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선수를 임대할 수 없을까?

‘[오피셜] 홍길동, 야구공작소로 임대 이적’. 축구를 즐겨보는 팬들이라면 앞선 문구를 이적 시장마다 정말 자주 봤을 것이다. 보통 축구에서 특정 포지션에 공백이 생겼거나 약점인 포지션을 저렴한 가격으로 보강하고 싶은 팀이 주로 임대를 한다. 반대로 임대를 보내는 팀은 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선수나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유망주들을 주로 보낸다. 그런데 프로야구에서는 ‘임대’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야구에서의 임대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야구에서 언급된 임대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최근 임대는 구대성의 사례가 있었다. 구대성이 2010년 호주로 건너가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뛰었을 때 단기임대 형식으로 퍼스 히트로 건너갔다. 임대는 맞지만 구체적인 계약이 오갔다기보다는 부산에서 열렸던 아시아 시리즈 2012에서 호주 리그 홍보를 위해 참가했다.

2011년 NC 다이노스 창단 당시에도 NC가 FA로 영입한 선수는 2군에서 한 시즌을 뛰어야 했다. 그래서 영입한 FA 선수를 1년간 다른 KBO 리그 팀으로 임대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물론 NC의 FA 영입은 없었기에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 KBO는 야구 규약상으로는 어긋나지만 구단 간 합의만 있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  제85조 [선수 대여 등 금지] 구단은 다른 구단에 선수를 대여하거나 소환권을 유보하는 등 조건부로 선수 계약을 양도할 수 없다.

이어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 모두 임대를 흉내 낸 트레이드가 있었다

2016년 시카고 컵스는 시즌 중 우승을 위해 아롤디스 채프먼을 받고 글레이버 토레스, 빌리 맥키니, 라샤드 크로포드, 아담 워렌을 보내는 4: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놀라웠던 점은 채프먼은 계약 기간이 반년 남았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과감한 선택을 한 컵스는 채프먼의 활약으로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풀었다. 이후 자유계약 선수가 된 채프먼은 다시 뉴욕 양키스로 돌아갔다. 

2017년 대권을 노린 기아는 넥센(현 키움)에 트레이드를 문의했다. 당시 기아는 뒷문이 불안했고 키움은 가을야구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결국 기아는 김세현, 유재신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팀의 미래인 이승호, 손동욱을 키움에 내줬다. 이후 기아 역시 2009년 이후 다시 우승을 맛봤다. 김세현은 채프먼과 다르게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아니었기에 기아에 잔류했다. 이후 김세현은 2019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현 SSG)로 이적했다. 하지만 애초에 김세현의 영입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진행한 트레이드가 아니었다.  

투구 중인 김세현 제공: 기아 타이거즈

보통 임대 계약은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원소속팀으로 돌아가거나 옵션을 통해 완전 영입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위 두 사례가 완전한 임대 형태라고 보기 힘들었다.

야구에서 트레이드는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다. 니즈를 알기 때문에 보강이 필요한 팀은 하위권 팀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하다. 그래서 보강을 필요로 한 팀이 카드를 맞추다 부담을 느끼고 발을 빼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약이 완전 영입인 점도 걸림돌이다. 메이저리그보다 시장이 작은 KBO 리그 특성상 위와 같은 트레이드는 자주 일어나기 힘들고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만약 실패할 경우 후폭풍 역시 크다.

임대의 순기능

그런 점에서 선수 이동이 적어 보강이 힘든 KBO 리그에 임대 계약을 도입한다면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 임대는 리스크가 적다

각 팀에서 대상으로 고려할 선수들을 생각해 보자. 아직 경쟁력이 있기에 완전 이적으로 보내기는 싫거나 경쟁자가 너무 많아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트레이드는 완전 이적이기 때문에 꺼려지지만 임대의 경우 시즌 종료 후 복귀하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임대를 한 팀 역시 기대치를 밑도는 활약을 했을 때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 베테랑 활용법이 될 수 있다

위의 경우 페넌트 레이스 때 각 팀의 부족한 포지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가을야구 진출팀의 경우 경험이 많고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된 선수가 필요하다. 하위권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 이렇게 베테랑 선수를 임대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전력 보강이 가능하다. 금전적 부담이 있는 팀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위권 팀은 베테랑 선수를 이적시키는 것이 아닌 임대를 보낸 후 팀의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베테랑들 역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잘 풀린다면 베테랑 선수는 이적한 팀에서 우승을 맛볼 수도 있다.

임대의 역기능

위와 같은 순기능을 제시했지만 역기능 또한 존재한다. 지금까지 임대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 야구라는 스포츠 특성상 내부 정보가 중요하다
  •  야구는 민감한 스포츠이며 각 팀의 코칭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코칭 방식의 차이로 선수에게 혼란이 올 수 있다

예로 야구는 팀마다 사인이 존재한다. 팀의 한 선수라도 이적을 한다면 해당 선수 파트의 사인 전부 수정해야 한다. 또 팀의 특정 선수의 기밀이나 약점 등이 노출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역기능의 경우 베테랑 선수는 덜 하겠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구단들은 조심스럽다.

  • 임대 선수의 혹사 위험이 있다.

야수의 경우 무리한 선발 출전을 강행시킬 수 있다. 또 투수의 경우 많은 투구 수와 잦은 등판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임대된 야수, 투수 가릴 것 없이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다양한 옵션을 넣는다면?

임대의 역기능 중 아마 3번이 가장 민감한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에 대한 활용 방안을 옵션으로 지정한다면 어떨까? 그 외의 부분도 사전에 옵션을 넣는다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다.

  •  ** 경기, ** 이닝 이상 출전 불가
  • ** 경기, ** 이닝 이상 출전 시 추가 비용 발생
  1. ex) 30이닝 이상 투구 시, 연투 횟수 *회 이상 / 삼연투 시
  • 연봉 보조
  • 원소속팀과의 경기에서는 제외

연봉 보조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흔하게 적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안한 ‘원소속팀과의 경기에서는 제외’의 경우 K리그, EPL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원소속팀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물론 야구는 축구와 경기 수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위 옵션은 한국 정서상 충분히 고려 가능하다.

KBO 리그식 임대제도에 대한 기대

메이저리그의 경우 사실 임대 시스템이 크게 의미 없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산하에 많은 마이너리그 팀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아시아와 남미 역시 하나의 팜으로 간주 가능하다. 굳이 선수를 임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임대가 메이저리그에는 필요 없을지라도 KBO의 경우 다르다. KBO 리그의 경우 선수 풀이 작다. 또 시장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활기를 띠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결국 무조건적인 메이저리그를 모방이 아닌 KBO 리그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임대의 순기능과 다양한 옵션을 통한 역기능 보완이 보수적인 KBO 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야구공작소 순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희원,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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