 달리기나 수직 점프가 아닌 허리의 회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엉덩이 근육의 활용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크로스파이어는 스트라이드 과정에서 몸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하체의 후면인 엉덩이가 아니라 전면인 허벅지에 체중이 실리게 되어 비효율적인 투구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둔근 위주 투구폼과 대퇴사두 위주 투구폼의 비교

크로스 스트라이드를 교정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사례는 여럿 존재한다. 일례로 SSG의 오원석은 지난 시즌까진 전형적인 크로스파이어 투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 캠프에서 스트라이드의 방향을 수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 스프링캠프와 비교해 구속이 3~4km/h 정도 증가했고 시즌에 돌입한 현재도 그 구속을 유지하고 있다.

(좌) 2021 시즌 투구폼 (우) 2022 시즌 투구폼
오원석의 시즌별 평균 패스트볼 구속

신체 구조에 따른 차이

현재까지의 내용만 보면 크로스파이어는 역학적 비효율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의 궤적에 변화를 주는 하이 리스크 투구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타고난 신체 구조에 따라 크로스파이어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림과 같이 대퇴골은 사람마다 다양한 각도로 골반과 붙어있다. 가운데처럼 대퇴골과 골반의 각도가 15도에 형성되는 것이 표준으로 여겨진다. 투구 시 골반은 우완 투수 기준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런데 오른쪽과 같이 타고난 각도가 과도하게 넓으면 그림에서 보이듯이 대퇴골과 골반 간에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골반 회전 시 서로 충돌한다. 이렇게 되면 투구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고관절 통증과 같은 부상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바로 이런 경우에 크로스파이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크로스 스트라이드를 위해 몸을 비트는 과정에서 골반은 시계 방향으로 살짝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골반과 고관절의 정렬을 표준 범위에 맞춰 골반이 충분히 회전할 공간을 확보하여 대퇴골과 골반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반대로 왼쪽과 같이 타고난 각도가 지나치게 좁으면 골반의 회전이 아닌 몸을 비트는 과정에서 대퇴골과 골반의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크로스파이어를 더욱 피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신체 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투구폼에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일반인이 유명 선수의 투구폼을 따라 하기 힘든 이유는 절대적인 훈련량의 차이도 있지만 타고난 신체 구조의 차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대로 아무리 정석적인 투구폼이 있다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정석과는 거리가 먼 투구폼이 몸에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투구폼에 있어 개인화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타자와의 승부라는 공통된 목표를 두고 사람마다 모두 다른 동작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로 투구의 매력 아닌가 생각한다.


야구공작소 양재석 칼럼니스트

에디터 = 도상현, 홍기훈

기록 출처= fangraphs, statiz

사진 출처 = mlb.com,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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