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MLB 드래프트 프리뷰

(사진 = Flickr_bryan Green)

메이저리그가 코로나라는 큰 산을 마주한 상황에서 다행히 2020년 신인 드래프트는 제 시기에 치러졌다. 하지만 규모의 축소는 불가피했다. 예년과 달리 작년 드래프트는 5라운드로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제2의 디그롬(9라운드), 제2의 푸홀스(13라운드)를 볼 수 없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는 5라운드에서 20라운드로 확대되지만 여전히 축소된 시스템 안에서 진행될 예정이다(기존 40라운드). 이는 코로나의 영향보다는 160개 팀으로 운영되던 마이너리그를 120개로 줄인 사무국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이너리그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하게 제기되던 와중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사이의 PBA(Professional Baseball Agreement)가 작년을 끝으로 만료되었다. 이에 사무국은 보다 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마이너리그 통폐합을 계획했고 올해 2월, 재편된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따라 사무국은 지난해 선수노조와 합의했던 최소 기준인 20라운드로 드래프트가 진행될 것을 올해 3월에 발표했다. 또한, 고교, 대학 선수들이 좀 더 뛰어놀 수 있는 무대(ex. 드래프트 콤바인, 드래프트 리그)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드래프트를 7월로 미뤘고 올해 드래프트는 현지 시간으로 7월 11일에 시작된다.

*마이너리그 통폐합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지난 2월 9일에 올라온 칼럼을 참고하길 바란다

앞으로 진행될 드래프트도 올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1년 신인 드래프트가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이렇게 새로운 드래프트 시스템의 첫 스타트를 끊게 될 2021년 드래프트를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개요

기존과 같이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올해 드래프트의 지명순서(1라운드 기준)와 팀별로 배정된 보너스풀은 다음과 같다.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인해 올해도 1, 2라운드 지명권이 없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전체 22순위(CWS)에 배정된 슬롯머니보다도 적은 보너스풀(10라운드까지 슬롯머니의 총합)을 가진 팀. 단축시즌에서 19승 41패를 기록하며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가장 많은 보너스풀을 배정받은 가운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텍사스 레인저스, 신시내티 레즈가 그 뒤를 잇는다.

특히 4번째로 많은 보너스풀을 가진 신시내티는 드래프트 당일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팀이다. 전체 17순위 지명권 외에도 바로 근방에 30순위, 35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신시내티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창의적인 지명이 가능하다. 실제로 신시내티는 투타겸업 유망주인 버바 챈들러를 포함해서 고교 투수, 고교 야수, 대학 투수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과 폭넓게 링크되고 있으며 언더슬롯이 유력한 대학 4학년 좌완투수, 맷 미컬스키의 유력한 행선지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언더슬롯 전략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보너스풀은 첫 10라운드에 할당된 슬롯머니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이때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보너스풀의 경우에는 할당량을 넘으면 페널티가 부여되지만 슬롯머니는 각 라운드의 할당량에 구애받지 않고 유동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너스풀과 슬롯머니의 관계를 이용한 것이 언더슬롯 전략이다.

*규정이 개정되고 나서는 보너스풀의 5% 이상을 초과하는 팀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5% 이내에서 보너스풀을 초과하는 케이스는 꽤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배정된 보너스풀보다 60만 달러 정도를 초과해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대체로 언더슬롯 전략은 상위 라운드에서 배정된 슬롯머니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할 수 있는 유망주(주로 대학 선수)를 지명하고 순번이 밀린 유망주(많은 계약금을 요구하면서 제때 지명을 받지 못한 케이스)를 하위 라운드에 호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언더슬롯의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카를로스 코레아로, 당시 휴스턴은 코레아를 지명함으로써 240만 달러를 아꼈다. 이렇게 아낀 돈을 고교 투수(랜스 매컬러스 주니어)를 지명하는 데 활용했다.

신시내티 외에도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볼티모어와 같이 높은 순번의 지명권과 넉넉한 보너스풀을 보유한 팀들이 올해 보다 적극적으로 언더슬롯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이는 올해 드래프트의 특징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스카우트 시스템에 많은 제약이 걸리면서 현재 메이저리그 각 팀들은 작년만큼이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올해는 상위 라운드 기준으로 선수들 간의 갭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압도적인 1픽으로 꼽히는 유망주가 없고 고등학교 선수들, 특히 고교 포지션 플레이어들의 풀이 상당히 좋다. 그렇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전략, 다시 말해 상위 라운드에서 최대한 적은 계약금을 요구하는 선수를 지명하면서 여윳돈을 마련하고 이를 사이너빌리티(계약 가능성) 문제 때문에 순번이 밀린 유망한 고교 선수를 뽑는 계획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전체 1순위의 영광은 누구에게?

(사진 = 밴더빌트 대학 공식 트위터)

2021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해 보였던 건 밴더빌트 대학의 우완투수, 쿠마 로커(21)였다. 그도 그럴 것이 로커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들었고 대학 토너먼트에서 19개의 삼진을 동반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면서 임팩트와 퍼포먼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로커는 중간중간 90마일 중반대의 구속보다 낮게 형성된 패스트볼(89~93마일)을 뿌리며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전부터 따라다녔던 커맨드 문제 역시 계속 약점으로 지적되면서 점차 평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부동의 1순위처럼 보였던 로커가 하락세를 탄 가운데 현시점에서 전체 1순위로 거론되는 유망주는 이스트레이크 고교의 마르셀로 메이어, 댈러스 지역 고교 출신의 조던 롤러, 루이빌 대학의 헨리 데이비스, 이렇게 총 3명이다.

188cm의 길쭉한 프레임과 함께 ‘5툴(tool) 플레이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롤러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았던 바비 위트 주니어(KC)와 비교되며 시즌 시작 전부터 높은 랭킹을 차지했던 고교 유격수다. 롤러와 비슷한 시기에 두각을 드러낸 메이어 역시 고교 유격수로 대부분의 툴이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다. 특히 메이어는 타고난 뱃 컨트롤과 부드러운 스윙에서 나오는 빼어난 컨택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두 명의 고교 유격수 중에서 1순위로 거론됐던 건 툴 쪽에서 많은 점수를 받은 롤러였다. 하지만 명문 밴더빌트 대학 진학이 예정된 롤러가 많은 계약금을 원한다는 루머가 퍼지고,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메이어에 대한 평가가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뒤바꿨다. 최근에 진행된 각 매체의 Mock 드래프트(모의 드래프트)를 종합해보면 롤러보다는 메이어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픽으로 훨씬 더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고교 시절, 평범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던 헨리 데이비스는 루이빌 대학에 들어간 이후 180도 달라졌다. 그리고 작년에 짧게나마 보여준 퍼포먼스가 요행이 아니었음을 올해 증명해냈다(.370 .482 .663 홈런 15개). 타석에서는 거의 약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데 반해 블로킹, 프레이밍과 같은 수비 스킬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 이 때문에 향후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할 거라는 스카우트의 의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헨리 데이비스가 전체 1순위로 거론되는 데 있어 완성도 높은 유망주라는 점과 포수라는 포지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당초 841만 5300달러에 배정된 슬롯머니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할 수 있다는 점도 피츠버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밖에 주목해서 봐야 하는 유망주

‘고교 선수를 잡아라!’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고교 유격수 칼릴 왓슨은 최근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좌타석에서 보여준 부드러우면서 파워풀한 스윙이 왓슨의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고 운동능력, 툴, 어프로치 무엇 하나 빠짐없이 다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면서 전체 1순위의 가능성도 아주 조금씩 언급된 상태다. 물론 남들보다 늦게 시즌이 시작된 부분 때문에 현재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며 175cm와 81kg의 작은 신체 사이즈는 여전히 왓슨의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왓슨과 달리 브래디 하우스는 건장한 피지컬(192cm, 95kg)에서 나오는 어마 무시한 파워가 강점인 선수로 이번 드래프트에 나온 유망주 중에서 가장 빼어난 타구속도를 자랑하는 고교 파워히터다. 지난해 여름과 가을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신경 쓰이긴 하나 올해 퍼포먼스가 상당히 괜찮았고, 무엇보다도 성장 가능성이 너무나 큰 유망주이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전체 10순위 안으로는 무조건 지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신체 사이즈를 고려하면 유격수보다는 3루수가 더 잘 어울릴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매체가 예상한 대로 왓슨과 하우스까지 10순위 내의 지명을 받는다면 1973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10순위 안에 4명의 고교 유격수가 선발되는 일이 벌어진다.

내야수와 비교해 전체적인 선수층은 아쉽지만 고교 외야수와 투수 쪽에서도 몇몇 인상적인 유망주가 자리하고 있다. 꾸준히 10~20순위 사이에서 거론되는 베니 몽고메리를 필두로 미식축구와 야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윌 테일러, 파워툴에 큰 강점이 있는 조슈아 바에즈 등 운동능력 좋은 외야수들이 1라운드에서 자주 언급된다.

투수 쪽에서는 잭슨 조브(우완)가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앤드류 페인터(우완), 앤서니 솔로메토(좌완), 체이스 페티(우완), 프랭크 모지카토(좌완) 등이 1라운드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분당 3000회 이상의 회전수를 자랑하는 슬라이더와 함께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모두 좋은 평가를 들은 잭슨 조브는 최근 여러 매체의 Mock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가진 디트로이트의 픽으로 지목되고 있다.

추가적으로 뛰어난 운동능력과 다재다능함을 갖춘 해리 포드, 꾸준함과 준수한 툴을 겸비한 조 맥으로 이어지는 고교 포수 라인업도 드래프트 첫날 주목해서 봐야 할 포지션이다.

 

‘작년에 비해 아쉽지만 그래도….’

게릿 콜, 트레버 바우어 등을 배출한 2011년 이후 ‘역대급이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2020년 드래프트는 대학 선수들이 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올해는 지금까지 쭉 살펴봤듯이 대학 선수들보다는 고교 선수들이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주목해서 봐야 할 대학 유망주들이 존재하며 특히 투수 쪽은 상위 지명이 예상된 선수들이 꽤 있다.

(사진 = 밴더빌트 대학 공식 트위터)

메이저리그에서 19년을 뛴 알 라이터의 아들인 잭 라이터는 같은 밴더빌트 대학 출신인 로커처럼 고교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로커 쪽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았지만 라이터가 올해 기존의 장점을 유지한 채로 패스트볼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이번 드래프트 최고 투수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허용하기 시작한 많은 피홈런과 함께 체력적인 문제도 드러내면서 현재 평가는 시즌 초반에 비해 살짝 내려온 상태다. 더불어 라이터는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있는 대학교 2학년으로 지명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내년과 내후년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는 특이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높은 몸값이 예상된다(최근에 라이터는 전체 4순위 지명권을 가진 보스턴 레드삭스에 가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라이터 외에 주목할 만한 대학 투수 유망주로는 꾸준히 10~15순위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타이 매든(우완), 지난해 전체 9순위 지명을 받은 리드 데트머스(LAA)와 유사한 프로필을 가진 조던 윅스(좌완)가 있으며 최대 101마일까지 나오는 싱킹성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조합이 인상적인 샘 바크먼 또한 주목해서 볼만하다. 이외에도 토미존 수술을 받기 전까지 전체 10순위 내의 지명이 유력해 보였던 군나르 호글런드의 행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현재 대학 포지션 플레이어들의 선수층이 가장 안 좋다고 평가받지만 헨리 데이비스의 바로 다음 티어로 분류된 맷 매클레인(내야), 살 프레릭(외야), 콜튼 카우저(외야)는 15픽 안팎으로 충분히 지명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특히 살 프레릭과 콜튼 카우저는 빈번하게 언더슬롯 유력 후보로 지목되고 있으며 휴스턴 시절부터 언더슬롯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마이크 엘리아스가 단장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연결되고 있기도 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카를로스 코레아를 지명했을 때 휴스턴의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가 바로 마이크 엘리아스였다. 또한 엘리아스 단장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헤스턴 커스태드를 지명하며 또 한 번 슬롯머니를 아꼈고 이를 활용해 4, 5라운드에서 고교 3루수와 투수를 지명했다.  

올해 메이저리그가 새롭게 기획한 이벤트이자 헨리 데이비스, 베니 몽고메리 등의 유망한 선수들이 여럿 참가한 드래프트 콤바인은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대학 월드시리즈도 미시시피 주립대의 첫 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곧 있으면 베이스볼 아메리카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는 ‘파이널 Mock 드래프트’라는 제목으로 최종 전망을 발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올해 드래프트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대략적인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략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전망들은 결국 추측에 불과하며 오는 7월 11일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지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남은 이틀동안 어떤 재미난 이야기가 들려올지, 그리고 2021년 드래프트 당일에 어떤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지 쭉 관심을 두고 지켜보자.

 

참고: The Athletics,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ESPN, MLB.com

야구공작소 이한규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준업,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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