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야구공작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다니엘 팔카

다니엘 팔카, 삼성 라이온즈
1991년 10월 28일 (만 29세)
지명타자/외야수, 좌투좌타, 188cm 100kg

2019시즌 성적(시카고 화이트삭스 / 산하 AAA 샬롯 나이츠)
(MLB) 30경기 84타석 2홈런 0도루(1실패) 4타점 4득점 0.107/0.194/0.179 wRC+ 2 bWAR -1.4 fWAR -1.3
(AAA) 106경기 471타석 27홈런 2도루(0실패) 72타점 83득점 0.263/0.374/0.527 wRC+ 126 

2015년 이후 첫 가을야구를 노리는 삼성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준수한 성적(44경기 0.280 6홈런 OPS 0.888)을 기록한 살라디노가 허리 통증 재발로 또 한번 팀에서 빠지게 됐고, 결국 교체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각 팀 타선에서 외국인 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기에, 삼성 입장에선 살라디노의 빈자리를 시급히 메울 필요가 있었다. 살라디노는 분명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좋은 선수지만 팀의 사정상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에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배경

1991년 미국 그린빌 태생의 팔카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 19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뒤로하고 대학 진학을 택한 그는 3년 후인 2013년 졸업반 때 투타겸업(13이닝 0.69, 0.342 17홈런)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 참여한 두 번째 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팔카의 프로무대 데뷔는 순조로웠다. 2013년 루키리그와 하위싱글A에서 준수한 성적(68경기 OPS 0.908)을 거뒀고 이듬해와 그 다음해에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ML 무대 데뷔를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2015시즌이 끝난 후, 크리스 허만과 트레이드되며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첫 시즌인 2016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34홈런을 기록하며 확실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2017년 왼쪽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약 7주간 결장했다. 부상의 여파는 곧장 홈런 개수의 감소(34개→12개)로 이어졌다. 팔카의 파워 감소를 의심한 미네소타는 그를 곧장 지명할당(DFA) 처리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부름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빅리그 타석에 서기도 전에 세 번째 유니폼을 입은 팔카는 2018년 4월 드디어 ML 무대에 콜업됐다. 데뷔 시즌 124경기에서 27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파워를 보여줬고 이듬해인 2019시즌 개막전 주전 우익수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앞길에는 성공만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팔카는 2년차 시즌부터 급격히 부진하기 시작했다. 콜업을 위해 노력한 기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그의 컨택이 무너져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이미 무너져버린 컨택으로는 ML 무대에서 버틸 수 없었고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다시금 길어졌다. 

그 사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덮쳤고 팀 내 6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상황까지 겪었다. 지난 겨울부터 꾸준히 KBO리그 외국인 타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중, 결국 7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한국 무대를 밟게 되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유니폼을 두 번이나 갈아입었음에도 꾸준한 기회를 받을 만큼 팔카는 분명 장점과 매력이 뚜렷한 타자다. 그 매력은 KBO리그 팀들이 외국인 타자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확실한 장타력’이다. 

팔카의 장타력은 수치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마이너리그 통산 136홈런과 준수한 장타율(0.500)을 기록했고 ML 무대에서도 한 시즌 27홈런을 쳐본 적이 있다.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트리플A에서 활약한 지난 시즌에도 27홈런과 0.527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장타를 생산하는 능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4개의 도루를 기록한 2015시즌을 제외하면 한 시즌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적이 없지만, 20/80스케일에 기재된 스피드 점수는 50점으로 ML 기준 평균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삼성 허삼영 감독은 뛰는 야구(팀 도루 1위)와 동시에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팔카 또한 이러한 야구를 소화할 수 있는 평균 정도의 주력은 지닌 선수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부각되는 내구성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2017년에 당한 7주짜리 손목 부상을 제외하면 커리어 내내 이렇다 할만한 큰 부상이 없었다. 전임자 살라디노의 건강 문제로 교체 수순을 밟은 삼성의 입장에서는 분명 고려했을만한 사항이다. 

건강하고 장타능력까지 갖췄지만 팔카는 단점 또한 명확한 타자다. 일단 삼진을 굉장히 많이(ML 통산 삼진율 37.6%) 당한다.  2년차 시즌부터 무너진 컨택능력(ML 통산 타율 0.218, 컨택률 65.3%)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좌투수에게 약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좌투 상대 OPS가 ML에서 0.520, 트리플A에서 0.614로 리그를 가리지 않고 좋지 못했다.

한 가지 희망이라면, 적어도 타석에서 투구를 지켜보는 모습은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트리플A에서의 볼넷/삼진 비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중(0.34→0.48→0.66)이다. ML 무대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트리플A에서의 좋은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KBO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해봄 직하다. 

좌투수 상대 약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다소 간의 행운이 팔카에게 따르고 있다. 지난 시즌 WAR 상위 30명의 KBO 투수들 중에서 좌투수는 9명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겨우 3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본인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좌투수를 만나야 하는 상황 자체는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수비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며 선발 라인업에 유연함을 더해준 살라디노가 이탈했지만 팔카 역시 살라디노가 주로 출장했던 코너 외야수와 1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화가 가능할 뿐 전임자만큼의 출중한 수비수는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수치(ML 통산 외야수 691이닝 무실책 / 마이너 통산 1루수 1740.2이닝 23실책 수비율 0.988)들을 보면 수비에 있어서 큰 문제는 없어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록과 다르게 그의 수비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표면적인 수치만큼 뛰어난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살라디노의 범용성과 수비력을 포기하고 팔카의 장타력을 선택했다는 점은, 삼성이 얼마나 장타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KBO리그에 잘 적응하기만 한다면,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좋은 영입이다. 게다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후보를 고를 수 있는 오프시즌이 아닌 시즌 중의 교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한 후보군들 중에서 최상의 선택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팔카는 강점도 약점도 확실한 타자다. 하지만 한 가지 약점(선구안)은 최근의 모습을 봤을 때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약점(좌투수 상대)도 조금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상황이 잘 흘러간다면 확실한 강점을 가진 타자인만큼 성공을 점칠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WHY 팔카? 

지금까지 팔카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봤다. 그럼 이제 왜 팔카가 삼성에 필요한지 알아보자. 답은 간단하다. 팀 타선의 장타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팀 장타율 0.408 리그 7위, 팀 홈런 65개 리그 8위). 살라디노는 물론 좋은 선수지만 장타에 대한 팀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반면, 팔카는 장타 생산에 있어서는 보다 확실한 카드다. 현재 삼성에는 출루율 리그 전체 3위(0.430)를 기록 중인 리드오프 김상수가 있다. 올 시즌 주로 2, 3번 타순으로 출장 중인 구자욱 또한 4할대(0.410)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누상의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는 삼성이 바라던 바로 그 모습이다. 


전망

KBO리그로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 여부를 점칠 때, 이제는 경력보다 그 선수의 현재 상태 및 적응가능성을 보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접근했을 때 팔카와 흡사한 선수 한 명이 이미 KBO리그에서 뛰고 있다. 바로 LG트윈스의 로베르토 라모스다. 

두 선수 모두 젊은 나이, 확실한 장타력, 그에 동반되는 많은 삼진, 좌투수에 대한 약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늘 지적받았지만 KBO리그로 오기 전부터 조금이나마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점도 비슷하다. 그리고 라모스는 현재 굉장히 좋은 홈런 페이스(19홈런 리그 전체 2위, 팀 내 1위)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KBO리그에 대한 빠른 적응 여부다. 달라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만 있다면 이미 비슷한 성공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결과를 기대해봄 직하다.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도상현, 김혜원, 나상인

참조=Baseball Reference, Fangraphs,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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