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시간이 다시 흘러야할 때

자신이 사는 거주지를 연고로 삼은 스포츠팀이 있다면 종목 불문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팬이 된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평생 그 팀을 응원한다. 이렇게 연고 스포츠팀이 지역 사람들에게 주는 힘은 대단하다.

야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많은 관중을 몰고 다니는 스포츠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5년 KBO리그에 KT 위즈가 합류해 10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10개의 프로야구팀 중 수도권에만 5개 구단이 몰려 있다. 특히 서울에는 3개 구단이 있다. 그에 반해 강원도에는 지역 연고 야구팀이 없다. 강원도 사람들에게 ‘야구는 인기 스포츠’라는 말은 먼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들은 애정을 줄 지역 연고 팀이 없어 야구를 즐길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야구 불모지?

우선 강원도의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야구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원도 지역 학교 시, 군별 야구부 보유 수(색이 진할수록 많이 보유)

강원도라는 땅덩이에 비해 학교의 수가 많지 않다.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는 강릉시와 속초시에만 존재한다. 지역에 학교가 부족하고 이동 거리가 길기 때문에 연습 또한 힘들다. 그래도 강원도 팀에서 간간이 함덕주(원주고), 김진욱(강릉고) 등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가 배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강릉고 투수였던 최지민이 KIA 타이거즈에 지명(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번)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김진욱, 최지민 등을 배출한 강릉고는 최근 전국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으로 강원도에 작은 야구 열풍을 일으켰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교내에 좋은 훈련 시설(청솔 야구훈련장)을 갖추는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많은 유소년 선수들이 먼저 강릉고를 찾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표1. 최근 강릉고의 전국대회 성적

이렇듯 강원도의 인프라가 열악하긴 하지만 야구 불모지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과거에는 원년 팀인 삼미 슈퍼스타즈가 인천, 경기, 강원, 이북 5도까지 연고지를 삼았다. 거기에 삼미의 원년 개막전은 제1 홈구장인 인천 도원야구장이 아닌 제2 홈구장인 춘천 의암야구장에서 열렸다. 이후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가 제2 홈구장으로 의암야구장을 사용했다. 이렇게 프로야구 원년부터 역사를 같이했을 정도로 강원도 야구 역사는 깊다. 하지만 현재 강원도에서는 1군 프로야구 경기가 더 이상 열리고 있지 않다.

퓨처스리그와 함께

춘천은 2007년 제1회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3회 연속으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이후 춘천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다가 2016년부터 퓨처스리그 경기가 편성되었다. 2017년 경찰야구단이 춘천으로 연고지를 이동하려 했지만, 의무경찰의 폐지로 경찰야구단 역시 해체되어 무산되었다. 이후 춘천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는 꾸준히 열렸고 올해는 19경기가 배정되었다.

의암야구장의 외관

강원도에서의 1군 경기는?

퓨처스리그는 춘천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강원도 팬들은 1군 경기를 간절히 원할 것이다. 한때 강원도의 신인 1차 지명권을 가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시절에는 1군 경기를 하지 못했다. 이후 전면 드래프트를 거쳐 신인 1차 지명이 부활한 2014년에는 강원 영서 지역이 한화 이글스에 편입되고 강원 영동 지역은 삼성 라이온즈에 편입되었다. 한화의 경우 신인 드래프트에서 더 좋은 선수를 지명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강원도의 팬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프로야구 규정으로

  • 제4장 20조[구단의 준수 사항] 구단은 구단의 연고 지역에 있는 전용구장에서 KBO 리그 경기 중 홈경기의 80퍼센트 이상을 실시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가 남은 20%를 청주와 강원도에 충분히 분배할 수 있었고 그러길 많은 강원도 팬들이 기대했다. 하지만 의암 야구장에서 1군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더그아웃, 불펜, 관중석 등이 모두 보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한화 이글스는 춘천으로 연고 이전을 계획했던 경찰야구단과 함께 보수를 계획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경찰 야구단의 해체로 없던 일이 되었다.

단독으로 창단은 어려울까?

인구가 100만 이상인 광역시급 도시 정도는 되어야 프로야구 구단 창단에 무리가 없다. 강원도의 경우 원주가 35만 8천 명으로 강원도 내 가장 인구가 많다. 그리고 춘천과 강릉이 뒤를 이었다. 운영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을 창단하려면 창단 지역에 인구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인구가 많은 원주의 인구가 35만 8천 명인 것은 너무나도 적다. 심지어 춘천, 원주, 강릉을 모두 합쳐도 10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강원도 시, 군별 인구수-2021년 12월 기준

이어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참가로 한동안 부족한 선수 풀로 많은 구단이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 수급 문제도 있지만 홀수 구단 체제가 되기 때문에 추가로 다른 구단도 리그에 참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 구단의 창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강원도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에는 배정하지 않았지만, 한화, 삼성, 롯데의 경우 청주, 포항, 울산에 매년 홈경기를 배정하고 있다. 지방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경우 구장 관리비, 숙박비 등 지출이 더 들어가고 시설의 불편함을 느끼는 등 더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우 각 구단 지방 구장 원정을 한국보다 더 다양한 지역에 배정한다. 불편한 점이 많음에도 배정하는 것은 1~2경기라도 경기를 해서 그 지역에 야구에 대한 관심, 열기 등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함이다. 특히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우 엄청난 인기 팀이기 때문에 1경기씩이지만 전국 팬들을 위해서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경기를 치른다. 밑의 사진을 보면 2019년도에는 규슈지방과 히타치나카시를 방문했고 2021년도에는 주부지방을 방문했다. 2020년도는 코로나19로 방문하지 않았다. 2022년에는 도호쿠 지방을 방문할 예정이다. 

2019~2022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방문 지역

프로야구와 강원도의 동행

10개 구단 체제가 된 후 매일 전국 5개 구장에서 1군 경기가 열린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구장은 모두 강원도 외 지역이다. 야구가 그들만의 전유물임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강원도에서 야구를 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의암야구장을 보수하거나 하루 빨리 1군 경기가 가능한 야구장을 짓는 것이다. 많은 시설 보수가 필요하지만, 의암야구장은 10,000명 규모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구장 문제를 해결하고 요미우리처럼 기아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같은 인기 구단의 일정을 배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수도권 구단들의 경기를 배정한다면 야구에 대한 강원도 야구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랑을 팬들에게 받은 만큼 이제는 KBO가 야구로부터 소외된 지역에 신경을 쓰고 다가가는 것이 필요해진 시기이다. 오늘도 강원도에서 1군 경기가 열리는 날이 오기를 강원도 야구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야구공작소  순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유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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