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담장 밖에서 뵙겠습니다

황대인과 최형우 제공: 기아 타이거즈 

이번 시즌 기아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시간이 길었고, 결국 작년에 이어 가을야구 합류에 실패했다. 기아의 추락을 이야기할 때, 타격 문제가 빠질 수 없다. 특히 장타력의 부재가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장타가 부족했기에 쉽게 이길 경기도 달아나지 못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접전의 경기가 늘어나 불펜의 소모도 많아졌다.

기아의 타격 성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괄호는 팀 순위)

표1: 기아 타격 성적

대부분 공격 지표가 하위권에 머물렀고, 그중에서도 장타 부분의 전 지표가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한화 역시 타격에서 힘든 1년을 보냈지만, 장타(310개)와 홈런(80개)은 기아보다 확실히 많았으며, 이번 시즌 꽃을 피운 노시환 등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타석을 부여한 것을 고려하면 기아는 한화보다 더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표2. 기아 장타 관련 지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황대인, 최형우 두 명에 불과했고,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황대인(13개), 최형우(12개), 터커(9개)가 팀 전체(66개)의 절반이 넘는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홈런 수가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팀내 비중이 높다는 말은 이 셋을 제외하면 홈런을 배제하고 투구를 진행해도 무방할 정도라는 뜻이다.

기아의 공격 전략은?

그렇다면 기아는 부족한 장타력을 메꾸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았을까? 팀에는 김선빈, 김태진, 류지혁, 박찬호, 최원준 등 장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 대부분 포진해 있었다. 그렇기에 장타보다는 출루를 제1덕목으로 삼았고, 이는 볼넷과 삼진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다. 쳐서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눈야구를 통해 공격을 어느 정도 보완한 결과 다른 공격 지표에 비해 볼넷과 삼진 관련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표3. 기아의 BB%, K%, BB/K

공을 맞추긴 했지만..

삼진 비율이 리그에서 2위이고, 볼넷 비율은 5위였지만 타율과 출루율은 리그에서 9위를 기록했다. 우선 기아의 팀 BABIP를 살펴보면 0.292(9)로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컨택이 되긴했지만 출루를 만들어낼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기아의 당겨친 타구 비율과 타율이 가장 낮은 것을 주목해보자. 이번 시즌 홈런이 가장 많았던 SSG와 비교해보면 BABIP는 0.295(8)로 비슷했고, 밀어친 타구의 타율이 기아보다도 낮은 10위를 기록했지만 당겨친 타구의 비율과 타율은 기아와 반대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물론, 구장의 크기, 힘있는 타자들의 보유수 등 같은 조건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비슷한 BABIP를 기록하고 두 팀이 이번 시즌 생산해낸 홈런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당겨친 타구에서 나왔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표4. 기아와 SSG의 BABIP 당겨친 타구 비율, 타율 / 밀어친 타구 비율, 타율

스피드가 아쉬워

장타를 통한 주자들의 진루가 힘들다면, 적극적인 주루가 요구된다. 부상 우려와 주루를 통한 기회 무산 등 여러 이유로 장타에 비해 발야구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소총부대 기아로서는 도루가 더욱더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도루 성공률은 70% 정도로 리그 5위고, 시도마저 많지 않았다. 또, RAA(평균 대비 득점 기여)도루, 주루를 통해 살펴본 바로는 오히려 점수를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표5: 도루, 주루 관련 지표

추가로 내야안타 수치마저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표6. 기아의 내야안타, 내야안타%

그렇다면 내년 시즌 기아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터커와의 예정된 작별, 새로운 거포

타격중인 터커 제공:기아 타이거즈

기아의 외국인 선수 프레스턴 터커. 첫 시즌에는 부족한 장타력이 옥의 티였지만, 두 번째 시즌에는 이마저 보완해 기아에 큰 힘을 보태줬다. 이번 시즌 1루수로 포지션 변화까지 가져간 터커의 방망이에 더 큰 기대가 주어졌다. 하지만 장타력이 급감하며 기존의 장점이던 정확도마저 떨어졌다. wRC+를 보면 이 선수가 같은 선수인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볼삼비를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꾸준히 유지해주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표7. 터커의 타격 성적

아래 표에서 보듯이, 이번 시즌 터커의 BABIP는 그의 KBO 통산 기록(0.295)에 크게 못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뜬공을 많이 쳐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FO/GO(뜬공 아웃/땅볼 아웃)가 작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통해 꾸준히 공을 띄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하게 땅볼이 많아진 모습은 없었지만, 내야에 갇히는 좋지 않은 뜬공 타구가 많아졌고, 홈런 역시 많이 감소했다. 거기에 타구의 분포는 변한 점이 없었지만 과감한 수비 시프트가 터커에게 들어가 타구가 잡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BABIP의 하락이 단순 운이 없었다는 설명으로 마치기에는 내야 뜬공의 비율이 늘었다는 점이 터커와의 재계약을 생각할 때 불안한 점이 분명 있었다. 결국 터커를 보류명단에서 제외한 현재, 기아는 장타력이 있는 외국인 야수의 영입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되었다.

표8. 터커의 타구 관련 지표

더딘 육성과 트레이드 실패, 나성범 영입

장타력 보강을 위해 장영석, 이우성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장영석은 방출이 되었다. 이정훈, 오선우 등 팀내 여러 거포 자원들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모습이었다. 황대인이 시즌 동안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기엔 홈런을 제외한 다른 타격 지표들은 아직 팀이 원하던 만큼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즌 종료 후, 장타력을 갖춘 야수들이 FA시장에 많이 등장했다. 유망주들의 성장에 걸리는 시간, 최형우의 노쇠화, 당장의 장타 부재 등 기아가 거포 FA 영입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기아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양현종의 복귀가 예상되는 기아가 어느 정도의 자금을 야수 보강에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6년 150억이라는 거금을 나성범에게 투자하며 타선을 재정비했다.

마치며

이번 시즌 기아는 장타력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고, 발도 느려 소총 부대로서의 한계에 직면했다. 장타가 절실했지만 터지지 않았고, 발마저 느려 점수가 날래야 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좋지 않은 성적도 그렇지만 팀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윌리엄스 감독과의 동행은 결국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과연 내년 시즌 기아가 장타력 부재를 또다시 겪을지 아니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야구공작소 순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해인, 홍기훈

기록 출처= 스탯티즈(statiz)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