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외국인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SG 랜더스 케빈 크론

SSG 랜더스와 제이미 로맥의 4년간의 동행은 성공적이었다. 팀은 꿈에 그리던 우승을 손에 넣었고, 로맥 또한 한 팀의 레전드로 남으며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SSG 랜더스는 한국 시간으로 2021년 12월 4일 자정 로맥의 뒤를 이을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거구의 내야수 케빈 크론이었다.

배경

전형적인 야구 집안에서 자란 케빈 크론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5할대의 타율, 팀 역대 최다 홈런(60개) 등의 기록을 작성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크론은 USA 투데이가 선정한 ‘올해의 고교 팀’에 선정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고, 2011년 MLB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집계한 신인 순위에서 133위에 올랐다.

해당 드래프트에서 크론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크론의 선택은 대학 진학이었다. 텍사스 기독교 대학에 진학한 크론은 1학년 때부터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2학년 때 조금 부진하긴 했지만, 크론은 이후 다시 좋은 활약을 펼쳤고 2014년 MLB 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라운드에 지명받게 된다.

데뷔 첫해부터 크론은 0.508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이듬해에 하이 싱글 A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더블 A에서 크론은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2017년 크론은 이전 해의 부진이 기우였음을 증명했고(0.283/0.357/0.497), 다음 해에는 트리플 A를 폭격하는 활약을 선보였다(0.309/0.368/0.554).

그리고 2019년 5월 24일, 크론은 메이저리그로 승격된다. 하지만 역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수준 차이가 컸다. 크론의 방망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침묵했고 결국 크론은 2020시즌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후 크론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시아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크론은 성공하지 못했다. NPB에서 크론은 0.701의 OPS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시즌 후 다시 한번 방출의 아픔을 맛보았다. 새로운 팀을 구해야 했던 크론은 미국으로 가지 않았다. 로맥과 이별한 KBO의 랜더스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크론은 총액 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케빈 크론 커리어 성적>
* 2경기를 뛴 2019 시즌 루키리그 성적은 제외

케빈 크론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파워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도 크론의 장타력에 주목했고 SBNATION 또한 이 부분에 좋은 점수를 매겼다. 크론의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은 0.530에 이르며 트리플 A로 범위를 좁히면 이는 0.651로 더욱 높아진다. 물론 크론이 뛰었던 PCL은 타고투저가 심한 리그였지만, 크론의 장타율은 리그 평균(0.477)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크론의 파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장타율은 빅 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이었으며 홈런 생산 능력도 상당했다(2019 시즌 HR/FB% 37.5%/리그 평균 15.3%). 스탯 캐스트 기록을 보면 크론이 단순히 힘만 좋은 게 아니라 타구를 가장 멀리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빅 리그 시절 크론은 강한 타구의 비중(Hard Hit%)도 높았지만 Sweet Spot%가 40.9%로 수준급이었다(리그 평균 32.9%). 크론의 장타력이 지금까지 KBO에서 뛰었던 그 어떤 타자보다도 뛰어난 수준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이다.

* Sweet Spot은 세이버매트릭스에서 타구가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발사 각도 구간을 의미하는 용어다. 타구의 발사 각도가 8~32도에 형성된 경우, 타구가 Sweet Spot에 형성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케빈 크론 Plate Discipline>

<사진 1 – 2019 시즌 케빈 크론 Plate Discipline / 사진 2 – 2019 시즌 케빈 크론 Swing/Take Profile 출처: BASEBALLSAVANT>

* 베이스볼 서번트는 스트라이크 존을 총 4개의 영역으로 구분한다.
존 중심부-Heart
존 변두리-Shadow
조금 먼 존-Chase
버려진 존-Waste
사진 2에서 Swing은 해당 영역의 공에 타자가 스윙한 비율을, Take는 지켜본 비율을 의미한다. 그리고 Run Value는 해당 영역에서 타자가 얻은 몇 점을 벌었는지 알려주는 지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파워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타격 생산성은 장타력만 가지고 만들어낼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크론은 선구안과 컨택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나 크론은 Shadow와 Chase 영역에 형성된 공에 배트를 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여기에 좋지 못한 컨택이 겹쳐지면서 높은 삼진율을 기록하게 됐다.

물론 마이너리그 무대에서는 나쁘지 않은 삼진/볼넷 비율을 기록했던 크론이기에 기대를 걸어 볼 만 하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들에게 변화구 승부가 잦은 KBO를 생각한다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전망

랜더스 입장에서 크론의 합류는 매우 긍정적이다. SSG 랜더스 필드는 크론의 장점인 장타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장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홈런 군단을 만들어낸 정경배 타격코치가 팀에 있다는 점도 크론에게는 반가운 점이다. 정경배 코치의 합류는 크론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앞서 말했든 컨택과 선구안이다. 크론이 국내 투수들의 집요한 변화구 승부를 견뎌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인 부분이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부터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짐에 따라 더욱 좋은 컨택 능력이 필요해진 상황. 크론이 이런 부분들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냐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로맥과 크론은 유사한 점이 많은 선수다. 똑같이 파워 히터이며, 우타자이고, 1루수이며 아시아 야구를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과연 한국 무대에서도 크론과 로맥은 비슷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이번 시즌, 크론의 방망이를 주목해 보자.

참고=SBNATION,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Baseball America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곽찬현, 홍기훈
일러스트=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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