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섬의 성공적인 심기일전

2014 시즌을 마치고 상무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시작한 한동민, 지금의 한유섬은 2015~2016 두 시즌 연속으로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며 많은 기대를 불러모았다. 전역 직후 2017시즌에는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9홈런이나 기록했고 2018시즌에는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41홈런을 기록했다. 이랬던 그에게 ‘거포’라는 타이틀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지만 이듬해에 큰 악재가 다가왔다.

‘공인구빨’ 이라는 오명

2019 시즌을 앞두고 KBO는 지난 몇 년간 지속해왔던 타고투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로 인하여 많은 타자들의 성적이 떨어졌지만 한유섬은 특히 장타 부분에서의 변화가 상당했다.

2019시즌 리그 평균 타격지표(전년 대비 변화)
한유섬의 2019시즌 주요 타격지표(전년 대비 변화)

이 때문에 그동안 한유섬이 보여준 장타력은 ‘탱탱볼’ 덕분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론 또한 존재했다. 한유섬은 2019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약점이던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 밀어치기 위한 노력을 보인 이 타격폼은 시즌 초까지만 해도 성공적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타격폼의 여파로 결국 시즌 도중 고관절 부상을 입었다. 고관절은 타격에 있어 강력한 허리 회전을 이끄는 핵심 부위이기에 그가 홈런을 치기란 여간 어려웠을 것이다.

장타는 나의 아이덴티티

이듬해 한유섬은 부상을 두 차례나 입으면서 시즌의 절반도 못 뛰어 다시 한번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의 부진을 씻어내기 위해 절치부심한 덕분인지 홈런은 지난해보다 많은 15개, 장타율은 5할 이상을 기록하며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하여 맞이한 2021시즌, 그는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잠깐의 부진이 있었지만 이내 반등하여 훌륭한 성적으로 시즌을 끝마쳤다. 특히 좌타자로 범위를 좁혔을 때 각종 지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듦으로써 본인이 리그 최고의 좌타 거포 중 하나임을 증명했다.

한유섬의 2021시즌 주요 타격지표(좌타자 기준 순위)

여기서 짚어볼 점은 한유섬은 본래 앞다리를 들어 올리는 레그킥의 타격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을 겪을 당시 한유섬은 레그킥이 아닌 발가락으로 바닥을 찍고 치는 토탭의 타격폼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토탭은 레그킥에 비해 컨택에 유리하지만 타구에 힘을 싣기 불리한 타격폼이다. 이에 김원형 감독은 소극적인 자세보단 더 적극적으로 타격에 임할 것을 주문했고 그 이후 한유섬은 다시 레그킥의 타격폼으로 돌아왔다.

토탭 타격폼(4월 28일 경기)
레그킥 타격폼(10월 28일)

또한 올시즌 역시 약점인 바깥쪽 코스엔 약했지만 반대로 본인의 최고 강점인 몸쪽 코스 상대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몸쪽 낮은 공을 쪼개버리는 듯한 한유섬 특유의 호쾌한 스윙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유섬의 2021시즌 코스별 OPS(투수 시점)

앞서 2019시즌의 밀어치는 타격폼과 시즌 초반의 토탭 타격폼 모두 장타에 불리한 타격폼이다. 그러나 각종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한유섬에게 가장 맞는 옷은 역시 장타였음이 입증됐다. 약점을 보완하려던 과거의 노력과 비교해봤을 때 오히려 강점을 극대화하는 쪽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음을 알 수 있다.

낭만,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

2021시즌을 맞이하며 그는 이름을 한동민에서 한유섬으로 개명하고 등번호도 바꿨으며 심지어 팀마저도 인수되어 이름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마치 그동안의 ‘한동민’은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팀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SK 시절의 한동민과 변함이 없어 특히 팬들의 환영이 엄청나다.

한유섬은 한 시즌만 더 뛰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5년간 총액 60억 원의 연장계약에 도장을 찍으며 일찌감치 팀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유섬은 SK-SSG의 원클럽맨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올 시즌 활약에 따라 더 큰 규모의 계약도 노려볼 수 있었지만 그는 프로 시절 내내 몸담은 팀과 영원히 함께하길 택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구단과의 추억이 참 많은 선수다. 현재 등번호는 바뀌었지만 박재홍의 은퇴식에서 직접 등번호를 물려받은 것부터 시작해서 2018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과 한국시리즈 MVP, 2019시즌 미스터 올스타, 그리고 2022시즌 주장선임 등.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이 아름다운 동행이 해피 엔딩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야구공작소 양재석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재성, 홍기훈

기록 출처= statiz

영상 출처=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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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최고의 칼럼니스트! 정말 깔끔한 글이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힙니다. 한유섬이 원클럽맨으로 남게되서 정말 기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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