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야구공작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라이언 카펜터

라이언 카펜터(Ryan Carpenter)

선발투수, 좌투좌타, 196cm, 104kg, 1990년 8월 22일(만 30세)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 15경기(14선발) 2승 8패, 63이닝 17BB 40K, ERA 8.57 

2020시즌 성적(CPBL 라쿠텐 몽키스) – 26경기(25선발) 10승 7패, 157.1이닝 33BB, 150K, ERA 4.00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총 50만 달러

 

예상치 못한 ‘그 질병’으로 인해 모두가 힘들었던 지난 2020년, 한화는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을 악몽 같은 시즌을 보냈다. 최하위라는 성적표와 함께 함께 강제된 쇄신, 최악의 방법으로 이별한 레전드 김태균, 보이지 않는 미래까지 참으로 암담했다. 

돌아올 부상 전력도, 군 복귀 선수도, 외부 FA도 없이 맞이하는 2021시즌 한화는 그 어느 때보다 외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선발진의 기둥이 되어줘야 하는 새로운 외국인 카펜터는 이러한 부담과 같은 기대에 부응할 만한 선수일까.

 

배경

카펜터의 프로 생활은 2011년 드래프트 7라운드에서 탬파베이의 지명을 받고 시작됐다. 2011시즌부터 하위 싱글A -> 싱글A -> 상위 싱글A로 매년 발전을 거듭했지만 결국 돋보이지 않는 구속(88~92마일, 141.6km/h~148km/h)과 구위의 한계로 2014년 시즌을 앞두고 방출의 쓴맛을 보게 된다. 

다행히 같은 해 5월, 콜로라도 로키스의 부름을 받고 프로 생활을 이어갔다. 콜로라도에서 카펜터는 어깨부상이 있던 2016시즌을 제외하면, 마이너리그에서 2015년에 28회, 2017년에 25회를 선발 등판했다. 이 두 시즌동안 카펜터는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과 150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하며 안정성과 내구성을 입증해나갔다. 

문제는 콜로라도의 유망주 정책과 팀 상황이었다. 당시 콜로라도는 존 그레이를 필두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들을 수집함과 동시에 포스트시즌 경쟁 중인 팀 사정이 겹치며 많은 선수들한테 기회가 돌아가기 힘든 환경이었고 이는 카펜터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외부요인들이 겹치며 카펜터는 또다시 디트로이트로 팀을 옮기게 됐다. 이적하자마자 ML 데뷔에 성공했지만 디트로이트에서의 2년(18~19)간 ML과 AAA 무대를 오가며 빅 리그 통산 8.57이라는 낙제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복사근 부상과 팔꿈치 부상을 각각 1회씩 겪었고, 2019시즌 종료 뒤에 방출을 통보받는다. 

더 이상 미국 무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카펜터는 2020년 1월 대만 라쿠텐 몽키스와 계약하며 CPBL행을 선택했다. 하위 리그로 무대를 옮기자 성적은 다시 안정을(25경기 24선발 10승 7패 4.00 157.1이닝 150삼진 33볼넷) 찾았다.

이러한 모습에 지난 시즌 복수의 KBO 구단이 카펜터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고려했다는 풍문이 있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한화가 계약을 제시했고, 이번 시즌부터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한화와 동행을 시작하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좌완이라는 이점을 가진 카펜터는 2018~19 ML 기준으로 89.9마일(144.7km/h)의 싱커성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4가지의 구종은 선발투수를 소화하기에 무리가 없지만, 슬라이더 의존도가 28.4%로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나머지 두 구종의 구사 비율을 합친 것(24.1%)보다 높은 수치다. 

‘슬라이더를 잘 구사하는 좌완’이라는 스타일 덕분에 같은 손을 쓰는 타자들을 상대하는 능력(AAA 18 vs 좌타자 0.247 / 19 vs 좌타자 0.250)은 뛰어나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우타자들을 상대할 때는 다소 기복이 있는(AAA 18 vs 우타자 0.329 / 19 vs 우타자 0.263) 모습을 보였다. 

카펜터의 가장 큰 장점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다. 이는 ML 기준으로 9이닝당 볼넷을 2.43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수치를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탈삼진 능력인데, 선발투수로 등판한 최근 3년간의 수치가 인상적이다(K/9, 2018 – 8.5개 / 2019 – 8.9개 / 2020 – 8.6개). 

이렇듯 카펜터는 안정적인 컨트롤과 구속 대비 인상적인 탈삼진 능력을 갖췄지만, ML 무대에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구위로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ML 통산 9이닝당 피홈런 2.86개에서 알 수 있듯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한 만큼 철저하게 통타 당했다.

다행히 CPBL에서는 이러한 부분에서 확실히 나아진 모습(BB/9 1.9개, HR/9 0.7개)을 보였다. 마이너리그에서도 9이닝당 피홈런이 1개 꼴로 장타 허용이 많은 투수는 아니었다. 타고투저의 성향이 짙은 CPBL에서도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한 걸 감안했을 때, KBO 리그에서도 어느 정도의 장타 억제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의 현재

국내 선발투수 중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이상 외국인 선수들로 원투 펀치를 채우는 것이 KBO 리그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는 ‘준수한 선발 요원’ 정도의 성적으로는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 힘들다. 다만 한화는, 아니 정확히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한화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모기업의 후원을 받아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대놓고 리빌딩 버튼을 누르는 건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 KBO 리그에서도 보수적인 구단으로 손꼽히는 한화가 팀 내 문화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고, 충분한 실권을 보장하기 위해 코칭스태프도 수베로 사단으로 꾸렸다.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단 버튼을 눌렀지만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기둥뿌리를 뽑는 게 리빌딩은 아니다. 그 와중에도 중심축을 잡아주는 선수들은 필요하다. 외국인 투수에게도 이런 모습을 기대해야 하지만 새 판을 짜는 와중에 지나치게 큰돈을 투자하는 행보를 보일 수도 없다. 이런 한화 입장을 고려하면 적은 금액으로 카펜터를 영입한 건 꽤나 합리적인 결정이다. 

현실적으로 카펜터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부상없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준수한 성적을 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승을 노릴 팀도 아니고 카펜터에게 리그 에이스급 역할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상대적 기대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부상 없이 준수한 성적만 달성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공이 아닐까. 

 

전망

냉정하게 KBO 리그에 온 CPBL 출신 외인 중 유먼과 밴 해켄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이 점에서 보면 기대치를 높게 잡기는 어렵다. 스타일이 유사한 비교군을 찾아 보면 과거 LG의 주키치, 이전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제이슨 휠러 정도가 있다. 주키치 정도의 성적을 내줄 수 있다면 최상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반전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카펜터는 시즌 준비 과정에서 “KBO 리그 공인구가 작아 손에 더 잘 맞는다”는 인터뷰를 하더니 첫 라이브 배팅에서 평균 143km/h, 최고 146km/h의 인상적인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자체 청백전에서도 총 35개의 공을 뿌리는 동안 최고 구속 146km/h를 기록하며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가장 최근 등판한 LG와의 시범경기에서는 최고 147km/h의 속구를 앞세워 3.2이닝 64구 1피안타 2볼넷 8삼진 무실점으로 굉장한 탈삼진 능력까지 보여줬다. 좋은 슬라이더와 제구력을 가진 좌완 투수가 이 정도 구속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기대치는 1년 차 채드 벨이나 주키치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 

카펜터의 공격적인 피칭이 KBO리그에서는 통할 수 있을까? 이제 개막은 겨우 열흘 남짓 남아있다.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승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수연

참조= 팬그래프, 베이스볼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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