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그 결과는?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투수 교체가 발생할 때 흔히 인용되는 격언이다. 그렇다면 바뀐 투수의 초구를 공략한 결과는 실제로 성공적이었을까. 이에 대해 선행된 조사가 있다. 2002~2013년 MLB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바뀐 투수의 초구를 공략했을 때 유의미하게 좋은 결과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KBO 리그에서도 ‘바뀐 투수 초구’에 담긴 특별한 의미는 없었을까. 이를 검증하기 위해 2014~2020년 KBO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뀐 투수 초구 타격의 효율성을 알아봤다. 필자는 상황을 ‘모든 투구, 매 타석 초구, 바뀐 투수의 초구’ 3가지로 나눈 다음, 아래 4가지 사안을 조사했다.

사안 1. 투수의 zone%(스트라이크 존으로 투구한 비율)

사안 2. 투수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

사안 3. 타자의 배트 적극성(배트가 나온 비율)

사안 4. 타자가 ‘인 플레이 타구를 만들었을 때’ 타율 및 장타율

사안 1, 2를 조사한 이유는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격언의 근거가 바뀐 투수는 포심을 활용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한다는 생각에 있고, 이를 검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바뀐 투수의 초구 ZONE%가 유의미하게 높진 않다.

투수들이 초구에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긴 했으나, 그 차이는 불과 2~3% P 정도로 크지 않았다. 또한 바뀐 투수라고 해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2. 바뀐 투수는 초구로 포심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포심 구사율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바뀐 투수의 초구 포심 구사율은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약 15% P 정도 더 높았다. 따라서 투수가 교체됐을 때 타자가 초구에 포심 노림수를 갖는 것은 꽤나 합당한 일로 보인다.

3. 타자들은 바뀐 투수 초구에 노림수를 갖진 않는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격언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은 초구에 배트를 쉽게 휘두르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타자 입장에서 초구를 쳤다가 아웃되는 부담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매 타석 초구-바뀐 투수의 초구 상황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초구에 대한 타자들의 태도는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격언과 거리가 있었다.

4. 바뀐 투수 초구를 타격했을 때 결과는 조금 더 좋았다.

이 사안에서는 유의할 점이 있는데, 위 표의 수치는 타자가 인 플레이 타구(홈런 포함)를 만든 경우만 계산한 결과다. 필자가 이러한 조건을 설정한 이유는 볼카운트 간에 *편향성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바뀐 투수의 초구를 타격했을 때 결과는 조금 더 좋았다. 일반적인 상황과 비교하면 타율 2푼, 장타율 5푼 정도의 이득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타율 계산 방식으로는 2S 이후 카운트에 불리한 결과가 도출된다. 2S 이전 카운트에서는 스트라이크가 기록돼도 결괏값이 나타나지 않는 반면, 2S 이후에는 스트라이크가 기록될 경우 삼진이라는 결괏값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삼진과 마찬가지로 볼넷이라는 변수로 인해 3B 이후 카운트에는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다.

정리하면, 바뀐 투수의 초구를 타격했을 때 약간의 이득은 발생했다. 그러나 그 이득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바뀐 투수 초구를 노려라’는 격언처럼 타자가 노림수를 갖고 자신 있게 타격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타자의 신중한 접근(낮은 배트 적극성)으로 인해 괜찮은 결과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우연일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타자가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린다고 해서 그 이득이 그 타자에게도 발생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률이 조금 더 높은 것일 뿐이다. 그 확률을 위해 ‘초구 타격→아웃’이라는 위험을 감수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자의 몫이다. 만약 바뀐 투수의 초구에 노림수를 갖기로 결정했다면, 포심 노림수를 갖는 게 좋을 것이다.

자, 이제 본인이 프로 선수가 돼 타석에 섰다고 상상해보자. 마운드에는 교체돼 들어온 투수가 초구를 던지려 한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필자는 포심에 자신감이 있다면 노림수를 가질 것이고, 아니라면 그냥 흘려보낼 것이다.


야구공작소 당주원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신보라, 송인호
사진 출처=한화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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