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가 들려주는 진짜 스카우트 이야기①

매년 신인드래프트 지명이 끝나면 야구 팬들은 기록을 보고, 비교적 이른 순번에 지명된 선수와 미지명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서 선수의 성적을 기반으로 지명에 대한 아쉬움 같은 감정들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스카우트는 ‘아마추어 기록은 참고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 선수를 지명하기 위해 경기는 물론, 학교를 방문하고 촬영한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본다’고 말한다. 즉,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현장의 평가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스카우트의 성향에 따라 선수의 가치는 다를 수 있지만 선수를 평가하는 공통적인 항목은 존재한다.

한편 엘리트 선수와 학부모 사이에서 ‘부모의 직업과 재산이 선수 지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와 같은 잘못된 소문들이 돌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학부모가 무리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

앞선 예시들처럼 잘못된 소문과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현직 스카우트들을 만나봤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많은 미래의 꿈나무들과 야구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스카우트가 들려주는 진짜 스카우트의 이야기 2편은 드래프트의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다수의 스카우트와 질의응답 후 공통된 답변을 중심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본 칼럼은 총 2편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아마야구 현장을 누비는 스카우트

 

#선수 찾아 삼만리

좋은 선수를 찾는 것은 스카우트의 역할이다.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 팔도를 누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있다. 흔히 명문이라고 불리거나 성적이 좋은 학교에만 스카우트가 방문한다는 것이다.

“명문 학교에만 간다는 것은 옛말이에요. 좋은 선수가 있는 학교라면 어디든지 갑니다. 단지 명문 학교에 좋은 선수가 입학을 많이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팀 성적도 마찬가지예요. 팀 성적은 선수의 지명과 연관이 없어요. 팀이 우승해도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떨어진다면, 단 한 명도 프로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죠.”

목동야구장

한 선수를 보기 위한 스카우트의 열정은 대단하다.

“어떤 학교든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몇 시간이 걸려서라도 무조건 학교에 찾아가요. 단 한 명의 선수를 보기 위해서요. 서울에서 경기를 보고 바로 부산으로 이동했다가 광주로 넘어갔던 적도 있었죠. 그게 스카우트의 역할이니까요.”

명문 학교가 아니어서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걱정을 접어두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도록 하자. 좋은 실력과 성실성을 겸비한 선수라면 반드시 스카우트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학교에 미리 말하지 않고 훈련을 지켜볼 때도 많아요. 그 선수의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함이죠. 어느 상황에서든지 열심히 하는 선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아요. 그래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간혹 스카우트가 없으면 대충하는 때도 있는데, 결국엔 소문이 돌고 돌아 그 선수에 대한 평가가 떨어져요.”

 

#기록, 그리고 잠재능력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 중에 가장 기록을 중요히 여긴다. 그러나 아마야구는 다르다. 스카우트는 단순히 기록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4할이 넘는 타율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도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하는 이유다.

“기록은 참고사항일 뿐이에요. 예를 들어, 투수는 삼진을 많이 잡는 선수가 있으면 왜 삼진을 많이 잡았는지 봐요. 단순히 운이 좋은 건지, 다른 뛰어난 부분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거죠. 타자 역시 마찬가지예요. 타율이 높으면 왜 타율이 높은지 확인해요. 배트 중앙에 정확히 맞춰서 타격을 하는 건지, 빗맞은 안타가 많은지 보고 판단해요. 절대 기록으로 선수를 뽑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장점이 아닌 미래의 잠재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스카우트의 역할이다.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후 스카우트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역시 ‘성장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성장가능성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잘하는 것보다 앞으로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요. 한 선수가 가진 장점이 프로에서 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하는 거죠.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장점을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본인이 한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다면 스카우트에 눈에 띄기 마련이에요.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다가 평범한 선수가 돼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단 하나라도 남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구속은 투수를 판단하는 첫 번째 요소다.

성장가능성에 대해 공통적인 대답은 투수는 ‘구속’, 야수는 ‘주력’이었다.

“구속이 빠른 선수에 관심을 갖는 건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가장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렇다고 오해를 하면 안 되는 건, 구속만 빠르면 된다는 거예요. 물론 구속이 150km/h를 넘는 경우를 제외하곤 구속만 빠른 선수는 뽑지 않아요. 제구가 되지 않으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투구폼이 딱딱하다면 부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에요. 신체조건과 구속, 투구폼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요. 부드럽고 예쁜 투구폼을 가진 선수는 지금 당장 구속이 나오지 않아도 구속 상승의 여지가 있고 제구력도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해요. 유연성까지 좋다면 금상첨화죠.”

투수의 구속이 평가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결국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게 스카우트의 의견이다. 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력이 눈에 띄지만,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선수를 평가한다.

“타자를 볼 때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건 주력이에요. 주력은 훈련으로 빨라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발이 빠른 선수가 운동신경이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발이 빠르지 않다면 공을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이나 콘택트 능력에서 장점을 발휘해야 해요. 공을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때문이에요. 프로에선 아마추어 때만큼의 비거리를 내기 어렵거든요. 아마추어에서 아무리 홈런을 많이 쳐도 홈런 타자로 성장하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해요. 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는 변화구 대처가 돼야 합니다. 변화구 대처가 되지 않는 데다가 발도 빠르지 않은 선수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캐치볼, 그리고 기본기

캐치볼은 야구의 기본이다.

앞서 설명한 야수의 평가요소는 모든 포지션의 야수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타격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야수는 수비 시에 각자의 포지션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히 각 포지션 별로 스카우트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부분이 다르다.

  1. 포수

“팀의 상황을 고려해서 우리 팀에 없는 유형의 포수를 뽑으려고 해요. 크게 수비형과 공격형 포수로 나눌 수 있어요. 수비형은 강한 어깨와 포수로서 움직임과 센스에 주목해요. 특히 어깨가 강한 선수에 눈길이 가요. 어깨는 타고나야 하거든요. 아마추어에서 전문 배터리 코치가 있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비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는 흔치 않아요. 대부분 프로에서 육성이 필요하죠. 그래서 골반 움직임이나 순발력 등 기본적인 요소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1. 내야수

“수비입니다. 어깨와 풋워크, 수비 감각 등을 주로 체크해요. 팀에서 유격수로 뛰어야 프로에 지명될 확률이 높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유격수를 보는 선수 중에 잘하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뿐이에요. 아마추어에서 유격수를 봤던 선수 중에 프로에서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어요. 프로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하는 게 대부분이죠. 꼭 유격수로 뛰는 게 아니라 본인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면 돼요.”

  1. 외야수

“아무래도 타격을 가장 많이 봐요.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덜한 자리니까요. 수비를 고려한다면 강한 어깨와 타구판단 능력, 주력입니다.”

이와 덧붙여,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캐치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캐치볼은 단순히 공을 던지고 받는 게 아니에요. 야구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선수들을 보면 캐치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공을 정확하게 던지고 잡을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어요. 타구를 잡을 때 글러브 안에서 공이 제대로 포구되지 않아요. 정확하게 잡지 못하니까 당연히 실책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죠. 송구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던져서 아웃 시키는 게 다가 아닙니다. 일정한 포인트에서 일정한 곳으로 꾸준히 던질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수비적인 감각이 뛰어난 선수도 당연히 지명 대상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신인드래프트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야구공작소 신철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이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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