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팀이 자선활동을 하는 이유: CSR이란 무엇일까?

 

시즌이 끝나도 야구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야구팬들이 많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였고 비시즌에도 야구 경기가 그리웠다. 이 때 반가운 것이 양준혁 야구재단의 자선 야구대회. 야구를 볼 수 있다니 팬으로서 신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선수들은 왜 쉬지도 않고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걸까?

 

프로야구에서 보내는 따뜻한 손길

KBO리그 각 구단에서는 야구장 안팎으로 선행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일례로, 정규시즌 중 팀 기록과 선수 성적에 따라 적립금을 쌓아 협약 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이 있다. 2021 시즌에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kt 위즈가 각각 홈 구장에 홈런존을 마련했다. 홈런 개수에 비례하여 복지단체와 유소년 야구단에 적립금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SSG 랜더스는 2아웃 위기 상황에서 투수가 탈삼진시 기부금을 적립하는 ‘삼진기부 캠페인’을 통해 미혼모 가정을 지원했다.

아마추어 야구 후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를 비롯한 복수의 구단은 매년 초중고등학교 야구부를 대상으로 야구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최근에는 코로나19로 취소됨). 특히 ‘롯데기 야구대회’는1989년부터 개최되어 2019년에 31회째를 맞이한 유서 깊은 대회이다. 한편 지역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야구 강습회를 마련하거나 야구용품 및 장학금을 전달하는 활동도 꾸준하다. 이렇게 아마 야구에 건넨 손길은 훗날 프로야구 유망주 발굴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신헌민은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의 주인공으로, 2022 드래프트에서 SSG 랜더스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받았다. 미래를 보고 후원한 선수가 시간이 흘러 구단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재능 기부, 물품 기부, 후원금 전달, 사회봉사 등 프로야구 구단의 선행은 지역사회 구성원의 꿈을 이루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야구와 공생하고 있다.

 

적자라면서 왜?

이러한 야구단의 선행은 기업의 수익 구조를 고려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야구는 사실상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자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10개 팀 중 한 팀도 빼놓지 않고 기부 및 봉사에 열과 성을 다한다. 얼핏 보면 이윤을 추구한다는 기업에 매우 비합리적인 모습이다.  

물론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준다는 사회환원의 의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수 개인이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마케팅 수단의 가능성이 높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선행을 ‘사회적 책임 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 활동)’이라 부른다. CSR 활동은 공익을 위해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활동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더이상 제품의 성능과 효율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착한 가게 돈쭐내기’와 ‘불매운동’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되었듯이, 기업으로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단순한 이익 추구 그 이상의 것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확고한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에게 경쟁사와 차별화된 인상을 남긴다. 또한 프로스포츠 구단은 일반적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러 커뮤니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CSR 활동이 스포츠 산업에서 더욱 중요한 이유다.

구단의 CSR 활동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족감과 함께 긍정적인 고객 경험이 형성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스포츠 조직의 CSR 활동이 소비자에게 간접 경험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팬들은 구단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구단의 활동이지만 자신이 사회공헌 과정에 참여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결국 구단에 대한 호의적 태도로 이어져 구단과 관련된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프로야구는 대한민국의 ‘국민 스포츠’로 불리고 있어서 사회적 책임이 비교적 강력하게 요구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브랜딩이 크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팀을 떠올릴 때 연고지나 팀명이 우선인 MLB와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야구 구단이 사실상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구단 이미지가 모기업의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구단과 모기업의 소비자 충성도를 동시에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와 CSR 활동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각 구단이 사회 공헌을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는 아마도 현재의 소비자에게 그리고 잠재적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동기를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단의 CSR 활동은 사실 합리적인 선택에 기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사회적 위기상황은 도움의 손길을 더욱 필요로 한다. 사회적으로 기업의 도움이 절실한 문제들이 생겨나는 지금같은 때에 기업은 CSR 활동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CSR 활동이 일반 CSR 활동에 비해 기업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팬데믹 상황에서의 CSR 활동은 보다 효과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관계 마케팅으로 두 주체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거리두기 정책으로 많은 활동이 제한된 지금, 어떻게 CSR 활동을 전개해나갈 수 있을까? 옆 동네 프로농구를 살펴보자. 현대 모비스는 기존에 무료관람을 지원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기부와 선물 후원으로 대체했다. 여자농구팀 KB 스타즈는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아동을 도왔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와 관련된 CSR 활동이 미진한 편이다. 농구와 같이 야구에서도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서 보다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구단에도 사회에도 이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CSR 활동이 이뤄진다면 야구가 국민스포츠로서 위상을 가진 만큼 더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구단과 사회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참고 = 김기백, 한진욱, 김태형 (2018). 포털 뉴스기사의 프로야구단 CSR 활동 담론 분석 – 페어클러프(Fairclough)의 비판적 담론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체육학회지, 57(3), 205-220.

이준영, 이희지, 이준성(2021). 프로스포츠 구단 CSR활동의 사회 위기상황 관련성이 소비자의 감사, 구단이미지,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COVID-19을 중심으로.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 26(4), 67-86.

Kwak, D. H., & Kwon, Y. (2016). Can an organization’s philanthropic donations encourage consumers to give? The roles of gratitude and boundary conditions. Journal of Consumer Behaviour, 15(4), 348-358.

 

야구공작소 임수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동윤,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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